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수기) Y의 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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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에 산책을 나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양쪽 귀에 이어폰을 끼고 동네를 돌 때면 숨겨져 있는 들꽃, 누군가의 손이 탄 아름다운 그림의 의자. 빼꼼히 쳐다보는 길고양이도 만날 수 있습니다.
봄의 끝자락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천변을 서성이며 글감을 떠올려 봅니다.
별안간 든 생각은 세상 그 무엇도 홀로 이뤄진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같은 것들이 모여 형성된 군락 혹은 다른 것들이 섞여 형성된 집단도 혼자가 아닙니다.
봄꽃(자작시)
봄꽃은 나무에 기대어 산다.
나무는 조용한 그림자 위에 산다.
어두운 그림자를 헤치고 온 너.
그 존재만으로 난 하루를 산다.
하루를 밝히는 빛이든 바람이든
그렇게 곁에 두고 살고 싶어라.
아직 읽히지 않은 누군가의 시
그것에서 방랑의 향기가 난다.
향기로운 저녁 봄꽃에 취한다.
위에 쓴 글을 보면 봄꽃은 나무에, 나무는 그림자에, 그림자는 너(당신)에게, 하루는 당신이라는 존재에 서로 기대어 살아갑니다, 이어서 누군가의 방랑이 가져온 향기는 봄꽃에 머무는 것으로 글이 매듭지어집니다.
길가의 꽃들이 피어나기 위해, 햇살이 비추며, 비가 내립니다. 대지를 적시는 비조차 수많은 물방울이 합쳐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세상 그 무엇도 혼자가 아닙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하나의 꽃과 나무가 자라는 힘은 결코 홀로 만들어갈 수 없는 것들입니다. 비옥한 토양, 적당한 햇빛, 때때로 내리는 비 이중에 부족함이 있다면 꽃을 피우기 힘들고 핀다 해도 금방 시들해져갈 것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 자주 말하곤 합니다. 우리가 여기 있기 위해 부모님이 계셨고 그 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옆으로 시선을 옮겨봅니다. 취미를 함께 하는 친구, 마음이 통하는 동료들, 지식의 허기를 채워주던 여러 도서들.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지지해준 부모님 그 외의 수많은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입니다. 사랑을 더 많이 받고 관심을 기울일수록 우리 안의 마음은 예쁜 꽃을 틔울 준비를 합니다.
생각의 범위를 넓히면 우리는 수많은 망 속에 얽혀 살아갑니다. 그중에는 마음에 드는 것도 있지만 싫어도 인정해야 하는 것도 분명히 있습니다. 만약 마음에 드는 일들만 한다면 영양 불균형처럼 당신의 삶이 건강하지 못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반드시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자신을 이끌어준 수많은 인적, 물적 자원들이 있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가 이것을 아주 어릴 때부터 무의식중에 알아왔다는 사실입니다. 생존본능이라는 무의식에서도 우리는 혼자 있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혼자살 수 없습니다. 물론 우리 정신장애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여러 강력범죄의 주범자로서 매스컴에 노출됩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정신장애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합니다. 앞선 글에서 보았듯이 우리는 혼자 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생각하지도 못한 순간에도 여러 정신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정신장애로 인해 때때로 예민해질 때도 있고, 극도로 힘들게 정신장애와 싸워 나가기도 합니다.
한 종류의 꽃들이 피어 있는 것에도 아름다움을 느끼지만 여러 종의 혹의 여러 색의 꽃들로 이루어진 꽃밭에서도 기쁨을 발견합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생겨나고, 우리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정신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사라질 거라 믿습니다.
같은 한 송이의 장미꽃을 보았을 때 한 명은 예쁜 꽃을 볼지도 모르지만 다른 사람은 장미의 가시에 집중하기도 할 것입니다. 관점에 대한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 모두 장미꽃을 이루는 하나의 기관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정신장애인과 일반인을 투영해 본다면, 정신장애를 배척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하나의 필수적 부분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더욱 오해를 없애고 이해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있고, 앞으로도 가파르게 늘어날 것입니다. 정신장애 당사자로서 내가 만나온 정신장애인 대다수는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아갑니다.
동이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말합니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정신장애인을 인정하고 서로를 기댈 수 있는 버팀목으로, 뺄 수 없는 하나의 기관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와주길 어둠으로 가득한 마음 속 터널에서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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