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약함으로부터 시작하는 연대"-베델의 집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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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 괜찮아 -베델의 집 방문기
지리산(권은숙)
“저 고생 참 좋은데...아 저 고민을 버리다니 너무 아깝다, 저 사람의 고생은 꽤 괜찮은 수준에 이르렀는데...”
오지게 힘들 때 누군가 곁에서 이런 말을 한다면? 다시는 안보고 싶을지도 모른다. 일본 홋가이도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 정신장애인들의 공동체 ‘베델의 집’이 있다.
장애인권운동하면서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5년을 벼려 다녀왔다. 베델은 ‘문제’나 ‘고생’을 버리지 않는다. 정신장애인을 관리하지 않고 규칙도 없다. 약을 먹을 껀지 안 먹을 껀지, 어디까지 견디고 버틸지, 본인이 선택하고 결정한다. 그 결과 병이 재발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일어나는 일이며, “순조롭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병을 드러내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마주하면 할수록 자신을 ‘둘도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단다.
우리는 환청이나 환각을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는 안되는 것, 없애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베델에서는 ‘환청씨’라고 부르며 솔직하게 마음껏 표현한다. 일년에 한번 환각과 망상대회를 열기도 한다. 최우수상을 받은 혼다 미키오의 상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당신은 악마의 환상과 망각에 쫒기면서도 아버지와의 연계 플레이로 ‘이얍!’하고 기압을 넣는 악마 퇴치방법을 고안해 멋지게 퇴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환각과 망상의 체험을 살린 강연활동에 참가했고, ‘프로젝트B'로서 자주기획 비디오를 제작하는 활약은 소득배가 추진에도 큰 공헌을 했습니다. 이에 환각과 망상대회 2001년도 최우수상을 수여합니다. 악마퇴치로 유명한 오키나와의 ’사장상‘을 기념품으로 증정합니다. G&M대회선발위원회“
정신병은 흔히 ‘관계의 병’이라고 한다. 남들과 다른 자신을 드러내기 어렵고, 무엇보다 말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베델에서는 서로 부딪치고 만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밥보다 회의’가 슬로건이다. 모두가 함께 고민하는 회의를 통해, 돈을 뜯어 빠찡꼬에 가는 가해자를 응원하고 피해자들이 돈을 모아 빌려주는 세레머니를 하기도 한다. 미친다.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다. 그러나 나는 베델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해방감을 느꼈다.
베델은 ‘마음대로 땡땡이 칠 수 있는 회사’도 만들었다. “오늘은 몸이 안 좋으니 12시까지만 일할께요” 푸하하~ 우리사회에 그런 회사가 많아지면 어떨까?
밑으로 내려가는 바로 그 밑에 회복이 있다고 믿으며, 모자람과 약함을 인간적 요소로 수용하는 곳, 삶의 방향을 위가 아닌 아래로 향하며 중요한 것은 ‘함께 웃는 정신’이라고 하는 곳. 매일 웃을 수 있는 이유를 물으니 “저 자신을 훌륭하다거나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지 않고 ‘좀 모자란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고 웃을 수 있습니다”
비장애인에게도 ‘고생’은 있다. 그 고생을 배척하지 말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자신에게 무엇을 묻고 있는가? 질문해 보길 바란다. 눈에 보이지 않는 풍요로움과 살아있는 말로 연결되어 있는, 우수한 사람이 살아남는 사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약함 받아들여 주는 베델의 집은 마음이 넓은 장소였다.
<위로 올라가고 싶어 괴로울 때 읽으면 좋은 책>
-지금 이대로 괜찮아/ 사이토 미치오 지음/ 삼인출판/ 2006
-베델의집 이야기/ 베델의집 사람들/ 궁리출판/ 2008
출처:http://cafe.daum.net/TheSumOfThings/PBK3/10?q=%BA%A3%B5%A8%C0%C7%C1%FD&r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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