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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학교 폭력으로 정신장애…세상이 병 주고, 날 가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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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파도손관리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7,292회   작성일Date 20-11-30 13:33

    본문

    [차별금지법은 함께살기법] ③정신장애인 차별


    폭언과 괴롭힘에 얻게 된 질병
    “미쳤다”는 시선에 움츠러들어
    조현병 드러나면 “이사 나가라”
    불안에 불면증, 환청과 환각
    정신병원 폐쇄병동으로 격리
    “왜 내가…억울하고 두려움 커”
    “환자 고립, 차별과 불편 감춰져…
    코로나로 장애인 죽지 않았으면
    처참한 인생 알려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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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철(가명·46)은 2003년 정신장애 진단을 받았다. 증상이 심할 때는 종일 견딜 수 없는 환청이 들려왔다. 요즘은 환청 증세가 잦아든 반면, 불안 증세가 남아 있다. 김수철은 사회에 섞여 일상을 살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한국방송통신대 영어영문학과에 합격했고, 자동차 정비 기능사 자격증도 땄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일산직업능력개발원에서 전자 분야 직업교육도 받았다. 그런데 김수철에게 일자리를 주는 곳은 없었다. 겨우 식당의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했는데, 수입은 한달에 30만~40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식당 사장은 김수철의 정신장애를 빌미로 폭언을 일삼고, 손님이 없는 시간은 휴식을 강권한 뒤 그 시간만큼 시급을 주지 않았다. 말대꾸를 할라치면 “이 정도도 많이 주는 건데, 싫으면 당장 그만둬”라고 했다. “그 뒤로 사람들이 저를 경멸하거나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무서워서 정신장애를 숨기고 얼버무리고 있어요.”


    김수철은 요즘 두려운 일이 하나 늘었다. 기초생활 수급자인 김수철은 이런저런 지원 끝에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영구임대아파트 입주 자격을 확보했다. 생애 처음으로 ‘내 집’ 독립 주거를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김수철은 이웃의 반응이 걱정스럽다. 그룹홈에 거주하던 시절 사회복지사에게 들은 이야기 때문이다. 부모와 함께 아파트에 거주하던 한 정신장애인이 이웃과 사소한 갈등을 벌이다 조현병이 있다는 사실이 노출되고 말았다. 이후 아파트 주민들은 현관 앞에서 단체로 시위를 했고, 일부 주민들이 몰려와 문까지 두드리며 이 가족에게 “이사 나가라”고 요구했다. “그 일이 계속 생생해요. 저도 정신장애라는 이유로 주민들에게 내쫓길까 봐 두려워요. 세상은 정신장애인들이 그런 일 당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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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장애인들 “죽고 나서야 자유로워졌다”

    한국에서 정신장애인들은 더불어 살 수 없는 존재다. 2016년 기준 보건복지부의 시·도 장애인 등록 현황을 보면, 정신장애인 수는 10만여명이다. 이 가운데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이는 6만9162명으로 70%에 가깝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조현병 환자 평균 재원 기간은 50일인 데 견줘 한국은 6배가 넘는 303일에 이른다. 대부분의 정신장애인들이 사회에서 배제된 채 살아간다는 얘기다. 코로나19에서도 이런 실태는 그대로 확인됐다. 지난달 20일 발생한 국내 첫 코로나19 사망자는 경북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20년 이상 생활한 정신장애인이었다. 이 병동 환자 10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7명이 숨졌다. “죽고 나서야 자유로워졌다.” 이들의 죽음을 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한 말이다.


    지난 8일에는 신천지 예수교회에 다니는 한 60대 확진환자가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 환자가 10년 전 조현병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 대구시의 설명으로 공표되기도 했다. 다음소프트가 운영하는 빅데이터 분석 누리집 ‘소셜메트릭스 트렌드’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2월15일부터 청도대남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달 18일까지 네이버에 올라온 모든 기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 등에서 ‘조현병’과 함께 언급된 감성어(감정 표현과 관련된 단어)는 ‘스트레스’, ‘범죄’, ‘불안’ 등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는 ‘난동’, ‘난동 부리다’, ‘거부하다’와 같은 감성어가 폭증했다. 부정적인 감성어 비율도 68%에서 77%로 늘었다. 한 차례 뉴스가 부정적인 감정을 뒤덮을 만큼 폭발력이 컸던 셈이다.
    18~19살 때부터 조울증이 심했고, 환각 증세에 시달려온 박성인(26)은 조현병과 관련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나오는 주변의 시선이 괴롭다고 했다. 박성인은 학교폭력과 괴롭힘에 시달리면서도 졸업은 해야 한다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설득에 꾸역꾸역 학교를 나갔다. 하지만 친한 친구가 전학을 하면서 우울증이 더 심해졌고, 정신질환을 이야기하는 순간 본인을 바라볼 시선이 두려워 스스로 환청과 환각 증세를 숨기면서 증세가 악화됐다.


