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정부 조현병 발언은 인권 침해"…국민의힘, 또 인권위 권고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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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전 원내대표 "절름발이 총리" 이어 재차 권고 결정
민주당 이해찬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 약해" 발언에 권고받아
"사회적으로 높아진 인권 의식 맞춰 정치권 용어에 신중해야"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한국정신장애인협회 등이 지난 2월 4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조현병 혐오 발언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한 뒤 접수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며 "조현병 환자"라는 표현을 쓴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발언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 침해'라는 판단을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장애인을 비하하는 언행이 있었던만큼 정치권 전반에 걸친 각성이 요구된다.
7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인권위는 지난 5월 17일 회의에서 "국회의원들이 조현병 혐오 발언을 해 조현병 환자들의 인격권이 훼손됐다"는 취지의 진정을 인정하고 국민의힘 대표에게 구제조치를 권고할 것을 의결했다.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으로 있었고, 지난달 '6·11 전당대회'를 통해 이준석 신임 대표가 선출됐다.
문제의 발언은 국민의힘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31명은 지난 2월 1일 입장문에서 탈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원 감사 등을 거론하며 "여당은 공작 취급, 담당 공무원은 '신내림'이라 하며, 대통령 참모는 전 정권에서 검토된 일이라고 전가하고, 청와대는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겁박한다"며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게 아니라면 집단적 조현병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나온 직후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신장애인가족협회, 한국정신장애인협회 등은 같은 달 4일 "지금도 혐오 표현의 대상으로 정신장애인을 사용하는 정치인들의 장애 감수성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정치권에서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서 특정 질환이나 장애에 관한 용어를 쓰는 것은 해당 질환이나 장애에 대해 명백하게 혐오하거나 비하하려는 마음을 갖고 사용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힘 중앙장애인위원장인 이종성 의원은 같은 달 8일 조현병 비하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사과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려 깊지 못한 표현으로 정신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드린 것에 대해 국민의힘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정치 변화를 이끌어야 할 초선의원들이 기성 정치인들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 것에 대해 초선의원 일동은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선 지난해 1월에도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그런 상태로 총리가 된다면 이것은 절름발이 총리"라고 발언해 인권위로부터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받은 바 있다. 인권위 권고를 이미 받았음에도 같은 잘못을 반복한 것이다.
정치권에서의 '장애인 비하성 발언'은 비단 야당에 국한되지 않는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4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이라는 표현을 써서 논란이 제기됐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외눈'표현을 들어 "장애 혐오 발언"이라고 지적하며 사과를 요구했고,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은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수준 이하 표현"이라며 시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추 전 장관은 "시각장애인을 지칭한 것이 아니며, 장애인 비하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비판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1월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고 한다"고 말해 '장애인 비하'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전 대표에 대해서도 인권위에 진정이 제기됐고, 인권위는 지난해 8월 민주당에 차별행위를 중단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우리 사회의 인권 의식이 높아지는 상황에 발맞춰 정치권의 상대방을 비난하기 위한 장애인 비하 발언을 멈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문제된 발언들이 의도적으로 장애인을 비하하려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사회적으로 인권 의식이 높아진 만큼 정치권에서도 그에 걸맞게 용어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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