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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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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시아
    댓글 댓글 2건   조회Hit 1,158회   작성일Date 25-06-11 18:59

    본문

    아버지, 참 오랫만에 불러봅니다.

    아버지는 현재 어디에 계신지 궁금합니다.
    천주교 에서는 죽음 넘어에 천국이나 연옥 또는 지옥이 존재한다고 가르칩니다. 아버지께서는 어디에 계신가요?
    연옥에 계시기를 믿고 소망합니다.
    천국에 계시기를 소망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아타깝기만 합니다.

    연옥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하느님을 믿지 않았고, 아프시기 전에도 동네의 이웃과 크게 다툼이 있었는데 화해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투신 그분은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우울증 때문에 오랜동안 고통속에서 한세월 보내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엄마한테서 그분과 다투셨다는 이야기를 아버지 돌아가신 지 10년쯤 후에 알게되었고, 잘 모르긴 하지만 사과드려야할 것 같아서 대신 죄송하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아버지는 저와 엄마가 하느님을 믿고 성당에 열심히 다니는 것을 보시고, 성당에서 신자분들이 오랜 기간 동안 찾아 오셔서 기도해 주셨음을 보시고도, 또 제가 회복이 잘 되어가는 것을 보시고도 감사하지 않으셨고 믿음을 거부 하셨습니다. 저라면 내 자녀가 심각하게 아팠다가 점점 나아지는 것을 보면 너무 감사해서 하느님께 관심이 기울어지거나 무엇인가 느낌 이라도 있으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아버지는 그냥 무덤덤 하시고 하느님에 대해 관심이 없으셨습니다. 토속적인 것이나 미신에는 믿음이 있으셨지만 교회엔 관심이 없으셨습니다. 성당 다니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신 것 만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청소년기엔 마음 속으로 아버지를 너무도 미워하다 못해 증오하고 혐오 하기까지 했었습니다. 사람을 너무 미워하면 그 자신에게 마귀가 들어온다고 들었습니다. 저에게 마귀가 들어와서 아버지를 혐오했던 마음이 마음의 병을 더 깊게 했던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결혼한 후 20여년이 지나 몸이 쇠약해 지셔서 병고를 자주 겪으시던 어느날,
    "나를 왜 그렇게 미워하니? 난 잘못한거 하나도 없다."고 하시면서 속상해 하시는것 같아서,
    "네. 아버지는 아무 잘못 없으십니다. 우리들 키우시느라고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어요.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아요."하고 안심시켜 드렸었지요.
    사실 그땐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았었습니다. 그 전 10여년 전 신혼때까지는 미워 했지만요. 그 꿈을 꾸기 전까지는요.

    그 꿈이라는 것은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꿈이었는데 저는 아버지를 너무 미워해서 돌아가셔도 아무렇지 않을 줄로만 알았는데 그 반대 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꿈속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꿈을 꾸었는데 그동안 마음속으로 미워했던일 때문에 너무 후회가 되었고 말 한마디라도 좀 더 잘해 드리지 못한것에 대해 뼈저린 후회를 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후회해도 소용 없었고, 너무 늦은일 이라서 통곡할 수밖에 없었는데 깨고 나니 꿈 이었고, 너무나 다행스러워서 하느님께 깊이 깊이 감사를 드렸었습니다.
    참 신기한 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아버지께서 살아계신것에 감사하며 살았고, 말 한마디라도 마음 상하시게 할까봐 조심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잔소리 하시는 것은 여전하셔서 좀 거부감이 생기는 감정은 어쩔수 없었습니다.

    청소년기에 그렇게 몹시도 미워했었지만, 아버지도 돌아가신지 오래 되었고, 다 지나간 일이라 생각 했는데도 어떤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청소년기의 아버지 생각이 나서 그때 미워했던 감정이 다시 떠오르고 저를 힘들게 할 때가 생기곤 합니다.
    아버지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니? 나 미워하지 마라."고 하셨는데 왜 자꾸만 잔소리 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는지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냉정하시고 우리들에게 아버지다운 사랑을 주시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음에 안드는 말은 꺼내지도 못하게 강압적이셨고, 우리들의 힘든 처지에 대해 따스한 말 한마디가 부족 하셨던건 아닌지 생각하게됩니다. 아직도 철이 덜든 딸이 투정 부린다고 생각해 주셔도 괜찮습니다.
    아버지께서 살아 계시다면 아버지께 불만 품었던 일들 다 말씀 드리고 다정하게 건네시는 사과의 말씀도 듣고 싶습니다. 그것이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요......

