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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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
크리스탈 케이.
….한국인으로 태어나 살 때, 그러니까 지금보다 훨씬 어렸던 시절의 저는 분명 ‘더럽고, 뚱뚱하고 못생긴데다 찌질해서 얻어맞고 다니거나 (같은 여자인데도 여자 아이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아이’였습니다….. 반 아이들이 저를 그렇게 본다는 것을 늘 의식했고 또 그렇게 행동했어요. …지금 와서 훨씬 커버린, 겉은 분명 성인 여성의 몸뚱아리를 가졌는데 속은 노처녀 (*영어권으로 해석하면 old maid. “Virgin”은 훨씬 더 자극적인 표현이 됩니다) 에다 어른아이 (*adult child) 인 게 현실이라니. 어떻게 보면 참 뜨악할 만한 상태다 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의미에서 수긍이 가기는 합니다. …제가 유튜브를 통해 예전 빠져 살았던 일본 서브컬쳐 계열의 아티스트를 줄창 들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동안에도, 정토회 다니는 아주머님들은 자기네들 나름대로의 가족 내 고민을 법륜스님께 털어놓거나 자신들만의 수행 미션을 실행하기 바쁜 게 현실일 테니까요. 법륜스님에 대한 존경이 떨어진 건 아니지만, 그만큼 물을 흐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느껴져서 언급하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
다른 아이들이 K-pop이나 자기 나라 음악 들을 때 혼자서 Asian Kung-fu Generation이나 맥시멈 더 호로몬에만 줄창 빠져 있고. 대중가요는 정말 ‘삘이 가는’ 것만 골라서 듣고. 한국의 여느 창살 달린 집 방구석에서 이영도의 눈물을 마시던 새를 읽던 나날이 엊그제 같은데, 요새는 그래서인지 몰라도 사람 습관이 참 뭔지 합니다. 십수년 지나고 생전 처음 와보는 해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혼자인 듯 아닌 듯 고군분투하다 한국에서 청년 고독사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지도 이제 몇 해 정도는 된 것 같습니다. …..참 이상하죠. …옛날엔 (날 괴롭힌 녀석들에게) 그렇게 복수하지 못해서 혼자서 미쳐가던 공간이 바로 한국이었는데,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고 보니, 그것도 해외 살면서 전혀 다른 것을 듣고 보고, 한국어 대신 영어로 말하고 살다가 내 나이뻘 아니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사라져 간다니. ……울고 싶은 감정이 안 든다면, 인간으로써도 좀 실격감이겠지만 거짓말이기도 합니다. …….
……
영상 속의 그녀는 겉보기엔 ‘블라시안’ 인데다 한국인 엄마를 두고 있지만 알고보면 일본어를 딱부러지게 구사하는 전형적인 일본의 아이돌 가수입니다. 아빠가 미국권 흑인이기 때문에 영어 또한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또 영어로 낸 곡들이나 앨범들도 있습니다….. 대신 원래부터 일본 전통 문화나 아니메 서브컬쳐 그리고 한일교류 뿐만이 아니라 아예 거기 가서 사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써는 꽤 뭐랄까, 그냥 흥미로운 존재라고 생각해요. ..물론 머라이어 캐리같은 세계적인 가수에 비교하기엔 좀 달린다는 인상은 어쩔 수 없지만요.
….지나가다 하는 소리긴 하지만 다른 미국 가수들과 비교해 봤을 때 일본에 살아서 그런지 (?) 외관부터 정말 단정한 인상을 주긴 해요. 한국 그러니까 십대들 식으로 하면 ‘핵 예쁘다’ 이 수준에 비해선 그보다 약간 수수하달까요ㅎㅎ
…..
하기사 제가 남자로 태어났어도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는 벗어날 수 없었을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릴 지 모르겠는데, (그리고 엄마 서랍 속에 있던 전여옥 분의 ‘일본은 없다’를 초등학생 때 읽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너무 빨리 눈을 떠 버린 점도 왠만큼 작용했겠지만) 어릴 때부터 (예 맞습니다. 또 그 소리죠) 운동을 안 하고 비만인 건 여전했기 때문인지 얼굴 특히 볼살 부근이 부어 올라 있어서, 어쩌다 어느 날 왠 상점에서 절 본 아줌마가 ‘볼살이 빵빵하다’고 제 면전 앞에서 말하는 순간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이태까지도 기억하는 걸 보면 꽤 기분이 나빴나봐요^^; 엄마조차도 고등학교를 막 마치고 우울증에 걸린 절 거울 앞에 세워놓고 괴물 같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대학 졸업사진 찍을 때도 이상한 사진사한테 걸려서 집에 돌아가는 내내 ‘내 얼굴이 이렇게 나왔다니’ 이런 식으로 사진을 부여잡고 있었더랬죠. 하여간 이 정도면 제가 왜 삼십까지 들어서 운동에 그렇게 열을 올리는지 설명은 되겠네요. 하하;
….심각한 일은 아니지만, 한국인으로써 미국 시민권자로 살면서 얼떨결에 미국 한국인 뿐만 아니라 유럽인 인도인 등등 각종 외지인이 오가는 데서 일을 하게 되니 생각 나서 적어놓는 이야기이도 합니다.
