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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조현병 범죄', 사회방위와 사회통합의 해법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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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파도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37,716회   작성일Date 19-06-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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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의 e-복지법률뉴스(2019년 5월호-통권 14호) 전문가 칼럼과 중복게재되었습니다.


     


    [칼럼] '조현병 범죄', 사회방위와 사회통합의 해법은 다르지 않다






    정신장애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많이 의지했던 지인은 정신병원과 강제입원의 역사가 ‘시계의 추’ 같다고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시계추와 달리, 인식개선과 교육홍보라는 지난하고 긴 시간에 걸친 몇 걸음이 몇몇 불미스러운 사건과 그에 반응하는 언론에 의해 단 시간에 크게 뒷걸음질친다는 점이랄까. 이른바 ‘조현병 범죄’라고 불리는 사건들이 아무리 극히 일부 사람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 하더라도, 그럴 때 조현병 환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강력범죄를 포함한) 범죄율이 극히 낮다는 통계 따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각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통제 불가능'이란 '공포'는 자연스레 '혐오'와 결합되고, 손쉽게 격리와 배제의 구조로 이어져 '치안'의 정치로서 작동한다.


    강남역 살인 사건,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 고(故) 임세원 교수의 죽음, 진주 방화・살인 사건, 부산 누이 살인 사건 등 여러 사건 속에서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었고, 유가족과 주변인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슬픔을 어찌 돌이키랴. 다만, 가해자에게 적정한 (치료를 포함한) 형벌을 지우고, 피해자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가 있다면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적어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일 게다. 그러나 그 방안이 공권력을 동원해 병원과 시설에 감금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바뀐 정신건강복지법 때문에 이런 일들이 늘어났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위 사건들의 ‘가해자’들이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전제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강제입원과 강제치료라는 전제는 신체의 구속과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기본적인 인권과 직결되기에, 쉽게 이야기되어 질 수 없다. 최근 몇 달 새 여러 개정법안들이 제안되었고, 그 법안의 내용들에 우려를 감출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누군가의 인권을 위해 또 다른 누군가의 인권이 무시된다면 그것은 이미 보편적 인권이 아니다.


    조현병은 세계적으로 1%의 항상적인 유병율을 가진다. 그러나 ‘조현병’과 ‘조현병 범죄’는 다르다. ‘조현병 범죄’는 자본주의 사회에 내재된 인간소외와 공동체의 파괴, 경쟁과 불안을 조장하는 사회시스템,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부족한 지지체계와 사회안전망 등에서 연유하는 사회적 구성물이다. 환청과 망상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기까지 이들은 대개 정신적・물질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사실 지역사회라고는 하나 ‘지역사회’나 ‘커뮤니티’ 안에 진정으로 이들이 편히 지낼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환영 받지 못한 자'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차마 병원과 시설에서의 끔찍한 경험을 다시 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들끼리 살 수 있는 섬(島) 하나만 달라고 절규한다. 누군가는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이 이율배반적인 법이라고 한다. 입원을 못하게 하면서 외래치료도 제대로 못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맞다. 추호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법은 강제입원의 요건을 강화하는 한 축과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게 하는 한 축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현실에서 지역사회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기만을 기다려서는 영영 가망이 없기 때문에 법부터 만들어놓고 채찍질하는 법이다. 그런데 사건들이 일어나자, 인프라를 만들고 지지체계를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아니라, 입원을 쉽게 하라는 식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극도로 진행되어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무슨 소리만 나면 112 신고부터 하는 일상. 서울에 비해 정신건강전문인력이 너무나도 부족한 지역의 형편. 미세먼지 많은 날 응급입원이 늘어난다는 통계.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더 구체적으로, 강제입원을 위해 경찰과 치안당국에 전권을 부여하는 것 외에 공공이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여전히 조현병을 ‘질환’으로 보고 ‘환자’로 본다. 장애인으로 보는 시각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조현병이 중증의 증상을 만성으로 가지고 있다면, 적어도 그 시기에 그는 장애인으로 보아야 한다. 장애인복지법이 그것을 ‘정신장애인’으로 규정하고 있고, 국제적으로 ‘심리・사회적 장애인’으로 명명하고 있다. 우리는 장애인복지에 관심이 많다. 장애인이 얼마나 비장애인과 같은 생활을 영위하는가를 선진국의 척도로 삼는다. 그래서 여전히 부족하긴 하지만 많은 세금을 쓴다.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저렴한 주택을 제공하고,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하고, 장애인연금(장애수당)을 주고, 회사마다 의무고용을 하고, 역사마다 승강기를 달고, 경사로를 만들고, 저상버스를 도입한다. 활동지원을 하고, 인식개선 교육도 한다. 그렇다면 정신장애인에 대해서는 어떤가.

    먼저 말해두고 싶은 것은, 사회방위와 사회통합이란 두 마리 토끼를 쉽게 잡을 수 있는 꿈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고 있고, 앞으로도 겪을 것이다. 비용도 많이 들겠지만 돈만 쓴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수정하며 방법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병원이나 시설에 ‘맡기는’ 방식은 사회방위에는 도움이 되지만 사회통합이 불가능하다. 당사자들도 극도로 꺼리고, 가족들도 다른 방도가 없으니 고르라는 선택지다. 지역사회에서 해체된 공동체성을 회복하고(이는 아마 정부가 추진하는 ‘커뮤니티케어’의 지향점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보건과 복지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며, 응급상황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방식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이다. 현재로서는 정신건강 전달체계가 개입해야 할 지점이 여기다. 돈을 쓸 곳도 여기라고 생각한다. 일차적으로 정신질환에 의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에 정신건강상담용 긴급전화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것을 별도의 시스템으로 할지,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구축할지, 또 치안당국과 어느 정도 긴요하게 움직일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력에게 직접 조사권을 부여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나와 있지 않은 상태다. 이차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일상적인 치료와 돌봄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차별과 낙인을 해소하고(공포와 혐오를 조장하는 언론의 행태에 대해서는 단호한 보도기준이 필요하다), 각종 사회서비스가 타 장애인과 동일하게 제공될 때라야 보다 근본적인 방책이 될 수 있다.



    지난 달 보건복지부가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강화대책’을 발표했지만, 지금의 정신건강복지 전달체계 하에서는 이러한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 발표한 외래치료명령제 강화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서울만해도 정신건강복지센터 종사자 일인당 수십명의 등록 정신질환자를 관리하고 있어 사실상 관리가 불가능하다. 외래치료명령을 지원하려 해도 환자의 명령불이행시 강제할 어떠한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다. 개정법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중증・만성 정신질환자에 대한 재가 방문관리가 가능한 정도의 인력과 권한 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 그동안 정신장애인 당사자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자의 위기상황 발생시 신속하게 경찰・소방・정신건강전문요원이 공동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정신적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동료지원 서비스 제공 △정신질환자가 언제라도 스스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안정화쉼터 마련 등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두려움이 혐오를 낳고 통제와 치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에 대응하기 위해 무슬림을 입국금지하겠다던 트럼프의 망언과 다를 바 없다. 세상을 깨끗하게 정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정화의 기준을 나눌 권리를 가진 이도 없다. 대신 우리에게는 이질적인 존재들과 부대끼며 살 권리가 있을 뿐이다. 이 권리를 어떻게 잘 행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 그것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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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



    출처 : 마인드포스트(http://www.mi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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