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은 감옥보다 더한 노예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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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치료와 시설화' 분과회의 개최
2007년 09월 08일 (토) 18:16:00 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 세계장애인한국대회 둘째날인 7일 '강제치료와 시설화'를 주제로 분과회의가 개최됐다 ⓒ전진호 기자
세계장애인한국대회 둘째날인 7일 오후 2시 R4룸에서는 ‘강제치료와 시설화’라는 주제로 분과회의가 열렸다.
50여 명의 청중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회의는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용표 교수, 야마모토 마리 정신병자집단 대표, 알렉산더 M 퓌리 남아프리카 장애인 연합 대표, 트라유쓰 수콘타빗 태국 장애인 단체 회장의 발제로 진행됐다.
발제자들은 ‘영화 <올드보이>의 실사판’이라 할 수 있는 정신병원 수용문제와 소외된 정신장애인 인권, 수용시설로 대표되는 장애인 정책에 관한 각국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이용표 교수 ⓒ전진호 기자
▲ 이용표 교수
발제하려고 하는 정신장애인 감금과 그 대안모색이라는 주제는 한국의 실태를 까발리는 거라 다소 부끄럽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문제라는 생각에 여기 모인 이들과 함께 논의하고 싶어 발표를 준비했다.
한국의 정신병원에서는 동료끼리 살해하는 일이 발생하는 가하면, 자신의 불륜을 감추려 강제입원을 시키는 등 21세기 인권상황이라고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정신장애가 없는 사람도 쉽게 병원에 가둘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은 평생을 감금시켜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며,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치료를 받아도 합법적인게 한국의 정신보건 현주소다.
정신보건법이 정신병원 감금 조장하고 있어
한국정부는 지난 1995년 「정신보건법」을 제정해 정신장애인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재활을 추진하려 했다.
하지만 법 제정 2년 만에 3만8천명이었던 정신병원에 감금된 정신장애인의 수가 7만6천명으로 급증하는 현상을 나타냈다.
이는 지역사회나 장애인수용시설에서 생활하던 정신장애인을 병원으로 이전했을 뿐, 지역사회에서 행복하게 살게 한다는 당초 목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
한국의 정신병원 역사를 살펴보면 근대화 전만 하더라도 정신장애인은 가족 등 주변에서 돌봤다. 이들만을 모아 따로 격리시켜 수용하지 않았으며, 중요한 범죄자 아니면 지역사회서 함께 거주했다. 설사 부랑생활을 하더라도 지역사회에 인접해 부랑인과 생활하는 형태로 살아왔다.
그러다 일제강점 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정신병원이 처음으로 설치됐는데, 1913년 조선총독부에서 50병동을, 1927년 세브란스 병원은 처음으로 정신과 진료를 실시한 게 시초다.
해방이후에는 병원보다 보호시설등 사회복지시설이 급증하며 정신장애인 수용해왔다.
병상 수는 꾸준히 증가해왔으나 수용시설의 증가수를 비교했을 때 그리 많은 증가수치는 아니었으며 대부분의 정신병원이 민간에서 운영하는 게 아니라 국공립 병원이 반 이상을 차지했다.
민간 정신병원, 예방은 뒷전, 영리추구위해 장기입원에 집중
민간에서 운영하는 정신병원수가 급증하고 정신병원 수용인원이 급증한 시기는 80년대 이후 「장애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다. 이 법에 의해 정신장애인은 장애인 범주에 들어가지 못했고, 70년대 시설에 있던 정신장애인들은 정신요양원으로 전원조치 되며 의사수도 급증해 2004년에는 7만6천명의 정신장애인이 병원에 감금돼 있다.
이는 민간병원이 가진 ‘영리추구’라는 자본주의 속성때문인데, 침상을 꽉 채우기 위해 입원환자의 장기화, 구조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돈이 되는 만성정신질환이 병원 인프라의 중심이 됐으며, 예방 등은 매우 미약한 상황이다.
병원에서 정신장애인이 생활하기 위해 소요되는 높은 의료비 때문에 복지서비스 인프라는 거의 형상안됐고, 의료기관 기능의 중복과 전치가 일어나고 있다.
즉 치료기관이라기 보다 요양시설로 변질 돼 구금이나 감금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의료비용을 사용하고 있지만, 대부분 위탁운영하고 있어 공적영역인지 사적영역인지 조차 불분명한 게 한국의 현실이다.
한국의 정신병원에 감금돼 있는 정신장애인의 94%가 본인의 동의없이 가족 등에 의해 강제로 입원됐다.
장기입원이 담당의사의 소견으로만 심사, 결정하게 돼있는 구조도 병원에 감금된 정신장애인의 수를 늘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또 제대로 된 감시구조가 없기 때문에 입원한 이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없고, 비자발적인 입원이 성행하고, 강제치료가 성행하고 있다.
자본의 이해관계를 떠나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공공체계들이 하루빨리 확립되어야 지역사회에서 만족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본다. 이를 위해 법적, 세계적인 기준을 만들고 공동으로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 야마모토 마리 ⓒ전진호 기자
▲ 야마모토 마리
장애인권리협약에서도 볼 수 있듯이 비장애인이 누리는 권리를 누리기 위해선 더 이상 시설에 강제로 입원되는 경우를 막아야 한다.
