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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설 나와서 다 괜찮진 않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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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파도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1,026회   작성일Date 19-11-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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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원 시민마을 폐쇄 1년 맞아 보고대회, ‘그저 함께 살아간다는 것’ 열려
    “중증발달장애인 탈시설은 당사자 아닌 ‘지원자의 준비’에 초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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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1일 희망원 시민마을 폐쇄 1년을 맞아 보고대회 ‘그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대구 MH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희망원에서 자립한 사람들이 함께 축하를 받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지난 2016년 대구시립희망원(아래 희망원)에서의 거주인들에 대한 인권유린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희망원 내 ‘글라라의 집’이었던 장애인 거주시설은 ‘시민마을’이 되었고, 시민마을은 지난 2018년 12월 31일 자로 폐쇄되었다. 시민마을에 있던 85명 중 34명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이 자립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됐다. 1년을 맞아 탈시설 당사자들과 조력자들이 모여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10월 31일 희망원 시민마을 폐쇄 1년을 맞아 보고대회 ‘그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대구  MH컨벤션센터 5층 리젠시홀에서 열렸다.

     

    이 자리를 축하하기 위해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조한진 대구대학교 교수, 백윤자 대구광역시 보건복지국 국장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혜영·혜정 자매와 인서의 축하공연도 무대에 올랐다. 혜정은 지난 2017년 18년간의 시설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날은 희망원에서 탈시설한 34명 중 33명의 당사자가 참여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이들의 탈시설을 축하하며 '탈시설 축하송'을 함께 불렀다. 탈시설 당사자 서금순, 조민정 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시간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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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1일 희망원 시민마을 폐쇄 1년을 맞아 보고대회 ‘그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대구 MH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서금순(왼쪽), 조력인(가운데), 조민정(오른쪽) 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 허현덕

    - 이제 돌아가래도 안 돌아가요. 천금을 준대도 절대 안 가죠

     

    “처음 마음 문 열기가 무섭지, 한번 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니까요. 참 이기적이죠. 거기 있을 때는 그렇게 (시민마을) 폐쇄하는 걸 반대했는데, 이제 이렇게 나오니까. 하하하”

     

    서금순 씨는 진지하게 원고를 읽다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했다. 그는 시민마을이 폐쇄된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극렬히 반대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말이 자립이지 내쫓아 내는 것 같았어요. (중략) 당장 시설이 없어지면 나는 오갈 데 없고, 아무것도 없고, 형제도 없고…(중략)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내가 주선해가지고 시청을 갔어요. 시장님도 보고 다 했어요. ‘못 나간다’, ‘희망원에 살아야 된다’ 계속 말했죠. 진짜 거기 과장하고 엄청 내하고 싸웠어요. 나한테 욕도 많이 먹고. 그만큼 내가 나오길 거부했던 사람이에요.”

     

    서 씨는 사고로 계단에서 떨어져 목뼈 3번과 4번을 다치고, 이후 시설 안에서 삼십 년 넘게 살았다. 그동안 희망원을 ‘내 집’이라고 여기고 살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자립생활을 시작했지만, 자립생활의 두려움이 곧 자유로움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제 돌아가래도 안 돌아가요. 천금을 준대도 절대 안 가죠. 몰랐을 때는 나오면 죽는 줄 알았는데 이제 나와서 다 느끼고, 보고 했는데 왜 돌아가요. 겨우 내 자유를 찾은 것 같은데. 너무 늦게 나온 게 제일 후회돼요.”

     

    일상의 자유를 찾은 건 조민정 씨도 마찬가지다.

     

    조 씨는 중학생 때 교통사고를 당해 후유증으로 지적장애와 지체장애를 갖게 되었고, 희망원으로 오게 됐다. 그리고 20년가량을 희망원에서 살았다. 물론 그도 자립생활을 먼저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시설에서는 막연히 답답함을 느끼는 정도였다. 다만 시설에서 제일 좋았던 기억이든 안 좋았던 기억이든 떠올리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탈시설 후 장기 체험홈에서 생활하다 최근 영구임대아파트로 거처를 옮겼다. 주택개조지원을 받아서 사는 데 문제는 없지만, 진짜 자립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시설에서의 기억은 흐릿하지만, 현재의 기억은 떠올릴 수 있었다.

