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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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엄마와 (새) 아빠랑 함께 살던 시절 일이지만, 답답함 (...) 을 견디다 못해 만화를 내내 그리다가도 갑자기 요가 포즈를 취하거나 네이티브 인디언 음악을 틀고 지하에서 빙빙 돌면서 자기가 인디언이 된 마냥 혼자 춤을 추며 돌아다닌 적이 있다. 그걸 일하다 돌아온 엄마한테 들켜서 망정이지...
지금 생각해 보면 순수한 동기가 있었다 혹은 일종의 delirium 상태가 반반 이었던 것 같다.
..유튜브를 통해 EBS 혹은 KBS 역사채널을 시청하다보면 (순 학술적인 차원에서겠지만) 행복하게 자신들만의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이 종종 나오곤 한다.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해 공부해서 행복해 하는 여학생들, 자신이 맡은 직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교수들, 그리고 전통 의상을 입고 가무를 취하며 노는 지구 어느 한 지역의 부족민들까지... 언젠가부터 스르륵 하듯 학교만 파했다 하면 컴퓨터에 내내 쩔어 있다가 결국 시험 기간에 만화책을 읽으며 놀아 버린 누구와는 엄청 대조적인 것이었다. ..집에 와 방구석에선 간혹 자위행위를 하는 괴물인 주제에 어떻게 Asian Kung-fu Generation의 커버 아티스트인 나카무라 유스케의 스타일을 따라 그려 학교에서 자랑하는 이중의 삶을 유지했는지는 지금까지도 의문이긴 하다. ...차라리 웃기기라도 하지.......
...그러니까, 뉴욕 빙햄튼 Salvation Army에서 품을 팔면서 근처 하드코어 씬에 드나들 시절, 신선했다면 신선했고, 많이 아쉬웠다면 아쉬울 수 밖에 없는 기억이 있긴 하다. ...하도 반억지로 끼여들려는 덩치만 큰 아시안계 여자애를 인식했는지는 몰라도, 난 아무런 준비도 안 했는데 어느 날 거기 있던 모두가 갑자기 'gender swap'이라도 한 양 코스츔을 차려 입고 와서는 시 낭송 파티를 열었던 적도 있다. ..거기서 어떻게 잘 알지도 못하는데다 여자 옷을 입고 여자인 척 하던 남자애랑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또다른 미스터리다. 단지 스님들이 즐거운 감정 또한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경고처럼, 내가 먼저 시간에 늦거나 와도 콘서트가 아예 시작하지를 않아서, 혹은 페이스북에 내가 싫어할 만한 코드로 이벤트를 광고하고 있었기 때문에 점점 'trail-off'되듯,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얌전히 집에 돌아와 생활하고 있게 되었다.
차를 주차하려다가 뒤에 있던 바를 치고, 한국에서만큼 이상한 애 취급을 하는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사람이 어려운 건 매한가지였지만 거기서 우연히 만난 열라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던 남자애 얼굴은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더불어) 아직도 기억이 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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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적이면 비정상적이고, 아니라면 아니었던 내 삶. Vice를 비롯한 각종 영어권 매채를 오래 접하며 생활한 이상, 소셜 미디어에 중독된 (미국) 십대층의 행위를 관찰하다보면 일종의 당혹감을 느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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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도 돈도 없어서 집에서 방콕한 채로 밥 먹을 때마다 유튜브를 보면서 셀렙들에게 코멘트로 친한 척 한다'는 설정은, 말 그대로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었고 나보다 좀 더 지혜로운 여성이 듣는다면 나에게 동정심을 느끼거나 경멸을 느끼거나, ..아마 둘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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