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당사자 심층면접 결과-5. 언론 및 미디어가 조장하는 정신장애인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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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당사자 심층면접 결과 (33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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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2017년 통합결과보고대회 자료집)중
5. 언론 및 미디어가 조장하는 정신장애인 차별
일반 시민들이 ‘정신장애인’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에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직접 정신장애인과 접촉해본 적 없는 사람들의 경우라면 흔히들 ‘무서운 사람’, ‘범죄자’,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신장애인에 대하여 어두침침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데에는 언론과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언론과 미디어는 사람들이 정신장애인에 대해 직접 경험해보기도 전에, 자극적이고 두터운 편견으로 시민들의 눈을 덮어버린다. 그렇다면 언론과 미디어가 말하는 대로 정신장애인은 정말 위험할까? 정신장애인은 언론과 미디어로부터 어떠한 차별을 받을까? 그리고 이러한 차별은 정신장애인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① 나는 위험한 사람인가?
많은 정신장애인들은 범죄와 정신장애를 연결시키는 언론 때문에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 같은 언론 효과로 정신장애인이 위험하다는 편견을 우리 사회에 심어주는데, 이 때문제 정신장애 당사자들은 불쾌함과 좌절감을 겪는다.
TV에 사건 보도될 때마다 ‘정신장애인이다’, ‘조현병이다’, 이렇게 보도하니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왜 많은 사람들이 소수의 사람들로 인해서 피해를 봐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뉴스를 보고 상당히 놀라고 불쾌하기도 하고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 (참여자 3)
‘정신장애인들 위험하지 않냐’ 막 이렇게 얘기를 하기도 해요. 또 어떤 사건이 매스컴에 나왔을 때 정신과와 관련시켜서 보도가 많이 나오잖아요. 그렇게 연결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때로는 그거 가지고 다른 사람이랑 다투기도 하고. (참여자 25)
그렇다면 정신장애인은 정말로 위험한 사람인 것일까? 실제 통계 자료를 보면 이러한 사회적 인식과 편견은 모두 만들어진 것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2011년의 경찰통계연보에 의하면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0.3%로 아주 극소수에 해당한다. 범죄 발생의 유형별 집계 현황에서 정신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가운데 0.4%를 차지하였으며 조현병 환자 10명 중 단 40명 만이 강력범죄를 일으킨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보고에서도 2010년을 기준으로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비정신장애인 범죄율의 10분의 1로, 비장애인의 범죄율이 약 1.2%인데 반해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0.08%였다. 즉 비장애인의 범죄율이 15배 가까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비장애인이 정신장애인보다 훨씬 더 위험한 존재인 것이다. 그럼에도 각종 언론과 미디어의 영향으로 정신장애인은 위험한 인물이라는 오해를 받게 된다. 더구나 각종 언론매체에 달린 댓글은 정신장애인에게 좌절감을 또 한 번 안겨 준다.
제가 댓글을 왜 안 보냐면, “정신장애인 이런 것들은 쳐 넣어야 한다”, “죽어 버려야 한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썼더라고요. “그런 사람은 돌아다니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부터 죽여야 한다” 까지 별 소리가 다 있어요. (참여자 17)
무조건적으로 욕하거나, “다 수용시설로 가야 된다”, “시설로 가야 된다”, “격리해야 한다”, 그런 얘기들. 이제 조현이라는 단어가 붙기만 하면... (참여자 26)
어떤 기자가 정신장애인에 대해서 쓰는 글을 많이 읽게 돼요. 기사에 왜곡된 부분도 없지 않고요. 의사들의 시선에서 글을 쓴다든가, 한 쪽으로 편향된 글을 보면 마음에 안 들지만, 뒤의 댓글들도 한 쪽 이야기만 듣고 정신장애인을 비하하는 걸 많이 봐요. 그런 글을 볼 때 저는 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러는지 되게 씩씩 거릴 때도 있고요. (참여자 32)
정제된 언어로 쓰인 기사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 아래에 달린 댓글들이다. 정신장애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치부하는 기사에서 한 번 상처를 받은 정신장애인들은 댓글들로 또 한 번 더 상처를 받는다. 정신장애인을 위험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순간, 지역사회의 비장애인들은 정신장애인을 격리하고 존재를 부정하고자 한다. 이러한 인식은 모두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② 언론과 미디어의 희생양
범죄 관련 기사를 보면 대부분의 기사 말미에 ‘용의자 A씨는 우울증인 것으로 드러났다’, ‘용의자 A씨의 정신과 감정이 진행될 예정이다’라는 식의 문구가 등장한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신장애’와 ‘범죄’ 사이에 강한 상관성이 있다고 느끼게 하고 정신장애인이 잠재적인 범죄자인양 몰아간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정신장애’ 혹은 ‘조현병’이라고 검색만 하여도 유사한 종류의 기사들이 우후죽순하게 보인다.
