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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기와 권력 (미셸 푸코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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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파도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6,743회   작성일Date 19-02-14 11:38

    본문

    광기와 권력 (미셸 푸코의 생각)

     

     

    박 정 자

    -20009월 한겨례 문화센터 강의 내용

     

     

    <광기의 역사>의 탄생

     

    <광기의 역사>의 역사를 잠깐 훑어 보겠습니다. 이 책은 원래 1958년에 스웨덴의 웁살라 대학에 박사논문으로 제출되었으나 탈락된 것입니다. 당시 푸코는 웁살라의 프랑스 문화원장으로 있었습니다. 푸코의 논문을 읽은 과학사 전공의 린드로트 교수는 원고의 부피와 문체의 현란함에 기가 질렸고, 차라리 문학에 가까운, 한껏 멋을 부린 이 긴 글이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대학에 제출될수 있는 논문이라고는 상상도 할수 없었습니다. 원고를 돌려 받은 푸코는 "문체가 지루하고, 글을 명확하게 쓰지 못하는"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그러나 정신분석학이 발달해온 사회적, 도덕적, 상상적 맥락의 역사를 쓰는것이 자신의 의도라고 말하며 논문을 받아줄것을 호소했으나 허사였습니다. 린드로트는 천재의 징후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지요. 푸코는 프랑스에 돌아와 소르본느에서 이 논문을 제출하여 박사학위를 받았고, <고전주의 시대의 광기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습니다. 1961년의 일입니다.

     

    <광기의 역사>의 초기 반응

     

    푸코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기념비적인 책이지만 이 책이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은 다양했습니다. 초기의 반응 중에서 미셸 세르와 롤랑 바르트의 견해가 재미있습니다. 미셸 세르는 "논리적 추론의 한 가운데에, 박학한 역사적 자료의 한 가운데에 이 어둠의 사람들에 대한 막연히 인도주의적인 사랑이 아니라 거의 경건한 애정이 감돌고 있다. 그의 책 안에서 이 어둠의 사람들은 영원한 우리의 이웃, 우리의 또 다른 자아로 당당하게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은 하나의 고함소리이다. 그리하여 투명한 기하학은 삭제, 치욕, 추방, 격리, 패각추방, 파문들의 엄청난 고통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비장한 언어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롤랑 바르트는 "물론 푸코는 광기를 정의하지 않았다. 광기는 인식의 대상이 아니며 단지 그 역사를 찾아보아야 한다. 굳이 인식을 말하자면 광기 자체가 인식이다. 광기는 병이 아니며 시대에 따라 변하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의미일뿐이다. 푸코는 광기를 결코 기능적 실재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서 광기는 이성과 비이성, 보는자와 보이는자 한 쌍이 만들어내는 순수 기능일뿐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한 사회에서 패각추방 당하고 격리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라는 미셸 세르의 독서법과 광기는 이성과 비이성의 대립적 쌍이 만들어내는 기능이라는 롤랑 바르트의 독서법은 그 후 이 책이 사람들에게 수용되는 양대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신의학 운동을 주도

     

    우선 광인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애정은 반정신의학의 흐름과 연결되었습니다. 1965년 영국에 번역된 포켙판이 당시의 반정신의학 운동을 주도하던 레잉과 쿠퍼의 관심을 끌었던것입니다. 그들은 프랑스에서 읽힌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이 책에 부여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이 책이 사회 운동에 기여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갖게 된것은 685월 혁명 이후였습니다.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고 모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이 팽배한 분위기 속에서 이 책은 가장 전복적이고 도발적인 책으로 각광받게 되었습니다. 이런 흐름은 저자의 생각도 바꿔 놓았습니다.

    1972년에 재판을 발행하면서 푸코는 초판의 서문을 없애고 반정신의학과 보조를 맞추는 서문을 쓸까 망서리다가 결국 서문을 쓰지 않는 이유를 짤막하게 써넣는것으로 서문을 대신했습니다. 서문을 쓰지 않는 이유란 저자가 자기 책의 적합한 사용법을 미리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것입니다. <광기의 역사>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억압, 폭력, 감금, 분할통치, 분리, 배제등의 단어들이 사회의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반정신의학 운동은 이 책의 해석을 아주 빈곤하게 만들어준 측면도 있습니다. 이 책이 갖고 있는 다채로운 이미지의 문학적 가치가 단순히 억압 세력에 대한 고발로만 의미가 축소되었기 때문입니다.

