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조현병 환자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정신질환 편견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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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정신장애인 언론 모니터링 결과 발표
6~10월 정신장애인 혐오 보도 111건
2일 오후 2시께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정신장애인 언론보도 모니터링 결과 발표회 및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고병찬 기자
‘조현병 환자 ’사이코패스‘ 성향 막으려면….’, ‘정신질환자 한 명에 피해자 수백·수천….“정답은 정해졌다”’….
정신장애인들이 자신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조장한 언론보도로 꼽은 보도 제목 중 일부다. 언론 모니터링에 참여한 이들은 언론이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는커녕 잘못된 선입견을 불어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조현병회복협회(심지회)는 세계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관점에서 바라본 언론모니터링 결과 발표 및 토론회’를 열었다.
인권위 용역을 받은 심지회는 정신장애인 당사자 12명과 가족 1명이 참여한 13명의 모니터링 요원을 통해 지난 6~10월 보도된 주요 방송사와 일간지, 인터넷 매체의 보도와 영상 콘텐츠를 모니터링한 결과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사례가 111건 발견됐다고 밝혔다. 특정 질병과 살인 등 범죄를 연관 짓는 기사,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찍는 기사, 흉기를 찌르는 등의 폭력적인 삽화를 삽입한 기사 등이 대표적 예다. 조현병 당사자의 아들인 이건희(28)씨는 “언론은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편견과 차별을 돋보기처럼 키워서 보여주기만 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사례를 가장 많이 보도한 언론사는 각각 9건을 기록한 공영방송인 문화방송과 한국방송(KBS), JTBC였다. 이어 SBS·YTN·중앙일보·연합뉴스·뉴시스·이투데이가 각각 3건, 동아닷컴·조선일보·채널A·헬스조선,·MBN이 각각 2건으로 집계됐다.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한 박정근 한국조현병회복협회 부회장은 “차별과 혐오 조장 보도에 방송사들이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방송법에 명시된 공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된 한국방송이 투자하고 제작한 <F20>은 모든 참가자의 성토 대상이었다. 인권위에 <F20> 방영과 오티티(OTT) 공급 중단을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한 정제형 변호사는 “F20은 정신질환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을 바탕으로 제작됐다”며 “조현병 당사자 및 가족들의 존엄과 인격권을 침해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조현병 진단코드 ‘F20’을 제목으로 삼은 해당 영화가 조현병 환자를 사회에 위험을 끼치는 구성원과 살인자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보건복지부 등에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인식 증진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으나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최낙영 인권위 장애인차별조사2과장은 “우리나라 국민의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은 25%가 넘는데도 사회적 인식 때문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자살예방법을 참고해 정신건강복지법에 언론과 사회의 인식을 개선할 조항을 넣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캐나다나 영국 등의 사례를 참고해 정신건강과 관련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모니터링 체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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