정신장애 가진 사람들 중 (범죄자는) 소수고 자기 생활을 되찾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든지 직업을 가져서 극복한 사례들도 많아요. 그 사례들은 신문에 안 실리면서 그런 소수의 정신장애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만 집중을 하고 보도하는지 이해가 안 돼요. (참여자 18)
어떤 사람이 칼로 사람을 찔러서 죽였고 뉴스에 나왔어요. 그런데 그 사람을 정신과 분석 한 다음에 어떻게 결정을 내릴지 두고 보겠다고 나왔는데, 거기서 왜 정신과 분석을 한다는 거예요? 무슨 일이 생기면 정신과를 갖다 붙이는 거예요. 그건 잘못된 인식이에요. (참여자 8)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많은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문제의식을 표하였다. 정신장애인 중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은 매우 소수이고 긍정적으로 회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많음에도, 부정적인 기사가 대다수라는 것이 그것이다. 비행기 사고보다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행기가 더욱 위험하다고 인식하는 것과 유사하다. 대중들은 자동차 사고보다 비행기 사고를 더욱 부각하는 언론과 미디어에 영향을 받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러한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더욱 억울한 일은, 실제 범죄자가 정신장애인이 아닌데도 언론의 오보나 과장 보도로 정신장애인이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믿게 만드는 것이다. 제대로 확인 하지도 않고 정신장애와 관련된 내용을 ‘우선 쓰고 보자’는 식의 기사들로 인해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사실 대표적으로 강남역 살인사건이나 인천 여고생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일단은 정신과 치료를 받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조현병 짓이다’, ‘조현병 당사자가 한 짓이다’, 이렇게 보도해요. 나중에 경찰청이 ‘조현병과는 관련이 없는 사건이다’라고 수정해서 보도를 했더라고요. 하지만 국민들은 처음에 나오는 보도만 보지 그 다음에 수정되어서 나오는 보도는 잘 보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요.” (참여자 25)
너무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올려요. 뉴스 보면 알겠지만 최근의 인천 여고생 살인사건의 김양도 결국은 정신병이 아니었어요. 근데 왜 다 정신병이라고 그러나요? 다 무슨 사건만 일어나면 ‘정신병원에 들어갔다’, ‘우울증 약을 먹는다’. 이런 것들이 자꾸만 화두가 되는 건가요?” (참여자 19)
많은 정신장애인들은 본인이 언론, 미디어, 또는 모종의 권력에 의한 희생자라고 느끼고 있다. 기자들의 특종거리, 경찰들의 여론몰이, 사람들의 가십거리가 되어 가는 현실 속에서 계속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
내가 보기엔 저 (범죄자가) 조현증이 아닌데도 무조건 갖다 붙이잖아요. 이건 장애인 학대이죠. 일종의 누명을 씌우는 범죄에 해당하는 거 거든요.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게 하잖아요. 의사들도, 경찰들도, 언론인도 전부 다. 그런데도 아무도 잘못 됐다고 얘기하지 않았잖아요. 우리만 문제 제기를 하고 있고 일상 속에서 계속 스트레스를 받아요. (참여자 28)
정신장애인은 기자들의 특종을 위한 희생물이 되고 또는 의료 재벌들의 의료 카르텔이나 의료 트러스트의 희생양이 되어야 해요. 범죄와 범죄학자들의 뉴스거리가 되어 버리는 그런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요. (참여자 4)
③ 나를 점점 숨게 만드는 언론과 미디어
언론과 미디어, 그 밖의 권력들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정신장애인들은 더욱 더 숨어 지내게 된다. 비장애인에게는 단지 인터넷 기사나 뉴스 보도일 뿐인데도 당사자들에게는 자신이 감당해야 할 각박한 현실로 다가온다.
정신장애인 타이틀을 걸고 정신장애인은 오히려 더 숨어 지내려 그러지 그렇게 막 오픈된 마인드로 앞장서서 그럴려고 하질 않아요. 기분이 나쁘죠. 그럴 때 그러고 이제 예를 들어서 대구 지하철 사건도 정신장애인 판정을 받아서 그렇게 일을 저질렀다 이런 얘기를 했잖아요. 그때도 기분이 나빴죠. (참여자 6)
센터마다 회원이 있잖아요. 30명씩, 40명씩. 그 회원들도 어디 소풍 가는데 그 때 강남역 사건 터지고 나서 그거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한다, 회원들이 다 그런 얘기한다고 하더라고요. (참여자 21)
이러한 현상은 보다 더 구체적인 차별로 정신장애인들을 배제시키기도 한다. 이는 다음 사례에서 드러난다.
그렇게 크게 관심을 안 가졌었는데 지난번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로 이제 자세히 찾아보게 돼요. 그런 일이 또 벌어지면 우리한테 피해가 오니까. 정신장애인이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당하니까. 제가 일했던 웨딩홀에서 동료들이 갑자기 잘렸어요. 그 살인사건 때문에 편견과 오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그런 이상한 일이 터질 때마다 눈 여겨 기사랑 뉴스를 보고 있어요. (참여자 17)
‘참여자 17’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당사자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 유사한 현상이 벌어질 경우 언론과 미디어에 민감해진다고 말한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에게 악의적인 언론과 미디어의 보도, 그리고 그로부터 형성된 사회적 인식이 당사자의 인권 침해나 사회 배제로 직접 연결되는 것이다.
볼 때마다 자괴감, 상실감. 또 어떤 때는 자살해 버리고 이 나라를 떠나야 되겠다,하는 그런 충격적인 생각도 많이 갖게 되는데요. 이 차별과 이 편견과 이 낙인을 이건 나 혼자서는 해결할 수가 없다는 것 때문에 더 마음이 아픈 거죠.” (참여자4)
어떤 당사자는 차별, 편견, 낙인으로부터 무력감을 경험하고 있었고 이는 충격적인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사회가 그들에게 가지고 있는 오해를 풀 수 있는 방법조차 없는 정신장애인들은 커다란 벽 앞에서 계속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언론이 앞장서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해소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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