    국민학교 때 방학이면 먼 도시에서 우리동네로 방학을 보내러 오던 결손가정의 또래 친구가 있었는데, 아버지는 그 친구에게 부모님과 관련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하고서 재미있어 하셨는데, 그 친구에게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습니다.
    제가 결혼 하던 날 눈물 흘리셨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한편으론 아버지의 깊은 사랑이 느껴졌고 제 마음이 뭉클 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눈물 흘리시는 것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하나도 슬퍼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느꼈었습니다.
    저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순간을 보면서, 이제 할아버지와 영영 작별인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울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바쁘게 들락날락 하시고 이웃분들과 이야기 하시느라 분주하기만 하셨습니다. 당장 고통속에서 세상과 이별중이신데도 아버지는 슬픈 감정이 없는것처럼 느껴졌었습니다.
    제가 기억을 못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폐쇄병동에 입원해 있을 때도 아버지가 면회 오셨던 기억이 없습니다. 엄마 혼자서 몇번 오셨던것 같고, 엄마와 할아버지께서 함께 면회 오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퇴원 후 약처방 받으러 갔을때 주치의께서 아버지가 이런저런 말씀을 하셨다고 전해 주셨는데 저의 상처난 마음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리고 주치의에게 진실을 말씀드리지 않은것 같아 내마음이 상처받았고 아버지한테 마음의 문을 닫게된 이유가 추가 되었을 뿐이었습니다.
    엄마가 50대 되셨을 무렵 이었던것 같은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쓰러지셔서 의료원에 기약없이 누워 계실때도 아버지는 면회를 안 오셨었습니다.
    집에 가서 아버지께 울면서 엄마한테 병문안 한번 안오시고 병간호를 다 자식들한테 맏기고 어떻게 한번도 안오실 수가 있냐고 울면서 화를 내며 따졌는데, 아버지는 집안일하기 바쁘고 당신 자신도 몸이 아파서 면회를 못갔다고 우는소리처럼 말씀 하셨는데 변명처럼 들렸습니다.
     엄마에게 농담 같지 않은 우스갯소리 빙자해서 이상하게 햇갈리는 말로 엄마의 마음을 빈정상하게 하곤 하신것에 대해서도 기분이 별로였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자꾸만 저의 마음과 어긋났던 것 같습니다.
    그때에 제가 받았던 그 상처들을 안아주렵니다.

    생각해보면 친할머니께서 돐안에 돌아가시고, 호랑이 같았다던 할아버지 한테서 받으셨을 정서적인 아픔과 학대가 있으셨을것 같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생존을 위해 안해본 고생 없다고 하셨던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아버지를 원망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지만 저의 서운하고 상처받은 감정은 저도 어쩔수가 없습니다.

    아버지. 오늘은 이만 편지를 줄입니다.
    평안하시길 빕니다.



    *****편지를 쓰는동안 지나간 불편한 감정들과 현재의 불편했던 감정들이 겹쳐져서 마음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럽다.
    부모님들은 자녀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는지...  나의 아버지가 그랬고 내가 나의 자녀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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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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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이님의 댓글

    별이 작성일 Date

    정말 속 깊은 내용입니다. 제가 제 가족에 대해서 지니고 있었던 감정이나 밖으로 꺼냈던 소리도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블로그 이웃 추가 해주셔서 아직도 감사하구요.. 단지 해외다 보니 네이버 로긴에 좀 더 애를 먹게 되는 것 같아서요. 계속 믿고 쓰기엔 조금 불안정하단 얘기입니다만^^;
    파도손에서나마 이렇게 조금 더 오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들의 인적이 더 있었으면 하지만.. 현재로썬 희망사항인 것 같네요.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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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쁨이님의 댓글

    기쁨이 작성일 Date

    평소에 아버지에 대해 담담하게 얘기하셔서 많이 힘드셨을 줄은 몰랐어요. 저희 당사자들을 본인의 병으로 가족들에게 많은 불편을 주는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 힘들었던 가족 관계를 겪어온 거 같아요. 부모님이 자녀를 위해 헌신하셨지만 잘못된 양육 방식과 부모님의 사고방식을 강요 당하고요. 어쩔 때는 저런 환경, 저런 부모님 밑에서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는 게 더 힘들었겠다 싶어요. 저도 지금도 부모님이 너무 싫어요. 같이 있으면 숨 막혀요. 두  분 다 나이도 많이 드시고 많이 아프시고 쇠약해지셨어요. 당사자들이 고지식한 부분도 많아요. 부모님에게 힘들게 자랐지만 도리를 해야 할 거 같고 근데 당사자들에겐 트라우마 일수도 있고 같이 있으면 힘든 사람이 가족이기도 해요. 오늘 책에서 봤어요. 서로 존중하되 의존하지 않는 관계 '쿨트러스트' . . .저희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싶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런 관계 같습니다. 부모님이 저희 키우느라 고생 많으셨지만 '효'를 중시하는 동양에서는 더욱 죄악 시 되는 의견이지만 일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그런 환경에서 그런 부모님들의 성품과 양육 환경에서 자라는 당사자들을 위로하고 싶습니다. 부모님들도 우리처럼 약을 먹진 않았지만 우리가 살기 위해 증상을 겪게 된 것처럼 부모님들의 성품도 그렇게 변하셨겠죠. . .그리고 저ㅅ희를 키우셨던 거겠죠. 누구의 잘잘못도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본인의 비뚤어진 성품에 갇혀 사는 삶과 약을 먹고 사는 당사자들의 삶이 안쓰러울 뿐입니다. 그냥 모두다 편안했으면 좋겠어요. 시아님 글을 보고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의 마음은 이렇구나 이쁘게 봐주시기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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