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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장애인 당사자 심층면접 결과- 가족 안에서 경험하는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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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파도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5,740회   작성일Date 19-02-2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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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장애인 당사자 심층면접 결과 (33인)

    ………………………………………………………………………………………………………

    출처 :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2017년 통합결과보고대회 자료집)중




    2. 가족 안에서 경험하는 차별

     


    정신장애 당사자들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족은 생명의 출발선이고 최후의 안식처일 것이다. 무조건적인 지지와 사랑이 넘치는 곳, 사회생활의 에티켓과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최초로 익히는 곳, 책임과 의무의 중요성을 배우는 곳, 그리고 인간 생명의 영원한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정신장애인들에게도 가족은 그러할까?


    인터뷰에 응한 참가자들 중 가족 구성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서먹서먹한 사이이거나 때론 매우 적대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정신장애 자체를 부정하거나 극도로 기피하려는 사례도 있다. 아래 ‘참여자 9’의 사례처럼, 심지어 자녀의 정신장애를 인정하기 싫어 정신과 약물복용이나 병원 치료조차 극구 부정하는 경우도 있다.


    제가 사고를 많이 치고 불안정한 생활을 했을 때 주변에 가족 친척들이나 그런 분이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많이 했다는 소리를 들었었거든요. 근데, 저희 부모님은 그거에 대해서 너무 부정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저희 작은 아버지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에 부정하는 마음, ‘내 자녀가 굳이 그렇게 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있어서 ... (참여자 25)


    엄마가 굉장히 정신과약에 대해서 편견이 많으세요. 그리고 주치의 선생님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싫어해요, 엄청 싫어해요. 엄마 같은 경우 제가 지금은 약을 숨겨서 먹든가 아니면 알아서 어떻게 해서 먹고 있긴 한데. 엄마가 약을 못 먹게 하려고 약을 막 버린 적도 있고요. 아니면 앞에서 그냥 찢으면서 “이런 건 먹을 게 못 된다”라고 하신 적도 있어요. 그리고 “너 병원, 정신병원 가지 마라.”, “너 정신병원 약 먹지 마라, 그것 때문에 살찌는 거다.” (참여자 9)


    정신장애인에 대한 가족들의 통제과 차별은 일상생활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아래 사례처럼 성인인 정신장애인은 간단한 외출조차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가족의 통제를 받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아래 ‘참여자 3’의 진술은 정신장애인이 경제활동조차 거부당하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어머니하고 항상 같이 다니면서 내가 이 정도는 나 혼자서 다닐 수 있는데, 나 옷 고르려고 혼자서 어디든 갈수 있는데, 아버지랑 어머니는 항상 머라고 하시고 “너는 안돼, 혼자 가지 말고 어머니랑 같이 가.” 아버지께서 항상 참관하실 것처럼 집안에만 있게 하고, 외출을 하더라도 부모님하고 같이 외출을 하거나 밖에 나와 봤을 때 아버지가 항상 꾸지람을 하셨던 삶이었던 거 같고, (중략) 정상적으로 관계를 유지를 하거나 모임이 있어도 항상 저만 외떨어지거나 그런 적이 많았던 거 같아서, 저 그 뒤로 가족들에 대해서 형제들하고 전문적으로 얘기하거나 정상적으로 “야, 어디 가자는데 커피 마시러 가자, 과자 사먹자” 이런 얘기하기가 너무 어렵고 심리적으로 오히려 더 피해의식을 느꼈던 거 같기도 하고, 그렇게 살았던 거 같아요. (참여자 16)


    여기저기 돈 벌기보다는 내 입장에서 봤을 때, ‘나도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 라는 바람 때문에 진짜 많이 찾았었는데, 엄마가 “너 그냥 집에 있어라, 힘든데 일자리 구하지 말고, 그냥 집에 있어라” 이럴 때 진짜 싫었고요. (참여자 3)


