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재활 3단계, 4단계 모형의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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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김원효님께서 정신건강론 중 "정신재활 및 정신사회복지" 코너에 "정신재활모형"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셔서 정신재활 4단계 모형을 소개하셨습니다. 이에 제가 3단계 모형과 4단계 모형의 차이점에 대한 내용을 답글로 단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답글은 조회하는 사람 수가 많지 않은 듯 하여, 그 내용을 정리하여 게시글로 올립니다.
정신재활모형이란 "정신질환이 가져오는 부정적 결과를 설명하는 모델"로써, 전문가들은 이 모형을 바탕으로 재활이란 무엇인지, 왜 치료만으로는 안되고 재활을 실천해야 하는지, 재활을 실천할 때 어떤 점에 초점을 둘 것인지를 판단합니다. 정신재활의 전통적인 모형은 3단계 모형이며, 앤쏘니가 1990년대 초에 수정 제안한 모형이 4단계 모형입니다.
3단계 모형은 전통적으로 신체재활에서 사용하던 모형을 정신재활에 차용해 온 것으로서 리버만(Liberman: 정신과의사, 미국 UCLA 의과대학 교수, UCLA 정신재활센터 소장)이 정신재활모형으로 제안하였으며, 국내에서는 이를 김철권 교수(정신과 의사, 현 동아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소개하였습니다. [김철권, 변원탄, 1995, 만성정신과환자를 위한 정신재활, 신한] 한편, 4단계 모형은 앤쏘니(Anthony: 심리학자, 미국 보스턴대학 재활학과 교수, 보스턴대학 정신재활센터 소장)가 제안하였으며, 국내에서는 이를 손명자(전 계명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현 새미래심리건강연구소 소장)와 배정규(대구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소개하였습니다. [손명자, 배정규, 2003, 정신분열병과 가족, 새미래심리건강연구소]
3단계 모형은 1.손상(impairmetnt), 2.무능(disability), 3.핸디캡(handicap)으로 정신재활을 설명하는데, 그 의미는 손상이 무능을 가져오고, 무능이 핸디캡을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4단계 모형은 1.손상(impairment), 2.기능결함(dysfunction, 일반적으로는 '역기능'으로 번역), 3.역할장애(disability, 일반적으로는 '무능'으로 번역), 4.불이익(disadvantage)으로 정신재활을 설명하는데, 그 의미는 손상이 기능결함(즉, 역기능)을 가져오고, 기능결함이 역할장애(즉, 무능)을 가져오며, 결과적으로 불이익이 초래된다는 것입니다.
3단계, 4단계 모형 모두 문제의 시작은 손상(impairment)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손상은 신체장애의 경우, 신체질병 때문에 생기기도 하지만, 사고 때문에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신장애의 경우 손상은 정신질환 때문에 생깁니다. 즉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뇌기능의 손상"이 생겼다고 보는 것이지요. 신체장애든 정신장애든 손상은 치료의 영역입니다. 치료를 통하여 손상을 최소화하거나 회복시키려 노력합니다. 정신질환의 경우 "약물복용"을 하는 것이 그러한 노력입니다.
손상 은 병 자체로 인한 것이지만, 손상 이후의 단계는 병 자체로 인한 것이 아니라 장기간의 투병생활로 인한 후유증입니다. 따라서 치료의 영역이 아니라 재활의 영역입니다. 재활이란 용어는 사회복귀, 사회재적응 등과 동의어라 생각됩니다.
3단계 모형은 손상의 최종결과는 핸디캡(handicap)으로 보고, 4단계 모형은 손상의 최종결과를 불이익(disadvatage)으로 봅니다. 이 둘은 용어가 다소 다르긴 하지만, 둘 다 '사회적 불이익'이라는 의미입니다. 즉, 사회적 편견, 낙인, 고용차별 등의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불이익은 혼자의 힘으로는 대처가 힘듭니다. 따라서 단체활동이 필요합니다. 법을 만들거나 고치고, 보다 바람직한 정책을 수립하게 하고, 정부예산을 확보하고, 언론보도의 태도를 바로잡는 등 국가와 사회의 변화를 위한 개입이 필요합니다.
