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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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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수기) 파도손을 만나 동료상담가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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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파도손관리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6,151회   작성일Date 21-05-04 14:34

    본문

    < 파도손을 만나 동료 상담가가 되기까지..>

     

     

    파도손 동료상담가 이 도 현

     

      20205월 쯤, 나는 내가 입원해 있던 정신과 병원의 사회복지사 팀장님을 통해 파도손이라는 곳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 당시, 그 곳은 나와 같은 정신 장애인들을 위해 일을 하는 곳이고, 내가 앓던 조울증으로 인한 모든 경험들이 경력이 되어 아직도 정신과적 증상으로 힘들어 하고 있을 동료 당사자들을 만나, 선 경험자로서 상담을 해드리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병원의 사회복지사 팀장님께서는 나에게 자리가 나는 대로 알려 주겠다고 했고, 나는 채용 마지막 날 저녁에 급하게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게 되었다. 다행히 합격이 되어 다음 날 파도손에 방문하였고, 그 날 나는 이정하 대표님을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면접이 생각보다 그리 까다롭게 진행되지는 않았고, 대표님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나는 파도손에서 실시하는 동료 상담가 교육에 참여할 수 있었다. 교육의 교재로는 이야기 뚜껑이라는 책이 사용되었고, 그 교육은 두 달 반가량 진행되었다. ‘이야기 뚜껑이라는 책과 파도손에서 진행되는 동료상담가 양성교육 과정은 생각보다 전문적이고, 동료 상담가로서 지녀야 할 자질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사실은 많이 놀랐다. 교육이 진행 될수록 동료상담가 양성교육의 진행을 맡고 계신 교수님과 선생님의 질문은 그 동안 알지 못했던 그리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나의 내면을 끄집어내어 끊임없이 분석하였고, 함께 공부를 하고 있는 동료 상담가 선생님들과의 의견 공유도 계속 되었다.

     

      또한 내 증상을 외재화 함으로써 사람과 문제를 철저하게 분리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각자 표현해 보는 작업을 하였다. 이는 증상과 사람 사이에 거리를 두는 작업을 통해 발병 전 자신의 모습과 조우하거나 증상을 따로 떼어내어 독립적인 자기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조울증을 앓고 있던 나는 나의 증상을 풍선이라는 사물로 외재화 하였는데, 조증이 심해지면 터지기 일부 직전의 빵빵해진 풍선의 모습으로, 그리고 울증이 심해지면 공기가 다 빠져서 흐물흐물해진 풍선의 모습으로 표현을 하였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이 교육을 받기 전 조울증을 스스로 관리하는 방법을 너무나도 몰랐다. 힘들었고 지쳐 있었으며 혼란스러웠다. 조증이 올 때면 평소보다 활동량이 많아져 잠을 안자도 피곤하지 않을 정도로 과한 몰입과 망상에 시달렸고, 절제가 되지 않는 쇼핑을 하거나 말수가 많아지기도 했다. 그리고 조증 증상의 연장선으로 낮과 밤이 완전히 바뀐 생활을 하게 되면서 일상생활이 무너졌고 힘든 하루하루를 몇 달간 보내기도 했다. 또한 반대로 울증이 오게 되면, 열정적으로 했던 모든 계획들이 무너지고, 정신적으로 심한 무기력증에 시달렸으며 하루 종일 식사도 안하고 잠만 자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증상을 풍선으로 외재화를 하고 보니, 이제는 내가 원하는 풍선의 모습으로 다시 그려 보는 게 가능해 졌다. 그 모습은 적당한 크기의 풍선이 내가 바라 볼 수 있는 적당한 거리에 위치 해 있고, 나는 그 풍선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작업을 통해 일상생활 유지가 가능해 졌고, 과거에는 풍선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조금 떨어져서 보니 오히려 그 증상은 내 인생에 있어 함께 가야 할 친구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의 경험을 듣고 의견을 나눔으로 해서 나는 내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었고, 나만 아픈 게 아니었구나.. 나처럼 여기 이 자리에 함께 있는 내 동료들도 오랜 시간 많이 아팠구나...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힘든 순간이 올 때면 서로 토닥여 주며 곁을 지켜주는 나의 동료들은 참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동료 상담가 양성과정 수업을 통해 내 마음 속 가장 아픈 부분을 치유 받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 내면 가장 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소통의 욕구, 즉 내가 세상에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조울증 환자가 되면서 인간적인 모멸감과 수치심 그리고 사회 안에서의 무시 등을 나는 이미 받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조증 증상이 심해져 화가 나는 감정을 절제하지 못했었던 때가 있었다. 나는 그 때 당시 재입원이 결정되어 또 다시 병원에 가야했고 컴퓨터만 바라본 채 내 말을 무시하는 듯 한 차가운 인상의 여의사 선생님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그 때 부모님께서는 그런 나를 홀연히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앉아 계셨다. 그 때의 기억을 감추고 있었는데 나는 파도손에 와서야 내 마음의 문을 열고 그 때 너무 아팠노라고 말을 함으로써 동료들에게 이해 받았고 치유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비로소 배울 수 있었다. 아팠던 기억만 있는 줄 알았는데,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시간을 통해 나는 참 친구가 많았던 아이였고, 친구들과 자주 했던 놀이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고무줄놀이였으며, 일기쓰기를 좋아하는 착실한 학생이었다는 걸 회상할 수 있었다. 이런 말을 하고 보니, 추억은 어른이 된 나에게 지금의 삶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된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하는 것 같다


