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 ‘대탈출2’, 정신장애인 혐오 부추기나
페이지 정보
본문
[비평] 피범벅된 환자, 기이한 종교의식, 공포 분위기…정신병원은 탈출해야 하는 곳인가
지난 12일 tvN 예능프로그램 ‘대탈출2’의 한 장면이다.
정신병원장이 간호사들과 병상을 회진한다. 강호동에게 과식을 문제 삼으며 그것 때문에 병원에 온 거라고 한다. 유병재에겐 SNS를 하냐고 묻는다. SNS에서 많은 이에게 관심을 받으면 좋다고 말하자 ‘중2병’을 진단한다. 원장이 김동현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 뒤 곧 허언증이라고 진단했다. 원장이 신동에게 자물쇠를 보여주고 “따고 싶은 생각이 드냐”고 묻자 신동은 그렇다고 답한다. 신동은 충동성 도벽을 진단받는다.
공포 분위기도 연출했다. 남자 간호사들이 난독증 진단을 받은 김종민을 ‘특수치료실’이란 곳에 강제로 끌고 간다. 원장은 자신이 퇴마사라며 김종민에게 주문을 가르친다. 이후 한 병실에 데려가는데 그곳엔 한 남성이 피범벅이 된 채 묶여 있었다. 그 남성을 끌고 간 것으로 보이는 복도와 계단 일대도 피투성이였다. 살인자가 교도소 대신 정신병원에 왔다는 소문이 돌고, 휴게실에는 한 사이비 교주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 tvN 예능프로그램 '대탈출2' 12일자 방송 화면 갈무리
|
프로그램 이름처럼 출연진들은 이 병원에서 탈출하는 게 목표다. 이 방송에서 정신병원은 탈출해야하는 공간이다. 언제 끌려갈지 모른다는 공포가 지배하는 곳이다. 이들이 갇힌 이유들이 진짜 ‘병’인지도 의문이지만 병을 치료하기는 커녕 더 악화되지 않으면 다행일 지경이다.
차별이나 혐오는 차이에서 시작한다. 나와 다른 존재는 낯설고, 낯설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파악하지 못하면 두렵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그 낯선 존재의 특징을 하나 파악한 뒤 그 특징으로 낯선 존재를 규정하기도 한다. 수십·수백가지 이상의 정체성을 가진 존재인데 한두 가지 특징으로 이해했으니 편견일 수밖에 없다.
생소하면 열등하다고 판단해 무시하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해 외면한다. 차별과 혐오가 강하게 작동한다. 인종차별·지역차별 등이 그렇다. 특정 인종이 게으르거나 특정 지역사람이 더 비열하다는 근거는 없다. 어쩌면 그 차이 하나 제외하면 나머지 정체성들이 비슷할지 모른다. 해결방법은 한 가지다. 익숙해지면 된다. 겪어보면 다들 비슷한 면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정신장애인(정신질환자)도 마찬가지다. 혹시 내원 기록이 남을까 보험적용 여부를 묻는 유일한 곳이 정신건강의학과일 정도로 차별과 낙인이 심각한 수준이다. 조현병으로 대표되는 정신장애인은 사실상 흉악범죄자로 이미지가 굳어져있다. 조현병이 곧 범죄자로 인식되기 때문에 치료와 감금의 경계가 무너져있다. 편견에 기초한 사회제도와 문화가 오랜 기간 자리잡았다.
한국에선 의료의 뜻만 담긴 ‘정신질환’이란 표현을 선호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사회에선 사회문화적 맥락을 담은 ‘정신장애’란 단어를 권장한다. 정신질환은 비정상을 정상과 구분하는 의학에 힘을 빌어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다는 뜻을 포함한다. 정신장애는 그를 있는 그대로 봐주되 사회생활에서 겪을 장애를 사회와 국가가 지원하자는 뜻을 담는다.
신체장애인의 경우 장애를 ‘극복’해 ‘정상인’이 돼야 할 존재로 볼지, 비장애인 중심 세상에 신체장애인도 불편하지 않게 살게끔 제도와 문화를 바꿀 건지와 비슷한 문제다. 실제 많은 정신장애인은 범죄 가해자보단 피해자 쪽에 가깝다.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비장애인의 그것보다 15분의 1수준이고, 정신장애인이 피해자일 확률은 비장애인의 5배다. 문제는 이를 머릿속으로 이해한 사람들조차 공포를 마음에 품고 산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방송은 편견을 강화하기보다 정신병원과 정신장애인의 다양한 모습을 노출해 친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대탈출2’는 정신병원과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모두 긁어모아 이를 희화화했다. 정신병원에는 무서운 사람이 살고 있을까. 정신병원엔 공포를 조장하는 이들이 갈까. 결국 ‘대탈출2’는 정신병원을 자유롭고 쾌적한 분위기로 만드는데 또 하나의 장애가 된다.
▲ tvN '대탈출2' 12일자 방송화면 갈무리
|
▲ tvN '대탈출2' 12일자 방송화면 갈무리
|
실제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한 정신질환자 8만명을 전수 점검해 집중관리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정신질환자 범죄로 사회적 우려가 고조된다는 게 이유였다. 정신장애인 인권단체 파도손의 이정하 대표는 복지부 발표를 검토한 뒤 페이스북에 “눈에 띄는 대목은 행정입원 강화”라며 “가장 큰 문제인 ‘병원 치료환경 개선’은 없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예능프로그램이라지만 이런 사회적 맥락을 벗어날 순 없다. 누군가에겐 삶과 죽음의 문제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통계를 보면 2016년 한해 정신장애인 1601명이 사망했다. 하루 4명 꼴이다. 왜 이렇게 많은 정신장애인이 죽어 가는지 짐작할 단서는 있다. 정신장애인의 자살률은 (신체)장애인 자살률보다 약 3배 높고 전체 자살률보다 8.1배 높다.
19일 오후 10시50분 tvN ‘대탈출2’은 정신병원 2탄을 방송할 예정이다. 제작진은 tvN 홈페이지에 “지난주, 피 범벅 환자 등장은 시작에 불과했다”, “기이한 초자연적 현상에 잔뜩 겁먹은 탈출러들”, “탈출러들의 숨통을 조여오는 악령의 위협과 그를 물리치기 위한 구마의식” 등으로 이날 방송내용을 예고했다.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8492#csidxb63bf79c04cafcea64fb962844d30ea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