    또 정신장애인은 집안 대소사에서도 배제되고 가족들 사이에서 발언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배재되는 느낌은 약간씩은 받은 적은 있어요. 부모님 둘이서만 이야기하시고 제 의견은 약간 들을 필요가 없다 이런 쪽에 생각이신 거죠. 잘 모르겠는데 제가 대화에 끼어들고 싶어도 끼어들 분위기가 아니고, 그 점에 대해선 좀 섭섭하다고 생각해요. (참여자 18)


    가족들 만나면 새엄마가 저를 냉대하죠. 그 다음으로는 올케가 냉대하죠. 그러면 우리 언니들은 왜 그렇게 냉대 받는 자리에 오냐고. “어버이날이나 제사나 명절 때 너는 빠지라”고. 차라리 그 수모를 당하느니 빠지라고 그랬는데 저는 성격 상 그러질 못해서. (참여자 24)


    집에서 대소사에 대해 얘기를 안 해줘요. 누가 돌아가셨고.. 나중에 물 흐르듯이 얘기하고 이런 일이 있었다고만 얘기하시고, 친척들은 전혀 모르고요. 제가 병에 걸렸는지. 그리고 가족들에게 그런 차별을 받을 때 일상생활에서 ‘그냥 너는 병이 있으니까’ 정신병을 갖고 있는 당사자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조현병에 대해 잘 알지를 못하셔서 그렇게 차별을 하고 그러시는 것 같아요. (참여자 32)


    이렇듯 가족 안에서 자신의 위치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배제되는 정신장애인은 더 넓은 사회생활에서도 적절한 대인관계와 사회관계를 형성하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가족들의 억압과 차별은 폭력적 언행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언어폭력은 때론 노골적이고 때론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데, 어떤 경우든 정신장애 당사자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된다. 특히, 가족에 의한 언어폭력이기에 더 심한 마음의 상처가 된다.


    저희 부모님 같은 경우는 “정신장애인이 사람 같지도 않은데 무슨 인권이 있냐, 인권 그런 것 필요 없다”(라고 말해요). (참여자 20)


    저희 부모님은 강제입원제도 없어진다 했었을 때, “강제입원은 반드시 있어야 된다”면서, “증상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강제로 찾아내서 입원을 시켜야 된다”면서, 그 말이 너무 공감이 안 되고 당황스럽기도 했었어요. (참여자 20)


    저희 올케 언니가 저보고 그딴 식으로 살면, 앞으로도 정신병원에 자주 입원을 하게 되면 결국 그 병원비를 아버님이 대는 게 아니라 오빠와 자기가 댈 텐데, 그 따위로 정신을 못 차리고 사냐고 얘기를 하는데, 저는 정말 상처를 받았어요. 그 때가 30대 초반이었고 저는 중반쯤이면 좋아질 거라고 희망을 가졌었는데, 올케 언니가 그런 얘기를 하니까 저한테는 너무 상처가 됐고. (참여자 24)


    저보다 4살이 어린 데도 저한테 한 번도 오빠 소리를 한 적이 없고, 기본 호칭이 “야, 너”. 저 굉장히 아팠을 때, 한 20살에서 25살 때, 그때는 그냥 “너 같은 뭐는 그냥 나가서 죽었으면 좋겠다.” (중략) 언어적인 부분에서 동생이 그렇게 안 해 주는 게 아닌가 생각하는 편이죠. (참여자 7)


    특히, ‘참여자 7’이 진술하는 “저보다 4살이 어린 데도 저한테 한 번도 오빠 소리를 한 적이 없다”는 대목에서 정신장애인이 가족 안에서 겪는 고통이 어느 정도인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사례라고 보기는 어렵고 다소 극단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또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실업상태에 있어서 가족 안에서 경제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저희 엄마가 제 월급을 관리하기 때문에 제가 금융기관에 자주는 못 가거든요. 그런데 대충 어떻게 이용법은 통장 정리하는 이런 건 알고 있고요. (중략) 제가 은행을 자주 이용하지 않아요. 저희 어머니가 월급 관리, 통장 관리를 해 주셔서. (참여자 17)


