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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정신보건법개정안과 정신장애인의 인권 - 권오용 변호사/MSW(한국정신장애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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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파도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7,499회   작성일Date 19-02-1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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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정신보건법개정안과 정신장애인의 인권

     권오용 변호사/MSW(한국정신장애연대 사무총장)

     

    2013년 마지막 날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에 입법 예고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인 “정신건강증진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개정안에서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관련된 내용은 현행법에서 정신질환의 정의를 “의학적 의미의 정신질환을 가진 모든 자”로 규정한 것을 “망상, 환각, 사고나 기분장애” 등으로 인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자로 한정하여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경한 우울증환자 등은 정신질환자의 범위에서 제외함으로써 사회생활에서 차별이 없도록 하고, 비자발적 입원의 요건을 현행법에서 “입원이 필요한 정신질환이 있거나, 건강. 자타의 위해가 있는 경우”에 보호의무자에 의한 비자발적 입원을 허용하던 것에서 “입원이 필요한 정신질환이 있고 건강. 자타의 위해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이다.

    또 보호의무자에 의하여 비자발적으로 입원된 환자에 대하여 기존 6개월 마다 퇴원심사를 하여 입원기간을 연장하던 것을 최초 퇴원심사 주기를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고 심사위원으로 인권전문가도 포함시키도록 한 규정이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보건복지부의 정신보건법 개정안은 우리나라가 2007년도에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장관이 서명하여 가입하고 2008년 12월 11일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발효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명백히 반한다. 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 제14조, 제15조 내지 제17조, 제25조에서 규정한 장애인의 법적 능력의 평등, 신체와 안전의 자유, 고문. 학대 등 비인도적인 처우의 금지, 건강의료에서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에 의한 서비스 제공 등의 장애인 인권조항은 정신의료기관 등에서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강제적인 입원과 치료를 금지하였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협약 제4조 일반의무에 따라 협약에 반하는 현행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법률적, 행정적 및 기타 조치를 취하여야 하므로 장애인에 대하여 차별적인 현행 법, 관습 및 관행을 개정 또는 폐지하기 위한 입법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한편 유엔은 금년 초 제22차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발표되고 유엔총회에 제출된 고문방지협약에 관한 특별보고관의 보고서와 그 이전의 보고서(A/63/175)에서 정신의료기관이나 시설에 정신질환 또는 정신장애를 이유로 본인의 자발적인 동의를 받지 않고 강제로 또는 가족 등의 후견인에 의한 동의에 의하여 비자발적으로 입원과 치료를 하는 것은 명백히 장애인권리협약에 위반하고 고문방지협약에서 금지한 “고문 또는 학대행위”에 해당하는 비인도적인 행위로서 각국이 이를 금지할 것을 거듭하여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하면 정신질환 또는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가족의 동의 또는 “자. 타해의 위험”이나 “본인을 위한 최선의 이익”을 위하여 비자발적인 치료 또는 보호. 입원을 시킬 수 있다는 종전의 유엔 원칙(“정신질환자 보호와 정신의료의 향상을 위한 MI원칙”)은 장애인권리협약에 의하여 폐기되었으므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비자발적인 입원이나 치료는 어떠한 이유로도 더 이상 허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금지하는 고문 또는 학대행위에까지 이르게 되는 인권침해행위라는 것이다.

     