     

    “이제 자주 가는 단골 옷집이 생겼고, 주변에 사는 친구도 생겼어요. 활동지원사가 퇴근을 하고 나면, 남자친구랑 30분 넘게 통화를 해도 전혀 뭐라 하는 사람이 없어요.”

     

    이 말을 하는 조 씨의 얼굴에서는 한동안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지금 일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그의 대답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최근 센터 내 일자리사업으로 일을 시작한 그는 다른 장애인들도 자신처럼 용기를 내서 시설에서 나오기를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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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영·혜정 자매와 인서의 축하공연도 무대에 올랐다. 혜정은 지난 2017년 18년간의 시설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진 허현덕

     

    - 시설 나와서 다 괜찮진 않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이들의 변화된 삶은 연구결과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박숙경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제임스 콘로이 미국 성과연구소장과 함께 진행한 ‘중증·중복 발달장애인 탈시설 자립지원 시범사업 성과분석 연구’에서 희망원 시민마을 폐쇄 당시 탈시설 욕구 및 지원 조사‘에서 ’무응답층‘으로 분류되었던 9명의 중증·중복 발달장애인들의 삶을 추적했다.

     

    탈시설 이후 이들의 삶의 변화는 놀라웠다. △친구나 친척 방문하기 △식료품점 가기 △식당가기 등의 항목이 포함된 '사회통합 활동' 변화는 시설 0→41.8로 늘어났다. △어떤 음식을 살지 △저녁식사로 무엇을 먹을지 △어떤 식당에서 식사할 것인지 등 '일상생활에서의 선택과 자율성' 변화는 27→49.24로 높아졌다. △건강 △자기결정권 △가족관계 등이 포함된 '삶의 질' 변화는 19.6→70.5로 크게 상승했다. △걸을 수 있다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다 등의 '적응행동'은 13.5→18로 늘었다.

     

    반면 도전행동은 11.7→7.4로 줄었다. 박숙경 교수는 “도전행동이라는 것은 인간이 사회적 존재이고,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당사자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며 “사회에서는 도전행동에 대해 발달장애인의 기행이나 두려움으로 여기고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 환경이 변했을 때 어떻게 달라졌는지 나타나고 있다”고 연구의 의미를 짚었다.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인 ‘관계’에서 연구대상자 9명 중 7명은 가까운 관계로 5명을 꼽았다. 나머지 2명은 3명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들이 가까운 관계로 꼽는 사람들의 81%는 활동지원사나 거주시설, IL센터 지원 담당자 등 유급지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동거인이었다. 박 교수는 “아직까지 당사자들이 지역사회 내 자연스러운 관계와 연결되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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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숙경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제임스 콘로이 미국 성과연구소장과 함께 진행한 ‘중증·중복 발달장애인 탈시설 자립지원 시범사업 성과분석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지역사회 내 자연스러운 관계 형성 맺기는 시범사업을 맡았던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도 가장 큰 고민으로 제시됐다. 이연희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활동지원사나 거주시설, IL센터 지원 담당자가 당사자에게 ‘기다리세요. 대신할게요’ 등 관리하고 통제하는 모습을 종종 보이는데 발달장애인을 처음 대하는 사람들이 따라 할까 봐 우려된다”며 “어떻게 당사자가 존중받는 이미지로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조력자들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탈시설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탈시설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의 선행에서 이미 충분히 밝혀졌기에 더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중증발달장애인의 탈시설 시범사업을 하면서 느낀 것은 당사자들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는 지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김미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의원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는 제19조뿐 아니라 모든 조항에서 탈시설을 촉구하고 권고하고 있으며, 장애를 가진 존재 그 자체의 존엄을 요구하고 있다”며 “오늘 이곳에 모인 33명의 발달장애인 분들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 뜻하는 의미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런 삶의 모습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이날 모인 이들은 보고대회가 중증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모으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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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 사진을 찍는데 혜정이 앞으로 나와 포즈를 취하자 참가자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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