    (기초수급권자) 제가 받은 게 아니고, 병원비가 많이 나오니까 어머니가 밖에서 만드셨나 봐요, 저한테 동의 안 구하시고...(수급비) 어머니가 다 관리하시고 방세랑 먹는 것만 해 주시고 나머지는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4, 5년 전부터” (참여자 7)


    물론, 가족이 선의로 그런 행동을 할 수도 있겠지만 경제력이 전혀 없는 정신장애인은 성인으로서의 사회적 지위를 박탈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용돈 몇 천원이 없어서 동료들에게 담배를 얻어 피워야 하는 정신장애인에게 어떻게 성인의 지위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끝으로, 아래 사례는 정신장애 당사자가 가정 안에서 어떻게 소외되고 배제되지, 그리고 어떻게 책임전가가 이루어지는지를 매우 논리적인 진술로 설명한다.



    가족이 절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켰잖아요? 그때부터 가족들이 무조건 나보다 옳은 존재가 돼버린 거야. 나는 무조건 이상하고 자기는 정상이라는 거예요. 심지어는 나는 거짓말을 안 하는데 본인은 거짓말을 해놓고 뭐라 그러면, 그거를 뒤집어 씌워.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이에요. 자꾸 당사자를 의심하게끔 만드는 거예요. “넌 잘못 됐어, 네가 이상한거야.” 당사자는 “정말 내가 정상인가, 내가 이상한가” 이렇게 돼 버리는 거야. 위축되게 만드는 거지.


    가족에서 중요한 사항들이 있잖아요, 자기들끼리 논의해. 전 항상 빠져있었고. 2006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에도 가족들은 내가 부모님한테 뭘 안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거든. 부모님한테 받은 만큼 더 많이 해요, 저는 그랬어요. 엄마가 날 돌봤던 거보다 제가 엄마를 돌봤던 시간이 훨씬 더 길어요. 근데, 그거 다 삭제시키잖아. 당사자한테 받은 거는 없는 셈 쳐버리고 당사자한테 준 것만 얘기해. 어머니를 말기 암 투병할 때까지, 난 회사를 휴직하면서까지 돌봐드렸는데 사후에 재산처리 과정에 가족들끼리 나눠가졌어요. 형제들끼리. 왜냐하면 저는 가정이 없었고 자식을 안 키우고 있었잖아요? 자식 키우는 형제들끼리 알아서 다 처리했어요. 저한테는 100원 한 푼도 안 줬어요. (참여자 28)


    위 ‘참여자 28’은 ‘가스라이팅’이라는 의미심장한 단어를 사용하였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란 특정한 상황을 조작하여 누군가의 마음에 자신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대신 타인이 그 사람을 조종하여 결국 파국으로 이끈다는 심리학 용어이다. 이 현상은 가족과 연인 등 주로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대다수 정신장애인들은 가족관계뿐 아니라 사회관계에서도 크고 작은 ‘가스라이팅’을 경험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가족은 태어날 때부터 같이 살고 일상을 함께하는 가장 친밀한 관계여야 한다. 그럼에도 정신장애인은 가족이라는 관계와 공간에서조차 비인간화되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사례들은 가족 내에서 발생하는 정신장애인 식구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억압적 형태들을 생생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그렇다고 가족만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역사회재활시설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가족은 정신장애인 식구의 돌봄 부담을 전적으로 떠안아야 한다. 오늘날 핵가족 구조에서 가족에게 이런 부담을 지우는 건 합당하지 못하다. 국가와 지역사회가 정신장애인의 돌봄을 책임져야 할 때다. 가족 안에서 정신장애 당사자만 억압을 당하는 게 아니라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또 다른 형태의 피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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