    장애인권리협약을 서명한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가 장애인권리협약에 명백히 반할 뿐 아니라 1995년 제정된 이후 현재 시점까지 본인의 동의절차 없이 보호의무자의 동의만으로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1명의 정신과전문의의 진단, 실제로 많은 학자들이 환자의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는 장기입원과 강제치료를 “치료의 목적” 또는 “환자의 건강” 또는 “자. 타의 위해 방지”라는 객관성과 구체성, 명백성이 담보되지 않은 기준에 의하여 인권침해의 현실을 낳고 있는 현행 정신보건법의 비자발적 입원제도에 대하여 이를 폐지하기 위한 제도개혁의 책임은 이행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는 내용의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을 마련하여 국회에 제출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고 국민의 인권과 의료. 사회복지의 질을 높일 책임이 있는 부서로서 직무유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에서도 나와 있듯이 지역사회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많은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직업선택 및 자격획득 등을 제한하고 있는 모자보건법, 영유아보육법, 공중위생관리법 등 수십 개의 법률들의 해당 차별조항은 장애를 이유로 한 명백한 차별적인 제도로서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반하므로 보건복지부가 그러한 법규정 자체를 폐지 또는 개정하는데 노력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개정안의 많은 내용을 차지하고 있는 “정신건강증진의 장”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증진사업을 하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기존의 건강증진법에 의하여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각종 사업과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는 마당에 별도로 정신보건법에서 건강의 한 부분인 정신건강증진사업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는 것은 중복될 뿐 아니라 정신보건법이 가지고 있는 인권침해의 문제가 전반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된다. 예를 들어 정신건강검진을 통하여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민에 대하여 정신약물의 투약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우려하는 내용의 일부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뇌. 신경 연구”를 위한 수십 조의 막대한 예산과 인프라를 마련하여 많은 학자들이 이 분야에 깊이 있는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 그런데 정신보건법에서 국립정신연구기관을 별도로 설치하려는 것은 현재 약 10만 명에 이르는 비자발적 장기입원, 수용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많은 임상실험이 이루어 질 경우 윤리적인 문제와 인권침해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생명윤리에서는 “치료자”의 입장에 있는 자가 동시에 임상“연구자”로 자신이 진료하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하는 것은 윤리에 반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많은 비자발적 입원 또는 수용자에 대하여 정신약물에 대한 신약개발실험이 시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러할 경우 비자발적 입원. 수용자들은 임상실험의 필수적 요건인 “자유롭고 자발적 동의”가 불가능한 취약자들이므로 이것은 윤리위반인 동시에 임상실험에 관한 법령위반이 될 수도 있으므로 이 점에 대한 관계당국의 조사와 관리가 필요하다.

     

    OECD의 우리 정부에 대한 권고안의 내용과 같이 우리나라에서 정신건강체계의 개선을 위하여 최우선적으로 수립 시행하여야 할 정책은 입원치료 중심의 정신보건의료체계를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거주하며 진료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지역사회 중심의 1차 의료와 보호의 체계로 개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입원진료비 등 의료비지출을 위한 의료보험과 의료급여예산은 연간 2조원 가까이 지출되는데 반하여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지역사회정신건강서비스, 주거제공이나 직업재활서비스 이러한 서비스의 연계 등 정신질환이 발병할 경우 단기간의 치료 후에 빠른 기간 내에 자신이 거주하던 주거와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회복을 돕고 만성 정신장애인의 재활을 돕는 인적, 물적인 인프라가 극히 부족한 현실을 개선하려는 내용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립정신건강연구기관의 설립, 생애주기별 정신질환 조기발견체계 구축, 정신건강증진사업에 관한 규정은 정신의료와 보건의 서비스공급자들에게만 더 많은 기회와 수입의 확대를 누릴 수 있는 규정들로서 현행의 열악한 정신질환에 대한 진료와 서비스의 내용을 개선하기 보다는 국가예산과 인력이 편중 배치되는 결과와 아울러 정신의료의 독점으로 인한 폐단만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내용이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이탈리아 등 다른 OECD에 가입된 선진국에서는 정신병원과 입원병상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정신질환자의 평균 입원일수가 7일-30일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반할 때 우리나라는 환자의 평균입원일수가 200일 정도인 현실(요양원 환자의 평균 입소일수는 그 10배인 2000일이 넘는다)은 정신의료가 환자의 치료를 위한 서비스로서 제공되기 보다는 환자의 장기간의 수용과 그로 인한 사회적응의 어려움, 장기간 정신약물을 투약함으로 인한 부작용 등 폐단을 고려할 때 적절한 치료와 보호와는 거리가 멀다.

    이번 개정안 연구과제의 수행과 초안작성 및 검토과정에 참여한 학자나 전문가들이 대부분 정신의학회, 정신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의 전. 현직 임원이나 회원인 점은 법안의 개정을 책임진 보건복지부가 공정한 태도로 정신건강정책을 개혁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한다.

     

    2014년 갑오년 새해 첫날 아침에 바라는 소원은 금년도에 정부의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것을 계기로 오히려 장애인권리협약을 위반한 정신보건법은 폐지되고 국민의 정신건강증진과 함께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지역사회 의료와 생존권 등 인권을 보장하는 제도가 새롭게 마련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역량 있는 정신장애를 가진 국민 당사자와 옹호단체, 정신의료와 보건, 복지, 법률전문가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한 가운데 진지한 논의가 곧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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