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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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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수기) Y의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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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파도손관리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4,930회   작성일Date 21-05-11 08:43

    본문

    5월


    파도손 동료상담가 Y



    계절의 여왕 5. 하늘은 더 없이 높고 천천히 움직이는 구름은 발 없이 만 리를 갑니다. 맑은 날씨에 가만히 혼자 있어도 좋은날이지만 오래사귄 친구에게 전화를 돌려보곤 합니다. 다들 하나같이 바쁜 친구들은 주말을 반납해가며 일에 열중하거나 여자 친구를 만나야 한다며 거절하곤 합니다.

      

    혼자가 된 난 가까운 하천변을 걸으러 나갈 생각을 합니다. 밖에 나가서 보니 반팔을 입기에는 조금은 서늘한 날씨여서 나섰던 길을 되돌아 바람막이 하나를 더 걸쳐 입습니다. 그제야 여유 있게 혼자 걷기를 시작합니다.


    밝은 날씨 때문인지 많은 사람이 보입니다.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이 적을 거란 생각과 달리 곳곳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천변풍경은 채워집니다. 마스크로 가려진 입은 보이지 않아도 웃음소리는 순수하고 밝게 들립니다.


    파도손에 입사한지 벌써 1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당시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거쳐 매일 두근거리는 기대와 불안으로 며칠을 보낸 기억이 납니다. 합격소식을 알았을 때 마음은 열정으로 타올랐습니다. 그 때가 일주일 전 같은데 벌써 한 달 전이라니, 떠올릴 때마다 가속도가 붙는 듯한 시간의 속도 앞에서 멍하니 기억을 놓게 됩니다.


    파도손에 들어온 후 1주일간은 끊임없는 자기소개 과정이 있었습니다. 타고난 수줍음에 목소리는 떨려도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한 단어, 한 문장을 이어나갔습니다. 처음 세 번 까지는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라 앞이 까맣고, 혼란스러웠습니다. 말이 수시로 끊겼고, 내가 어디까지 말 했는지 수시로 묻기도 했습니다. 특히 처음으로 소개를 할 때는 잘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스스로를 짓눌렀고, 그 압박감은 관심을 받을 때 시선처리가 안된다거나 머리가 하얘지는 나의 약점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소개하는 횟수가 늘수록 더욱더 안정적으로 말 할 수 있었고, 두려운 마음도 점차 약해졌습니다. 이윽고 제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의 말도 들을 수 있는 경청의 순간이 오기도 했습니다. 계속 이어지는 소개는 두려움의 시간이 아닌 나를 조금 더 알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전문 동료상담가가 되기 위해서 산학협력단 교육팀 선생님에게 이야기뚜껑교재를 활용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생소하지만 이야기뚜껑이란 교재를 통한 교육은 작은 질문으로 시작해 내 안에 있는 파편화된 생각의 여러 면을 꺼내보고 재구성하는 강의로 생각됩니다.


    처음에는 교재의 빈칸을 채우고, 두 번째로 각자 발표를 합니다. 발표가 끝나면 왜라는 질문이 깊숙이 파고들어 계속해서 생각하게끔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에세이를 쓰는 것으로 마무리 됩니다. 익숙해지기 전에는 잘 생각나지 않았던 대답들이 교육팀 선생님들의 계속되는 질문에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자세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놀라운 과정 속에서 내면을 들여 다 보는 방법과 모순되었던 대답들이 제자리를 찾아 가는 듯해 보였습니다.

     

    책에 구성된 10가지 모듈로 나누어진 질문과 답변은 서로 유기적이고 내 자신을 드러내는데 풍부한 알림 거리를 주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 그 속에서 들여다보기도 싫었던 내 모습을 조우하기도 하고 그것을 변화시키는 과정도 일어날 거라 믿습니다. 추상적인 형태였던 것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형체로 만들어 내고 원하는 이름을 붙이면서 조절할 수 있는 대상이 되도록 하는 모듈도 있었습니다. 그것을 통해 나의 문제를 새롭게 해결해 나가는 법을 배웠으며, 내가 동료상담을 할 때 혹은 생각의 길을 잃었을 때 이야기뚜껑을 활용한다면 내 자신이라는 보물을 찾는 지도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분명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이루는 하나의 성격 같은 것입니다. 나누어진 여러 모습들이 모였을 때 자신을 인식하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파도손의 교육은 한 축에 있는 내 마음의 혹을 구체화시켜 자신이 조절 가능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일회성이 아닌 필요에 따라 쓸 수 있는 기법 같았습니다.

      

    앞으로도 다루어질 모듈이 많습니다. 조금만 관점을 달리해도 해결되는 것들이 생겼습니다. ‘이야기뚜껑을 마쳤을 때, 정체성을 찾아가는 좋은 질문이 담겨진 나만의 휴식처가 될 거라 생각하며 오늘도 이야기뚜껑을 기대합니다.

       

    분주히 도는 자전거 바퀴살 사이로 바람은 지나가고, 곧 여름이 오는 것처럼, 전염병도 사라지길 바랍니다. 여기저기서 웃음꽃이 피어나고 촘촘히 심어진 꽃들 사이로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는 커플들도 많았으면 합니다. 그들이 추억을 남길 때 우리는 마음의 큰 자산을 남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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