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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철 칼럼] 집단 거주시설에 ‘코호트 격리’라는 폭력이 용인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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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파도손관리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4,181회   작성일Date 21-01-2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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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두기의 일상적 답답함과 비교될 수 없는 폭력적 격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우리 일상 생활 양식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바이러스 감염확산 초기부터 각종 SNS와 언론에는 코로나19가 빼앗아간 일상에 대한 갈망, 이전과 같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관계하고 싶다는 열망이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 조금 혼란스러웠다. 단 며칠, 몇 달 동안 외출을 ‘자제’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일상을 갈망하는데, 권리와 자유를 송두리째 빼앗긴 채 몇십 년을 관리·감독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시설 중심 복지제도’는 대체 왜 용인되는 것일까.


    재난의 시기에 ‘시설 중심 복지제도’는 재앙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제장기돌봄정책네트워크(International Long Term Care Policy Network)’가 발표한 ‘케어홈(장기요양시설) 코로나19 관련 사망률’ 예비조사 자료에 따르면, 해외 코로나 사망자의 절반 가량이 장애인거주시설·정신병원·요양병원과 같은 집단거주시설에서 죽었다. 한국의 경우 같은 형태의 통계는 없지만, 장애인거주시설·요양병원·구치소에서 집단감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 인구 수 대비 장애인 인구 비율은 5%인데 반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중 5명 중 1명이 장애인이다. 이는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시설을 그대로 두고, 이를 더 공고히 지역사회와 격리시키는 정책과 구조를 고수한 이들이 만들어 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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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관으로 장애인 단체들은 지난달 29일 서울시청 정문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장애인수용시설 신아원 '긴급탈시설' 이행 촉구 천막 농성" 기자회견을 열었다.ⓒ장애여성공감


    대책 없는 정부, 간사한 서울시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송파구 소재 장애인 거주시설 신아 재활원(신아원)에서 4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후 방역당국은 신아원 확진자에 대한 제대로 된 치료 계획 없이 확진자와 비확진자 모두를 코호트 격리했다. 장애인 운동단체들이 12월 29일 서울시청 앞에서 신아원 거주인들의 ‘긴급 탈시설’을 촉구하며 농성을 시작하자, 시측은 ‘긴급 탈시설’이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긴급 분산조치’로 명명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승인을 전제로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제가 달린 책임 떠넘기기였다. 그렇지만 촌각을 다투는 사안이기에 단체들은 서울시청 앞 농성을 중단했다.


    장애운동단체들은 사흘 뒤인 12월 31일 서울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신아원에 대한 ‘긴급 분산조치’와 집단거주시설 전체에 대한 코호트격리 중단을 중대본에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했다. 농성이 진행되는 동안, 신아원 관련 확진자는 70명으로 늘어났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12월 31일 중대본에서 확진자를 병원으로 이송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1월 10일엔 서울시에서 남아 있는 이들에게 임시 숙소를 제공하며 ‘긴급 분산조치’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중대본은 ‘긴급 탈시설’ 혹은 ‘긴급 분산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고, 서울시 역시 구체적인 탈시설 계획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나흘 뒤, 다시 악몽이 시작됐다. 서울시는 1월 19일 장애계와 송파구청과 신아원이 함께 하는 4자 면담 자리에서 “신아원 거주인에게 지원할 임시 거주공간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재입소가 불가피하다”며 약속을 파기했다. 그리고 74명이 다시 신아원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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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운동단체들이 31일 서울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신아원에 대한 ‘긴급 분산조치’와 집단거주시설 전체에 대한 코호트격리 중단을 중대본에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했다. 2020.12.31ⓒ사진제공_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예견된 재앙, 시스템의 문제

    게다가 서울시는 방 하나 당 한 명씩 거주하며 1:1 지원이 가능할 수 있도록 재입소 인원을 30명으로 제한하라는 장애계의 마지막 요구조차 묵살했다. 신아원에는 여전히 한 방에 여럿의 삶이 억지로 우겨넣어져 있다. 더 분노스러운 건 면담에서 신아원 원장이 시설 내 사진을 보여주며 시설보강비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했고 한 방에 3명씩 들어가는 살기 좋고 안전한 곳이라고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그 이전엔 신아원 직원이 장애인 운동단체들이 신아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시작하려 하자 기자회견 현수막을 칼로 자르며 ‘우리 땅’이라고 역정을 내는 일이 있기도 했다.


    그 땅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들여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래야 밥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시스템의 문제이지만 여기에 참여하는 개인들의 성찰이 없으면 상황이 나아질 수도 없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자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낙인찍고, 그것을 행하는 착한 주체로 그들 자신을 규정가능하게 만든 것은 시스템이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삶의 선택지 중 하나, 아니 어쩌면 유일한 선택지로 집단 거주시설을 만들어 두고 그 정책을 우선적으로 펼치는 구조적 폭력 때문이다.


    지난 십 여년 간 탈시설을 외쳐 온 장애인들과 장애운동가들의 목소리에도, 시설 자본의 눈치에 밀려 시설 중심 복지를 견인해 온 악독함이 문제를 키웠다. 코로나19 확산 1년이 되어가도록 ‘코호트격리’라는 가장 값싸고 간편한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잔인함이, 재난의 시기 재앙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제 밥벌이를 위해 인신을 구속하는 야만에 어떤 정당성도 부여할 수 없다는 사회적 결단이 필요하다. 사람 목숨이 걸려있는 문제인데 결단까지 필요하다는 사실을, ‘거주시설 폐쇄 법’을 발의하지 못해 ‘탈시설 지원법’을 이제야 발의한 국회의 현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물론 당위만으론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고 또 복잡한 문제는 아니다. 지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하고, 원하는 것들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우리와 관계 맺는 사람의 기본적 삶의 조건을 만드는데 셈부터 하지 않으면 된다. 이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계속 이야기해 온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광화문 장애단체들의 해치마당 농성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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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 운동단체들이 신아원 입소자들의 긴급 분산조치 유지와 관련된 항의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1.01ⓒ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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