….드래프터 (Drafter) 같은 논리를 요구하는 직업을 가지기 위해선 좀 더 중립적인 태도나 자세가 필요하겠지만, 아직은 역시 많이 어려울 것 같네요. 앞으로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제 자신을 지켜봐야겠죠.
08. 10.
Despair as seen through Thich Nhat Hanh’s Lens (틱낫한의 눈으로 본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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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absurd are our existences, really
우리의 존재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And just how feeble it is
그리고 얼마나 구차한가
Born with a body with a XX gender, a womb and a piece of dysfunctional brain
XX 염색체와 하나의 자궁, 그리고 맛이 간 뇌를 지닌 몸을 가지고 태어나선
You realize how futile it is, to wish your fantasy of retaliation against the anonymous mass come true
당신은 익명의 다수에게 반항을 일으키는 환상을 꾸는 것 자체가 얼마나 하잘것 없는지 깨닫는다
You try, only to realize the monster living within you. The monkey nature.
당신은 시도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 속의 괴물과 조우해야 했을 것이다. 마치 동물의 그것과도 같은 그 본성을
Its tongue will try all its varying ways, to lure you into its trap. Calling you his lustful concubine. Capturing you in that same old madness, the scar that your own family left you with already long time ago
그것의 혀는 당신을 옭아매기 위해 온갖 방법을 시도할 것이다. 당신을 자신의 성 노리개라 부르며, 당신이 이미 오래 전 가족에게서 얻었던 상처 속에 다시 갇히게 하려 들 것이다.
And then call it all nothing but a play, as if to render you become like the most wrathful, sexually deprived female on this earth; full of hysteria that men would make fun of behind their wives’ back.
그리고는 모든 일을 장난이라고 치부할 것이다. 당신이 이 지구상 가장 성적으로 메말라 있는, 히스테리아에 가득 찬 미친 여성처럼 되어가는 모습을 즐기며. 뭇 남성들이 자신들의 아내들의 뒤에서 몰래 하는 뒷담화의 주제처럼 말이다.
…
The negative sides of you that you think you know of yourself should be thus: Too lenient. Too weak. Not as sly nor quick-witted as others do. Just like a child. And then, you’d be in fear of yourself almost every day. …….As if you were going to be attacked by a completely unseen someone at the most unexpected time of the day.
당신 자신이 아는 당신의 단점은 바로 이러한 것들일 것이다. 너무 안온하다. 너무 유약하다. 다른 사람들 만큼 영악치 못하다. 어린아이 같다. 그리고는, 늘 두려움에 절어 있을 것이다. ……마치, 언제 어디선가 불현듯 어떠한 불한당에게 기습을 당하기라도 할 것 처럼.
Lord, just how graceful that state of being is.
세상에, 얼마나 완벽한 상태인지!
……
But do you know the true taste of darkness?
그대는, 어둠의 진정한 맛을 아는가?
Do you know the true taste of darkness?
그대는 어둠의 진정한 맛을 아는가?
Do you know the true taste of darkness?
그대는 어둠의 진정한 맛을 아는가?
Do you know the true taste of darkness?
그대는 어둠의 진정한 맛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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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
형제복지원.
고등학교 때 (스토킹으로 행동이 번진 것 외에도) 앞에 앉았던 여자아이 머리를 당기며 괴롭혔던 적이 있는데, …결국 내가 (초등학교 때 두들겨 맞고 산 게) 억울해서 그런 식의 행위가 나오게 되었다. 십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내 옛날 모습에만 날 가두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들어 내가 잘못한 점에 대해 뉘우치기도 전에 이상하다는 감정만 들게 됨. …고등학교 때부터 겪어온 일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의미에서 지극히 정상적이지 않은 구석이 있다 여겨진다.