3단계 모형과 4단계 모형의 차이점은 '손상'으로부터 '사회적 불이익'이 초래되기까지의 과정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하는 관점의 차이입니다. 3단계 모형은 손상이 '무능(disability)'를 가져오고, 무능이 핸디캡을 가져온다고 설명합니다. (참고적으로, disability 라는 용어를 흔히 무능이라고 번역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능력저하라고 번역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inability 라는 단어는 원래부터 능력이 없었다는 의미이므로 무능이라 번역하면 되지만, 재활에서 사용되는 용어인 disability 라는 단어는 원래는 능력이 있었으나 일정 시점 이후부터 능력이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3단계 모형에서는 무능(disability)이 누구의 책임인가 하는 점이 모호합니다. 3단계 모형에서는 무능은 부분적으로는 핸디캡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손상의 영향 때문이라고 가정합니다. 즉 손상으로 인하여 개인 자체가 무능해진 상태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개인의 무능에 개입하는 방법들, 예로써 다양한 재활훈련(사회기술훈련, 직업재활훈련 등)이 중요시됩니다.
4단계 모형은 3단계 모형의 무능(disability)의 개념을 2가지로 구분합니다. 즉 첫번째 무능은 기능결함(dysfunction, 일반적으로는 역기능으로 번역)으로, 또다른 무능은 역할장애(disability, 일반적으로는 무능으로 번역)라고 구분한 것입니다. 따라서 4단계 모형은 1.손상, 2.기능결함, 3.역할장애, 4.불이익의 순서로 문제가 전개된다고 봅니다. 이렇듯 3단계 모형의 무능의 개념을 4단계 모형에서는 2가지 무능의 개념으로 구분한 것은 그것이 누구의 책임인가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입니다. 즉 첫번째 무능인 기능결함(dysfunction)은 손상으로 인하여 개인의 능력 자체가 저하된 것입니다. 따라서 개인의 책임이지요. 이 첫번째 무능인 기능결함에 대해서는 전통적으로 강조되어 온 재활개입방법들, 즉 다양한 재활훈련(사회기술훈련, 직업재활훈련 등)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4단계 모형에서 무능을 2가지 무능으로 구분한 진짜 이유는 두번째 무능인 역할장애(disability, 흔히들 무능이라고 번역)를 강조하기 위한 것입니다. 3단계 모형에서와 마찬가지로 4단계 모형에서도 disability라는 동일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4단계 모형에서의 disability의 의미는 3단계 모형에서의 disability의 의미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즉 disability가 부분적으로는 개인의 무능(dysfunction: 기능결함 또는 역기능)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기회의 부족'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disability에 대한 개입시에 본인의 욕구를 탐색하고, 욕구에 적합한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 강조됩니다.
요약하자면, 4단계 모형은 3단계 모형에 단지 뭔가 하나를 더 끼워넣은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관점의 차이를 강조하기 위한 것입니다. 즉 재활에서 전통적으로 중요시 되어온 disability의 원인이 무엇인지, disability에 어떻게 개입해야 할 것인지가 달라집니다. 3단계 모형에서는 disability를 개인의 능력부족 때문이라고 보고, 개인의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훈련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것이 재활전문가의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4단계 모형에서는 disability를 기회의 부족 때문이라고 보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것이 재활전문가의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국내의 전문가들 중 95% 이상이 3단계, 4단계 재활모형의 차이점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국내 전문가들 중 80~90%가 3단계 모형을 정신재활모형으로 생각합니다. 3단계 모형을 따르는 전문가는 정신장애인은 무능하므로 훈련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4단계 모형을 따르는 전문가는 훈련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따라서 이 둘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장황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3단계, 4단계 모형의 차이점이 단지 뭔가 하나 더 끼워 넣었느냐가 아니라, 이렇듯 중요한 관점의 차이가 있고, 그에 따라 재활전문가의 역할이 달라진다는 점을 알아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3단계, 4단계 모형의 차이점을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참고하시고, 널리 홍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출처 :파란마음 하얀마음~ 원문보기▶ 글쓴이 :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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