      나는 조울증을 앓기 전부터 가족들에 대한 원망하는 마음이 있었다. 20대 시절의 나는 동시통역사라는 꿈이 있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가족들과 보낼 수 있었던 시간을 간과했다. 내 눈 앞엔 그 꿈을 어떻게든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나도 컸다. 그 당시 가족들은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공부 대신 사회생활을 경험하거나 휴일에는 적어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길 원했다. 하지만 나는 30대 초반이 될 때 까지 내가 선택한 꿈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일은 가족들과의 심한 갈등을 낳았다. 나는 점점 집안에 머무는 대신 혼자 방황을 했고,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하는 등 하루하루 혼자만의 시간들을 보냈다. 그 긴 시간 동안 우리 가족은 점점 함께 하는 추억이 없어졌고, 대화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부모님은 결혼을 일찍 해서 가정을 이룬 오빠와 새언니, 그리고 조카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나로 인한 아픈 마음을 달랬던 것 같다. 그런 시간들이 참 아프게 느껴진다는 건 가족들도 나도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이 되어서야 나는 이야기 뚜껑에 나오는 나의 인생클럽생명나무를 알게 되었고 새삼 가족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깨닫게 되었다. 나의 인생클럽을 배울 땐 내 인생의 1등 회원은 나의 가족이라는 걸 다시 배웠고, 생명나무를 배울 땐 내 인생의 뿌리엔 사랑하는 가족 뿐 아니라 책, 음악, 영화, 종교 등 많은 것들이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삶 속에는 신뢰와 소통 그리고 자기결정권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던 나는 과거의 나보다 훨씬 단단해진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동료 상담을 하는 데 있어 왜 내 자신을 알아야 하고,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또 대답 해 보는 연습을 해봐야 하는 지 처음엔 미처 몰랐다. 경청을 하는 일이 왜 이렇게 중요한지 잘 몰랐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 과정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과거의 내 모습을 돌이켜 보게 해 주었고, 내 증상을 스스로 관리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으며, 내 자신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또 내 자신을 잘 아는 것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걸 일깨워 주었다


      그러고 보니, 잊지 못할 추억 한 부분이 떠오른다. 바로 내가 첫 상담을 나가서 동료 당사자분을 만났던 순간이다. 나는 그 때 동료 당사자 앞에서 이야기를 듣고 메모하기 바쁜 마치 일반 상담가 같은모습을 보여드린 실수를 저질렀다. 그런 나의 모습에 당사자 분은 마음이 불편해 졌는지 일찍 그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그 때를 생각하면 참 후회가 되고 왜 그렇게 밖에 상담을 못해드렸는지 그 당사자 분께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지금도 나는 그 때 내가 맡았던 첫 동료 당사자 분을 만나 상담을 해드리고 있는데 요즘은 그 당사자 분께서 나를 만나는 날이면 많이 기다려지고 이렇게 매주 만나서 상담을 하고 가면 마음속 애정결핍이 채워지는 것 같다는 말씀도 해주셔서 나 또한 상담을 하는 데 있어 보람을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동료 상담가의 길... 많은 말을 하기보다 필요한 순간 동료 당사자의 곁을 지켜주는 것, 내가 중심이 아닌 동료 당사자의 말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나는 경청을 해드려야 하는 입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내가 궁금해 하는 걸 해결하기 위한 질문이 아닌 당사자의 머릿속에서 나온 말을 잘 듣고 당사자가 원하는 질문을 하는 것. 내가 파도손의 동료 상담가로 일을 하며 참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요즘이다.



      이제는 상담가의 모습이 아닌 파도손의 찐 동료 상담가로 남아 나의 동료 당사자들의 마음을 위로해 드리고 곁을 지켜주고 싶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나에게 동료 상담가로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파도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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