형제복지원과 당시 동백초등학교가 관련이 있다 연결지어 버리면 억측일 것만 같고, 또 일반인 신분으로써 그러한 폐쇄적 환경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유튜브에 남겨진 증언 영상 그리고 개인적인 사유만 가지고 어떤 식으로 연루 연계 등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무언가 법적-인권적으로 엄청난 violation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은 확실해 보이는데… 얼마나 더 그런 쪽에 개인적으로 시간을 써야 할까도, 역시 불확실. ..나는 죄가 있는 사람인 것인지 피해자인 것인지. 현실은 현실일 뿐… (Be prac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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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제: '승려로 출가해 살다 죽음을 맞이하다'
...는 아니고, 이 집단따돌림 (bullying, 왕따)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합니다. 아까 직장에서 바로 돌아온 직전까지도 '억울한 감정으로 사건을 해석하려 들 게 아니라 좀 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왜냐 결국 다들 인간일 뿐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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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가서 왕따' 인 것보다 더 구차한 상태는 없을 겁니다. ...물론 히키포스 (Hikipos) 에서 눈팅족 혹은 트위터 상으로 조금 활동을 하다 지금은 그만 둔 거나 다름없는 상태이긴 하지만, ...결국 왕따들끼리밖에 서로를 이해해 줄 수 없다면 그런 상황에서 각자만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보다 더 답답한 일은 없을 겁니다. ..바로 그러한 삶을, 바로 제가 주욱 살아 왔으니까요. ...나쁜 행동, 해서는 안 되는 짓들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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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으로 힘든 걸 '힘들다' 고 표현하는 것보다 더 속 시원한 일도 없다는 것을, 평생 무표정 무감정 벙어리 마냥 하고 살다가 한마디 내뱉듯이 해 보고 깨닫습니다. 제가 이러저러한 일로 인해 짜증을 심하게 내고 있을 때 '쉬운 건데 그냥 하면 되지 왜 일부러 어렵게 하느냐' 라는 식의, 어쩌면 누군가의 엄마나 한국 사람들끼리만 줄 수 있는 핀잔 내지 충고 또한요.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일을 하는 도중에 또 남들 보는 앞에서 벌~벌 떨고 있었는데, 그냥 '눈 앞에 하는 일에 집중하거나 조금만 더 천천히 하면 되잖아' 라는 식의 생각이 탁 드는 순간 완전히 몸이 풀리지는 않더라도 그냥 알아서 움직여지긴 하더라구요; 특히 그 옛날 저를 옭아매던 억울한 또는 화난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채 말입니다.
그러한 순간마다 저는 깨닫습니다. 제가 제 부모로부터 육체물리적으로 (제가 좋건 싫건 간에) 멀어진 것 외에도, 저라는 녀석이 결국 커서 성인이 되긴 했구나 하고요;
...만약에 제가 일본인으로 태어나 살았다면 어땠을까요? 예전부터 일본에 대해 관심이 부쩍 많았기 때문에 이지메 현상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아무래도 폐쇄성의 강도로 말할 것 같으면 아직도 그쪽일 것 같긴 합니다. ...물론 히키포스 처럼 그 나라 사람들도 나름 NPO 단체를 형성해 자기들만의 해결책들을 모색하기에 바쁘겠지요. ....물론, 미국인들에 대한 일종의 역인종차별적인 (*reverse-racism/racist) 감정을 일부러 억제 내지 절제하고 하는 소리입니다만, 한국인으로 태어났건 아니었건 저 자체가 세계 어딜 가나 환영받는 존재가 전혀 아니다 보니 결국 생각이 여기로 저기로 방방곡곡 새게 된다는 건 역시 저만의 착각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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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정말 억울해서 마구 울고, 몸부림 치고, 떼쓰고, 더 유치하게 행동하고, 악당처럼도 해 보고... 그런 감정에 휘둘리는 일 밖엔 없었습니다. ...어째 보면 법륜스님이 지적한 그 상태 그대로죠. 어떻게 들으면 역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이 곳의 분들이 이미 수긍하고 계실지도 모르는) 제 딴에선 '어차피 일어날 일이 일어났구나' 라는 식으로 평생 같이 갈 각오를 해야 할, 그런 무언가이기도 하다고, 현재의 저는 그렇게 느낍니다. 바로 제 안의 그 녀석 때문에 인터넷 너머 괜한 남자 하나를 잡아선 결국 전세계에 반쯤 '찌질이 스토커'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 일을 벌이게 되었으니 말이죠. ...일단 크게 획을 뭉뚱그려 잡아서 보면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정말 인생 내내 왕따 같은 트라우마 아닌 트라우마를 오래 살아남거나 견뎌낸 사람들 사이에는 나름의 뭐라 찝어 말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는 것만 같아서 고민이기도 합니다. ..바로 자기가 실제로 남들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듣거나 아까 언급한 대로 벌벌 떠는 강아지 같은 상태인 와중에도 속으로 '어라, 이게 뭐지?' 하고 궁금해 하는 면이 생겼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일단 그 상황 그 순간이 지나가고 나면 아무도 '너 괜찮니' 라거나 (있다 해도 결국 제가 찌질하다는 논리가 바탕이다 보니) 신경을 쓰는 사람이 원체부터 없었다 보니, 혼자서 억지로라도 회복을 해야 살아남는다는 걸 의식하는 이상은 앞으로 계속 혼자서 왕따 "*현상" 외에도 세상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에 쉽게 떨어내지 못할 끈적한 의구심에 시달릴 것만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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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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