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으로 치닫는 길목에서

동료상담가 김OO

푸르른 초목이 풍성한 6월이 다가왔습니다. 

집 앞의 놀이터에 어린 아이들은 아는 지 모르는지 마스크 속 미소를 머금은 채 뛰어놀기에 바쁩니다.

‘아 나는 어떤 존재로 살아가는 존재인가’하며 유독 되뇌이는 일요일 오후입니다. 

뉴스에는 연일 백신관련 기사로 보도하기에 바쁘고, 그러한 뉴스가 무색하게 유원지에는 사람들로 북쩍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파도손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래 고마운 존재지’라는 대답이 따라옵니다. 

그렇습니다. 파도손은 저에게 많은 의미를 던져주었습니다.

하나, 나의 존재감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동료상담가로 일을 하게 되면서 ‘나는 살아있고, 나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도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저의 마음 한 중심에 자리잡았습니다.

동료상담가로 일을 하기 전에는 장애를 숨기기에 급급했었고, 무엇보다 남보다 열등한.. 즉 못났다고 생각하고 그 어떤 일을 수행하더라도 나는 힘들긴 힘들구나.. 이런 생각들로 가득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파도손은 모든 이가 진정으로 근무하고 있는 당사자 단체라는 사실입니다. 

그 중에 하나는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누가 다그치는 사람하나없이 스스로 일한다는 점입니다.

그 중에서 유독 특출나진 않아도 그렇다고 유독 뒤처지지 않은 저이지만 저의 값어치를 스스로 발견해 나가고 있습니다.

동료지원의 현장에서도 느끼는 점입니다. 동료지원을 나가서 당사자에게 따스한 말한마디 건네는 저를 발견한 것이지요. 

상담을 하되 친구같이 대하는 저를 알게 된 것이지요.

이렇게 당사자 동료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구나 라는 값어치는 파도손 이외에서는 돈주고도 살 수 없었던 경험입니다.

이는 나의 ‘자신감’일 수 있겠네요...

두 번째로 친밀감이 있습니다.

저는 파도손에 오기 전에는 지인과 친구들 몇몇에게 조차 저의 장애를 드러내기 힘들었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당사자 동료분들과 상담현장에서나 아니면 파도손 교육을 받으면서나 병을 숨기지 아니하고 말할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이는 친밀감을 바탕으로 오는 관계이며 같은 당사자 단체가 아니면 느끼거나 함께 할 수 없는 부분이겠지요.

세 번째로 유대감입니다.

서로 공감하고 같이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지요.

이 또한 친밀감이 바탕이 되어 서로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동료상담 현장에서도 솔직함이 더 많이 발휘되고 공감하게 된 부분입니다.

동료상담을 더 잘해 나갈 수 있는 원천이기도 합니다.

동료상담가란 회복을 경험한 당사자가 당사자 동료를 돕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자신의 존재감내지 자신감을 바탕으로 친밀감을 서로간에 가져서 유대감으로 이어 나간다면 언제나 당사자가 설 수 있는 사회에서의 장소와 적절한 시기가 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는 우리 파도손이 함께 할 것이고, 많은 도움과 격려를 개인적으로 받게 한 파도손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푸르른 초목이 가득한 여름의 길목에서 당사자의 시각에서 파도손에 근무한 경험을 써보았습니다.

당사자가 어떤 사회에서도 바로 설 수 있는 것을 파도손이 함께 해 나갈 수 있는 그날이 오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같이 힘을 내요. 당사자 여러분. 여러분의 마음 나눔을 파도손의 당사자 동료들이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