     

    인식론적 단절'의 전통

     

    이 책은 원래는 그렇게 실천적인 관심 속에서 쓰여진 글이 아닙니다. 한 문명이 자신의 외부로 간주되는 어떤것을 배척하는 과정을 광기의 예에서 살펴보는 방법은 어떤 의미에서 그렇게 전복적인것도 아닙니다. 과학적 담론의 진실성이 절대적인것인가?라는 질문은 이미 60년대 초 당시의 대학 전통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슐라르의 '인식론적 단절' 또는 '인식론적 문턱'의 개념이라든가 캉길렘의 '개념의 변형과 자리이동'이라는 주제 안에 이미 들어 있었습니다.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이론도 그것이지요. 토마스 쿤은 "한 세대가 유연하고 복합적이라고 경탄하는 한 개념이 어떻게 다음 세대에게는 그저 단지 모호하고, 불투명하며, 거추장스러운 개념이 되는가?"라는 문제에서 과학이란 그 시대의 과학적 영역을 제한하는 한 패러다임에 일치함으로써만 견고성을 유지한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었지요. 그런 의미에서 <광기의 역사>는 바슐라르나 캉길렘의 인식론적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대학논문으로도 읽힐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이 원래 의도하지 않았던 정치적 반향은 푸코의 그 후의 연구 방향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권력의 문제가 그것입니다. 70년대초 이탈리아에서 열린 심포지움에서 그는 "모든것이 마치 보이지 않는 잉크로 쓰여졌다가 적당한 시약을 바르면 종이 위에 나타나는 비밀 문서처럼 그렇게 홀연히 나타났다. 그것은 권력이라는 단어였다."라고 말했습니다. <광기의 역사>에서 아직 권력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나중에 권력의 개념 혹은 지식-권력의 짝을 연구하게될 출발점이라는것이지요.

    과연 <광기의 역사>에는 권력의 문제가 보이지 않는 백색 잉크로 쓰여져 있습니다. 광기에 대한 꼼꼼하고 끈질긴 묘사를 읽다보면 그 뒤에서 권력의 모습이 은근히 떠오르니 말입니다. 그는 광기를 비이성에 대한 이성의 담론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이성이 바로 추방의 모델로서 기능하는 권력의 모습입니다.

    그럼 <광기의 역사>의 내용으로 들어가 봅시다. 역사적으로 서구 사회는 광기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요?

     

    르네상스 시대의 광기

     

    푸코의 <광기의 역사>는 흥미로운 문학적 이미지를 제시합니다. 16세기, 그러니까 르네상스 시대에 "라인강이나 화란의 조용한 운하를 미끄러지듯 흐르는 이상한 배"가 나타납니다. 소위 '바보들의 배'입니다. 도시에서 추방된 광인들을 태우고 라인강을 따라 유럽의 도시에서 도시로 이어지던 신비한 배의 모티프는 보쉬, 브뤼겔등의 그림과 브란트의 문학등 초기 르네상스의 전 작품에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광인들을 선원에게 넘겨주는것은 그들을 더 이상 도시의 성벽 안에서 배회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인 동시에 그들을 순화하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희랍 신화의 율리시즈에서 셱스피어의 <함렛>, 그리고 선원들을 미치게 만드는 로렐라이의 전설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유럽인의 상상 속에서 물과 광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광인들의 항해가 서구인들의 꿈 속에서 아득한 옛날의 모티프와 닿아 있는것이라면 왜 15세기에 갑자기 이것이 문학이나 성상화(聖像畵)의 주제로 떠올랐을까요? 왜 바보들의 배와 미친 선원들의 모습이 갑자기 일상적인 풍경 안에 침입해 들어왔을까요? 그것은 광기와 광인이 세상이라는 연극의 주인공으로 떠올라, 세상을 조롱하고 인간들을 웃음거리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소극(笑劇), 풍자 희극 등에서 광인, 바보, 멍텅구리들이 점점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무대 한 옆에 서있는 우스꽝스러운 보조 인물이 아니라 무서운 진실을 말하는 어떤 전언자가 되었습니다.

    양반을 거침없이 조롱하는 우리의 탈춤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갈것입니다. 그들의 존재는 그 자체가 위협이었습니다. 그들의 거침없는 말에 위협을 느낀 정상적인 사람들은 그들을 쫒아내고 싶었겠지요. 보슈, 브뢰겔, 뒤러의 그림에서 보이는 광기는 감성적 세계의 진실을 무화시키는 어떤 은밀한 비밀입니다. 그것은 악과 어둠의 세력과 연결된 광기이며, 사탄의 승리와 비슷한 광기입니다. 요컨대 바보들의 배는 중세말 유럽 문화의 지평에 갑자기 떠오른 불안감의 상징입니다.

    같은 시대에 에라스무스는 <광기 예찬>(1509)이라는 저서에서 광기를 마술적이고 허구적인 이미지로 다루었는데 이것은 인간의 환상과 이성의 불확실성을 폭로하기 위한것이고, 또 박학한 학자와 신학자들의 무지와 자만을 조롱하기 위한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에라스무스의 광기는 이성과 대화하는 광기입니다.

    한쪽에는 비극적 광기가 있고, 또 한쪽에는 인본주의자의 냉소적인 시선 밑에서 그 힘이 한껏 약화된, 거의 순치된 광기가 있습니다. 이때부터 두 길의 분리가 시작되고, 틈이 벌어졌으며, 그 틈새는 세기를 거치면서 더욱 더 깊어졌습니다. 하나는 비판적 의식의 길인데, 이것은 과학에 귀착되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비극적 면모의 길인데, 이것은 침묵으로 귀결되고, 나중에 고야, 반 고흐, 니체, 아르토의 작품에서 되살아나게 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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