이용표 교수가 한국 내 정신장애인의 처참한 인권상황에 대해 설명해줬는데, 일본도 비슷한 현실이다.
일본의 경우 정신병원에 감금된 이들이 33만명이고, 장기입원자가 14만명이다. 이중 24시간 벨트에 묶여서 생활하는 이가 7천741명에 이른다.
일본의 ‘건강정신법’ 여러 형법에 따라 장애인을 병원이나 감옥에 구금할 수 있도록 해놨다. 이는 정신장애인이 사회에 위험을 끼치는 이들이고, 짐이기 때문에 위험평가에 따라 예방구금하도록 조치하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다.
어떤 사람이 뇌사상태에 빠져있으면, 의사는 환자의 동의 없이 치료를 감행한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가 정신장애인에게도 그대로 적용해 강제로 감금하고 치료를 한다. 이 결과 또 다른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도 수도없이 많다.
이런 상황은 전 세계 어디나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다.
정신장애인 강제 감금과 치료, 전세계 어디나 비슷하게
장애인권리협약 12조에 보면 모든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같이 평등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또 인간의 권리와 의지 등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즉 치료나 입원을 거부하고 싶으면 이를 강제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정신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도록 사회가 나서서 변화해야 한다고 본다.
어제 한국의 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 사람들과 만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의 장차법은 장애인의 권리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들의 차별에 대해서도 용납할 수 없다는 걸 상징하는 법이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일본은 장애인 인권기구등이 아직 설립돼 있지 않은데, 하루속히 설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인권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여기 모인 이들 부터가 인권을 위해 노력해 나간다면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 알렉산더 M 퓌리 ⓒ전진호 기자
▲ 알렉산더 M 퓌리
나는 시설화가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련다.
난 20년전, 차 사고를 당했다. 당시 의사는 나의 동의없이 수술을 했고, 이로인해 나는 아무것도 혼자할 수 없었다.
게다가 재활과정이라는 이유로 퇴원 후 강제로 시설에 들어가 16년간 생활했다.
병원에서는 하체가 없는 나에게 인공다리를 달아줬다. 하지만 지금처럼 기술이 발달된 게 아니어서 내 의지대로 똑바로 펼수도, 굽힐 수도 없었다.
정상적으로 걸을 수가 없어서 인공다리가 싫다고 하니 왜 치료를 거부 하냐며 의족달기를 강요했다.
“너보고 이걸 달고 살라고 하면 어떻겠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싫어할 것 같아서 아무소리 안하고 의족을 달게됐으나 너무 불편하고 창피했다.
결국 지난 1966년 3월, 의족을 때고 휠체어를 선택했다. 그 이후 휠체어는 나에게 신발과 같은 존재로 사용되고 있다.
시설에서의 생활은 '노예같은 삶'
사람들은 내가 걸을 수 없으리라 생각해 시설로 보냈지만, 그 기간의 삶은 내 삶이 아니어었다.
기상서부터 외출, 식사 등 모든 행동이 프로그램에 짜여져 있는대로 움직여야 했는데, 꼭 노예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적으로 생활해야 하는 시설생활은 정신적인 문제까지 야기했다.
하지만 아프리카 내 시설화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고, 갖가지 문제점을 보여줬다.
어떤 시설에서는 여성을 강제로 불임시술 시키고, 유전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은 시설 내에서도 차별을 받았다. 또 아기가 질병이 있거나 장애아동이면, 엄마에게 떨어져 시설로 보내지는데 이 때문에 아이의 장애가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국가에서는 장애인 수용시설, 특히 장애아동 시설을 만드는 게 트랜드가 됐다.
이는 이기심의 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의 인권을 유린하고 이들의 권리를 부정하기 때문에 시설들이 확충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시설에 가면 경쟁사회에서 벗어나 생활하기 때문에 더 낫지 않냐”고 이야기 하는데, 이는 장애인을 위한 게 아니라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생각이다.
사회에서는 장애인을 비생산적인 사람으로 생각해 이방인으로 만들었다.
장애를 예방한다거나 치료한다는 이유로 장애인을 차별하거나 가족에서 분리해 시설에 보내고 심지어 안락사 시키는 경우도 있다.
인간의 가치라는 게 장애로 인해 부정되고 있다.
시설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기본권리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왜 탈시설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시설은 정부의 관리나 협의없이 자신들 마음대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시설에서의 삶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한데 모았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높혀 탈시설 운동을 시작했다.
1975년 단체를 만들어 장애로 인해 차별받지 않고 지역사회서 같이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서서히 시설에서 탈시설로의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우리의 노력은 아프리카 지역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는데, 짐바브웨를 시작으로 남아프카 곳곳에 장애인 단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들의 다양한 노력 덕분에 몇몇 시설은 폐쇄되기도 했다.
▲ 발제가 끝난 후 각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질문을 하고있다 ⓒ전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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