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헌법재판소와 국제연합의 MI Principle(1992)이 요구하는 적법절차 요청의 핵심인 고지와 청문 및 절차보조인 지원이 결여돼 있고, 그 대신 실체적 정당성이 없는 보호의무자 제도는 유지하면서 치료목적 계속입원을 위한 2인 진단과 원칙적으로 서류심사에 그치는 입원적합성심사 등이 옥상옥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자의입원의 비자의입원으로의 전환의 어려움과 정신질환자 개념이 지나치게 좁게 설정돼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 교수는 “불균형적인 규제는 보호입원과 그 남용은 줄일지 모르나 대신 넓은 의미의 자의입원, 특히 동의입원이 증가해 오히려 실질적인 치료와 인권보장 모두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을 위험이 있다”면서 “실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비자의입원 중 보호입원은 크게 감소했으나 그 거의 다가 동의입원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신건강복지법의 개선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이 교수는 먼저 적법절차와 관련해 “독립적 심사절차의 도입은 필수적”이라며 “절차보조인 등의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다만 독립적 심사를 법원에 맡길지, 독립적 심사기구에 맡길지는 입법적 선택의 문제”고 말했다.
또 “독립적 심사를 응급입원을 제외한 모든 입원의 사전절차로 할지, 아니면 일단 입원은 허용하고 일정 기간 후 계속입원심사 단계에서 심사할지도 입법적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아울러 “보호의무자 제도와 입원적합성 심사는 폐지돼야 한다”면서 “다만 그중 보호의무자에 대해서는 그 기능을 대신할 제도가 필요한데, 일정 범위의 가족 기타 신뢰할 만한 사람이 절차에 관여할 수 있게 하거나 나아가 그들에게 절차 개시의 신청권을 주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문의 2인 진단도 폐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2인 진단은 독립적 심사가 이뤄지는 한 필요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목적 및 기대효과에 비해 과도하게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전문의 1인 이상을 국‧공립정신의료기관 소속으로 해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소속의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진단을 받게 한 것은 여러 모로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을 피할 없다”고 꼬집었다.
입원 요건과 관련해선 “종전과 같이 자‧타해 위험과 치료의 필요성을 선택적으로 규정하되, 타해 위험에 대해서는 자기결정능력의 결여 또는 부족을 추가로 요구하고, 정신질환자(로 의심되는 자)를 정신의료기관까지 적법하게 호송해 검사받게 할 새로운 제도, 특히 응급입원과 응급호송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정신질환자의 개념 규정을 종전과 같이 조금 더 개방적인 형태로 하고, 자‧타해 위험과 치료의 필요성도 더 구체화하기보다는 절차와 적절한 유인 체계의 설계로 통제함이 바람직하다”면서 “탈수용화와 관련해선 정신요양시설을 개방된 사회복지시설로 전환할 필요가 있고 외래치료명령제는 적어도 비자의입원 절차와 그 요건에 통합돼야 한다”고 했다.
또 정신질환자의 정신건강 회복과 사회통합, 인권존중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상당한 인적‧물적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적‧물적 자원의 확보 및 지원은 법 개정과 달리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고 설명하며 이를 위한 정책적 우선순위 조정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정신보건법제의 개혁은 현실을 고려해 진행돼야 한다”면서 “인적‧물적 자원의 구축이 이뤄지지 않은 채 법적 틀만 바꾸는 손쉬운 개정으로는 실제 문제가 해결될 수 없고, 오히려 더 큰 왜곡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어느 나라나 정신보건법제는 몇 차례의 근본적인 전환을 겪었다”면서 “우리에게는 지금이 그러한 시기다. 이번 기회에 정신보건법제의 기본 틀이 재정립되고, 적절한 우선순위의 조정과 실질적 지원의 확충이 함께 이뤄져, 정신질환자의 복리가 실제로 증진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