    주변의 시선은 끈질기게 박성인을 괴롭혔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 범인이 조현병 증세를 보인다는 보도가 나오자 지인들은 박성인에게 “너는 괜찮은 거 아는데, 그래도 환청이 심하다는데 가해하라는 명령을 들으면 어떻게 하냐?”라는 질문을 했다. 웃으면서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난해 경남 진주에서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조현병과 관련한 뉴스가 나온 뒤부터 지하철을 타기도 불안해졌어요. 뉴스 댓글에는 온통 욕설이니까, 사람들과 눈빛이 마주칠 때마다 ‘쟤 범죄자 아냐’라고 말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면 ‘저 사람이 나 정신장애인인 걸 알면 어떡하지?’, ‘이상한 행동을 할 때 미쳤다고 얘기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 증상이 나타납니다.”


    문제는 이런 혐오 현상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발간한 ‘2019 정신장애인 국가보고서 이행상황 점검을 위한 실태조사’를 보면, 트위터와 네이버 카페, 유튜브 댓글 등에서 2009년 1월1일부터 2018년 12월31일까지 10년 동안 조현병과 ‘정신분열증’, 정신장애 등의 키워드가 포함된 77만8390건의 문서를 분석한 결과가 담겨 있다. 분석 결과, 2009~2010년 2년 동안 조현병과 정신장애 등에 대해 부정적인 표현이 담긴 문서의 비율이 69.9%(중립 14.0%, 긍정 16.1%)였다가 2017~2018년에는 93.0%(중립 2.7%, 긍정 4.3%)로 껑충 뛰었다. 여기서 부정의 의미는 “부정적 측면 또는 편견을 담고 있거나 이러한 의미를 가진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이고, 정신병과 ‘정신분열증’ 등을 의학적 의미가 아니라 욕설로 사용하는 경우 등도 포함됐다.


    가정과 학교폭력으로 얻은 마음의 병
    정신장애인들은 주변의 이런 혐오에 의해 증상이 더 악화된다. <한겨레>가 만나 심층 인터뷰를 한 정신장애인들은 대부분 가정폭력이나 학교폭력 피해에 의해 정신장애 증상이 악화됐다. 박목우(44)도 그런 경우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폭력에 노출됐다. 아버지는 종일 어두운 골방에 누워 잠만 자다가도 조금만 심사가 뒤틀리면 폭력을 휘둘렀다. 한살 많은 오빠도 마찬가지로 폭력을 휘둘렀고, 어머니는 박목우가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너는 아빠를 빼다 박았다”고 구박하고 폭언을 퍼부었다. 결국 어느 날부터 온갖 소리가 다 들리는 환청 증상이 나타났고, 20살 때 조현병 진단을 받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큰 상처를 받았고, 결국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생각해요. 결국 가족에 의해 정신과 폐쇄병동에 강제로 입원하게 됐는데, ‘나에게 폭력을 행사한 건 가족인데 왜 내가 정신병원에 들어가야 하는 걸까’ 억울하고 두려웠습니다.”


    정현석(43)은 학교폭력의 희생자다. 지역에서 자란 정현석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가족과 함께 상경했다. 모든 학년이 한 학급에서 공부하면서 함께 어울려 놀던 고향과 달리 서울에서 어린 정현석은 이방인이었다. 사투리를 쓰는 그를 중학교 친구들은 “이상하다”며 놀렸다. 뚱뚱한 외모와 낮은 성적도 놀림감이 됐다. 내성적이던 정현석은 친구들의 놀림과 괴롭힘에 더 과묵해졌고,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은 그를 때리고 수시로 ‘빵셔틀’을 시켰다. 쉬는 시간 10분 중 5분 안에 빵을 사 오라는 식이었다. 3년 내내 집단 괴롭힘이 계속됐다. 정현석의 폭력 피해 트라우마는 입대 전 폭발했다. ‘군에서 또 폭력을 당하진 않을까?’, ‘훈련을 따라 하지 못하면 앙갚음 폭력이 있지 않을까?’와 같은 온갖 걱정이 생기면서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외계인이 “우리 별로 가자”라고 말하는 환청에 시달렸고, 가족들이 늑대인간처럼 보이는 환시 증상도 생겼다. 결국 20살 때 조현병 진단을 받고 9개월 동안 폐쇄병동에 입원했다.


    “정신장애인을 격리한 건 코로나19가 아니라 정신장애인을 향한 왜곡된 시선과 편견입니다. 환자들을 고립시켜 유대를 맺을 수 없게 함으로써 정신장애인의 겪는 차별과 불편은 감춰지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정신장애인들이 죽지 않았으면 그들의 처참한 인생이 알려졌을까요? 죽어서야만 밝힐 수 있는 병, 그것이 바로 정신장애입니다.” 박목우가 힘없이 말하며 돌아섰다.


    권지담 오연서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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