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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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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장애인에게는 왜 사회적 동물로 살 권리가 주어지지 않았는가 (배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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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파도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7,335회   작성일Date 19-02-2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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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너무나도 위대하여 이제는 흔해진 명언으로... 이 글을 시작해보려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길, 인간은 개인이 유일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하고 있기에 존재한다고 하였다. 즉, 사회 속에서 타인과 살아가는 것은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원동력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 공감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대의 우리는, 이제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인권’에는 과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명제가 우리가 공감하는 만큼 녹아 있을까?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에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저만치 선 채로 함께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한창 사회에 나와 활동하고 관계 맺을 시기에 정신병동 속 갇힌 공간에서 지내야 했던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정신장애는 보통 청소년기나 성인기에 발현되는데, 그 때부터 정신장애라는 고난을 안게 된 당사자들은 우리나라의 제도적·문화적 환경에 의해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 일반적인 생애주기별 생활양식에 따르면 (이러한 생활 방식과 순서가 정답의 삶인 것은 아니지만) 학교 및 직장생활을 하며 자신의 관계망을 넓힐 시기에, 당사자들은 오랜 기간 정신의료기관에서 지내거나 가정에 고립되어 있었다. 그동안 당사자들은 사회적 동물로 살아갈 기회조차 주지 않는 사회 속에 놓여,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성’도 기를 수 없었던 것이다.

    정신장애인에게는 왜 ‘사회적 동물로 살 권리’가 주어지지 않았는가


    이처럼 정신장애 당사자들은 타인과 소통하고 사회와 관계하며 그 속에서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사회적 동물로 살’ 권리와 기회를 박탈당해왔다. 이는 우리 사회와 문화가 당사자들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사회는 ‘의료’, ‘치료’, ‘보호’ 등의 단어를 신봉하고 여기에 매몰되어 있다. 하지만 그 단어들의 이면을 살펴보면 ‘치료 = 잘못된 것을 고치는 것’, ‘보호 = 어떤 공간에 넣어두고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의료’라는 이름 하에서 행해진 ‘치료’와 ‘보호’는 정신장애인의 증상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고치기 위해 그들을 병동에 넣어둔 채 나오지 못하게 하였다. 결국 의료의 행위들은 ‘격리’와 ‘배제’의 동의어였던 것이다. 그러나 ‘치료’, ‘보호’라는 단어들로 치장한 모습에 사회는 정신장애인에게 행해진 ‘격리’, ‘배제’를 묵인하고 외면해왔다.


    두 번째는 제대로 보지 못하는 눈과 듣지 못하는 귀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 사회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각종 편견과 부정적인 시선들로 잔뜩 얼룩져있다. ‘정신질환’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친’, ‘폭력적인’, ‘위험한’ 풍경들을 함께 연상한다. 이는 모두의 눈과 귀를 편견으로 가려버리는 언론과 미디어의 작용이라고도 볼 수 있다. 슬프게도 사람들의 눈과 귀는 까만 안개 같은 언론과 미디어에 늘 향해 있고, 자극적이고 오류적인 보도 때문에 결국 정신장애 당사자들을 제대로 보고 듣지 못한다. 아직도 언론과 미디어의 힘을 가늠하기가 어렵다면,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져보면 될 것이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을 한 번도 접해보지 못 한 사람들은 그동안 어느 경로를 통해 이들에 대한 이미지를 쌓아왔는가? 그리고 그 이미지 중에 긍정적인 것은 몇 개나 되는가?


    세 번째로는, 당사자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제도적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비당사자들의 경우에는, 법이라는 거시적인 개념이 개인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직접적으로 느껴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법이 우리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지대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의 일상이 ○○법 ○조 ○항에 의해서 이렇게 이루어지는구나.’라고 줄곧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편, 앞서 강조하였지만 많은 당사자들의 삶과 시간은 ‘고립’이라는 강력한 블랙홀로 잠식당했었다. 그 블랙홀의 중력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정신보건법의 강제입원 조항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법 조항은 당사자들의 신체적 자유를 앗아감으로써 당사자 삶 전반에 상상 이상의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는 강제입원조항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고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되어 강제적 절차가 완화되었으나, 법 조항 하나 하나가 당사자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여전하다. 그동안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법’이 한 개인을 사회 테두리 바깥으로 밀어내는 기능을 해왔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문화는 ‘광기’를 금기시하고 있다. 누군가 정신과 진료 이력이 있거나 항정신성 약물을 복용하거나 그 밖에도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면 ‘잘못된 것’, ‘비정상적인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하지만 정신장애는 인간의 삶에 등장하는 하나의 고난 또는 경험일 뿐이며, 누군가의 고난과 경험에 대해서 당사자가 아닌 자들이 멋대로 평가하는 것은 지나치게 오만한 행동이다. 한편 영국과 캐나다 등지에서는 당사자들의 주도 하에 ‘Mad Studies’라는 흐름이 등장하였다. 우리나라 말로 직역하면 ‘미친 (사람에 대한) 학문’ 정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금기시되어 왔던 ‘광기’를 그대로 내비치며, ‘그래, 우리는 광인이다.’라는 목소리를 출발점 삼아 연구와 운동을 전개한다. 이미 지구 반대편에서는 광기를 금기시하고 억압하고 멋대로 평가하는 이 사회에 저항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우리 모두는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적 동물로 살아갈 권리’에는 우리 삶의 매우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다. 학교 생활, 대인 관계, 직장 생활뿐만 아니라 식당에서 주문 할 때에 주눅 들지 않고, 사람이 많은 곳을 당당하게 걸을 수 있는 사사로운 것들까지를 말한다. 매우 작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조차도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누리기 힘들었기에, 그들이 잃어온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되면서 강제입원절차가 완화된 상태이다. 이전에는 보호의무자 2인과 전문의 1인의 동의만 있으면 강제입원이 허용되는 시스템이었으나, 이제는 보호의무자 2인과 전문의 1인, 그리고 타 의료기관의 전문의 1인의 동의가 있어야 2주 이상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법률의 변화로 인해 강제입원의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고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기회는 이전보다 보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제도와 복지가 충분히 이루어졌다하더라도(앞으로도 더욱 개선되어야 하지만), 우리 사회가 눈과 귀를 바로 잡고‘광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에 비로소 당사자들의 ‘사회적 동물로 살아갈 권리’가 온전히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인권을 이야기하는 지금, 우리는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람답게 사는 것’은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넘어 ‘타인과 소통하고 사회와 관계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는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원동력이고, 인간으로서 존재하고 있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에게도 응당 주어져야 마땅한 권리들이다. 일상의 사사로운 행복을 누리는 것이, 당사자들에게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될 날을 기대하며, 우리 모두가 이 사회를 바꾸어갈 것을 당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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