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입원·감금…병원인가 감옥인가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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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입원·감금…병원인가 감옥인가 |
정신장애인 198명, 비인권적 정신의료기관 집단진정 다음 주께 정신보건법에 대한 헌법소원 낼 예정 |
등록일 [ 2013년12월20일 17시25분 ] |
▲'정신병원 장기·강제입원 피해자 집단진정' 기자회견이 20일 늦은 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리고 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198명이 비인권적 강제·장기입원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할 것과 현행 정신보건법을 폐지하고 인권과 권리보장 중심의 새 법률 제정을 촉구하는 집단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제출했다.
정신장애인지역사회생존권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한국정신장애인연대(KAMI)와 국회의원 김용익 의원실 등은 17일 늦은 1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불법적 응급호송과정에서 자해·타해 위험이 없는 사람에 대한 극심한 구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대면진단 없이 강제입원 △보호의무자 1인만의 입원 동의에 따른 강제입원 △성분 미상의 약물 주사 투여 후 독방 격리 △병실 내 폭행의 만연과 이를 의료진이 인지하고도 침묵 △전화, 서신 등의 미보장 등 정신의료기관 내에서 정신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가 만연해 있다고 밝혔다.
“폐쇄병동, 그곳은 병원이 아니라 전쟁포로 수용소였다”
이에 앞서 참가자들은 이날 이른 10시 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린 ‘정신보건법 폐지를 위한 헌법소원 청구 발표회’에서 정신의료기관 내에서 자행되는 심각한 인권침해 실상을 고발하고, 현행 정신보건법을 전면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정신의료기관 강제입원 피해 당사자 이정하 씨.
정신의료기관 강제입원 피해 당사자인 이정하 씨는 “정신장애인을 감금하는 폐쇄병동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는 원래 3D 그래픽을 만드는 전문가였다. 그러나 폐쇄병동에 입원된 이후 전신마비가 오기도 했고, 나중엔 마우스를 잡는 법도 잊어버릴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당시 병원에서는 이 씨의 상태가 사회복귀 가능성이 15%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 씨는 병원에서 주는 약을 끊고 사회에 적응하려고 노력해 다시 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씨가 들려주는 H정신병원의 폐쇄병동 모습은 참혹했다. 화장실이 따로 없고 병실 안에 플라스틱 좌식 변기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창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불투명 유리블록이 자리하고 있어 사실상 창문이 없었다. 당연히 환기도 되지 않았다.
한 동료 환자는 폐쇄병동에서 나가기 위해 플라스틱 머리핀을 삼켰다고 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피를 토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병원에선 응급실로 보내줄 거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때를 틈타 탈출해 보려 했으나, 병원 측에서는 머리핀이 대변을 통해 나올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침대는 손발을 묶을 수 있게 되어 있고, 손을 묶을 때는 팔을 뒤로 꺾어 가슴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 씨는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1978년에 모든 정신병동이 폐쇄됐다"라면서 "이후 많은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올 때 모토가 ‘자유가 바로 치료다’였다”라고 소개하면서, 우리나라도 시급히 정신병원 수용 위주의 정책을 벗어날 것을 촉구했다.
▲'용인정신병원'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버젓이 '강제입원'을 홍보하고 있다.
정신보건법, 정신장애인을 지역사회로부터 축출하는 악법
정신장애인에 대한 정신병원 수용 위주 정책의 원인은 무엇일까? 발언에 나선 이들은 한목소리로 정신보건법 그 자체, 특히 그중에서도 24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독소조항이라고 성토했다.
정신보건법 24조에는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보호의무자가 1인인 경우에는 1인의 동의로 한다)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입원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하여 당해 정신질환자를 입원 등을 시킬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조항 때문에 제3자에 의한 강제입원이 남발된다는 것.
예인법률사무소 김명철 변호사는 이 조항이 우리나라가 2008년에 비준한 UN장애인권리협약과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히며, 헌법소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해당 조항은 UN장애인권리협약에서 명시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14조), 고문 또는 비인도적인 대우나 처벌로부터의 자유(15조)에 위배될뿐만 아니라,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24조뿐만 아니라 정신보건법 자체가 정신장애인에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박탈하는 법이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용표 교수는 “정신보건법에서는 분명히 ‘최적의 치료와 보호를 받을 권리’, ‘미성년 치료, 보호, 교육받을 권리’ 등을 명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가면 사회복귀시설을 이용할 권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병원에 수용하는 정책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의 설명으로는, 정신보건법이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생존권을 박탈하는 구조는 두 가지 방식을 취한다.
첫째로 법상에 규정된 ‘치료와 보호의 권리’는 ‘강제입원 치료를 받을 의무’로 바뀌어버린다. 둘째로 ‘지역사회 생활 유지를 지원받을 권리’가 소극적으로 규정됨에 따라 구체적인 지역사회 생활지원을 받을 프로그램이 없다. 이 때문에 사실상 지역사회에서의 생존권이 박탈된다는 것.
실제로 정신보건법에 따른 서비스 제공 비율을 볼 때, 사회복귀시설로 보내지는 비율은 2%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대규모 정신의료기관으로 보내지고 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현행 정신보건법에는 비자발적 입원 및 치료절차에 관한 사항만 남겨 놓고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복귀를 위한 조치들은 장애인복지법에서 받아 안거나, 정신보건법을 사실상 폐지하고 별도의 ‘정신장애인지원및권리보장에관한법률’을 제정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왼쪽부터)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이용표 교수, 공익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 해인 법률사무소 배금자 변호사.
이어진 지정발언에서도 공익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정신보건법이 헌법에 위배되는 인신구속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염 변호사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인신구속을 할 때에는 법원이 판단하는데, 아무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고 자해·타해 피해가 불분명한 정신장애인을 아무런 절차도 없이 인신구속을 할 근거가 없다"라면서 "이들도 인신구속이 필요할 때에는 반드시 법원과 같은 제3의 기관을 통해서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해인 법률사무소 배금자 변호사는 “보호자라는 사람들도 사실상 가해자일 수 있다"라면서 "그러므로 이들이 신고한다고 바로 끌고 가도록 하는 조항은 폐지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인권위에 집단 진정을 신청한 단체들은 다음 주께 정신보건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낼 예정이다.
▲정신의료기관 강제입원 피해자 이정하 씨가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출처: 장애인의 주홍글씨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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