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정신장애인의 자격, 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현행 법령상 결격조항이 폐지 또는 완화될 수 있도록 범정부적 정비 대책 마련 및 시행을 국무총리에게 권고했다. 특히 복지부 장관에게는 '사회복지사업법'상 정신장애인이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하는 신생조항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8일 현행 법령에서 정신장애인의 자격과 면허를 제한하는 규정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그리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위배한 것으로 판단해 이러한 권고를 냈다고 밝혔다.
자격, 면허 취득 시 정신장애를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법률은 총 27개였다. '모자보건법'(산후조리원 설치 운영 면허) 등 6개 법률은 정신장애인의 자격, 면허 취득을 절대적으로 제한한다.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활동지원인력) 등 18개는 정신과 전문의 진단 등으로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되면 예외적으로 자격, 면허 취득을 허용하고 있고, '도로교통법'(운전면허) 등 4개는 의사 진단 등으로 위험성이 인정될 때만 정신질환을 결격사유로 인정한다.
정도는 다르지만 이러한 결격 조항들은 결국 정신장애인이 잠재적 위험성이 있고 무능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때문에 정신질환이 실제로 업무상 무능력 혹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구체적 근거가 없음에도 정신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신질환자를 '결격자'로 지정하는 법률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지난해 9월 28일, 정신질환자의 사회복지사 자격을 제한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 4월 25일부터 시행된 것이다. 이로써 정신장애인의 자격, 면허 취득 결격사유 조항은 28개로 늘었다.
이에 인권위는 "정신질환만이 업무상 무능력과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구체적 근거가 없고, 다른 신체질환과 마찬가지로 치료할 수 있거나 치료과정에 있는 것이며, 업무적합성과 위험성 여부는 경중과 치료 경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에도 검증 절차 없이 법률로 배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며 권고안을 내놓았다.
이어 인권위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신건강복지법'의 정신질환자 정의를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 때문에 직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있는 자’ 등 객관적인 상태를 규정하는 방식으로 개정해야 하고, 판단의 기준과 절차 역시 개별 심사규정으로 명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법률이 정신질환을 '치료의 과정'이 아닌 '고정적 지위'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정신질환자가 예외적 구제 기회를 잡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또한, 인권위는 정신질환 판정이 다른 사법적 절차보다 주관적 성격이 강하고 시기와 정도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에 "(정신질환이) 결격사유로 지정된 이후의 구제절차 역시 구체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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