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센터 운영 체계 ‘한계’ 도달…패러다임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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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업무는 공공적 임무…민간에 맡기는 구조 한계 봉착
백화점식 업무 대신 표준 업무량 제시해야
서비스전달체계에 대한 전망 부재…혼란만 가중
전문성 보장되는 직영 운영 체제로 전환해야
직영 정신센터가 정신보건서비스 컨트롤타워 역할해야
지역정신보건 타겟이 중증질환자에서 일반인 정신건강 관리로 이동
영국, 우울·불안에 2600억 원 투자…3천명 이상 전문인력 양성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운영 체계가 한계에 도달했으며 정신건강서비스 수요를 충족할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안정적 고용환경이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서울 중곡동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열린 ‘2019년 제2차 정신건강정책 세미나 정신건강복지센터 역할 강화를 위한 운영체계 모색’ 토론회에서 전준희 한국정신건강복지센터협회장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발표를 했다.
전 협회장은 “한국정신건강복지센터 조사에 따르면 종사자의 60% 이상이 공공법인에 위탁된 고용 환경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신건강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공공재단이 지역단위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운영한다면 운영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현재의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운영상 문제점은 ▲사업에 대한 지나친 외부의 간섭 ▲개인사업자 등록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불안한 고용 환경 ▲비상근 센터장 ▲규정되지 않은 무제한의 업무량이 대표적이다.
전 협회장은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들은 비정규직이고 공무원이 아니지만 공공안전 업무를 수행한다”며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업무는 공공적인 것인데 세계 어느 나라가 이런 업무를 민간에 맡기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중간급 경력자들인 30대 인력들은 대부분 여성으로 이들은 아이들을 둔 엄마이기도 하다. 양육과 직업유지의 갈림길에서 이들은 대부분 육아를 택한다. 그러나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자원으로는 이들의 이직을 막을 방법이 없다.
전 협회장은 “센터의 고용환경에 대한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이 선택하는 길은 장기요양보험공단, 건강보험공단, 보호관찰소 등의 자리로 이직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근본적인 대책은 확충된 인력을 붙잡을 수 있는 고용환경의 개선과 백화점식 업무에 대해 표준 업무량을 제시해 책임성 있는 전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장기적 직업 비전을 갖고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직업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의 무원칙적 직영화의 문제와 관련해 “실질급여가 대폭 하락돼 사기저하로 인한 중장기적 인력 수급의 문제를 불러왔다”며 “서비스 전달체계에 대한 전망이 부재한 상황에서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사회 정신보건기관을 보건소 공공사례관리서비스 공조직으로 확대해 전문성이 보장된 직영 운영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지역정신보건기관 재활서비스에 대한 수가 도입을 통해 질적 향상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신건강복지서비스의 컨트롤타워로서 직영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직영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정신건강복지 서비스 기획, 성과 관리 등 컨트롤타워 기능을 해야 한다”며 “정신건강심사위원회 강화를 통한 탈원화 전략의 핵심적 수행과 중증정신질환자 사례관리 및 복지서비스 연계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업무 영역인 중증정신질환자사례관리, 자살 예방, 정신건강증진, 중독관리의 경우 영역 당 팀장급, 주무급을 정신보건 직열 공무원으로 신설하는 것도 강조됐다.
또 비상근으로 일해오던 정신건강전문의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상근 고용되는 메디컬디렉트(Medical Director)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도 제시됐다.
2013년 기준 민간위탁 형태로 운영되는 정신건강복지센터는 76.5%(134개소), 보건소 직영의 형태는 23.4%(41개소)로 나타났다. 2019년 현재 직영형 비율은 32.7%로 증가했다.
구 정신보건법은 정신건강복지센터 위탁운영체의 자격조건으로 정신의료기관을 포함해 정신보건사업에 경험과 전문성이 있는 비영리법인으로 명시했다.
이명수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현재까지 전체 위탁의 85%는 정신의료기관에서 받고 있는 것을 볼 때 위탁운영 체계를 선택하는 것과 정신의료기관의 존재 여부는 서로 밀접한 상관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013년 조사에서 센터가 선호하는 운영 형태는 공공법인(63%), 민간위탁(21%), 지자체 직영(9%)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공법인 모델의 형태는 아직 정신보건 영역에서 실행된 바가 없다.
이 센터장은 “공공법인의 형태는 정부 예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재정 조달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며 “그러나 정부 정책 우선순위에서 다른 영역과 경쟁하며 예산을 스스로 확보해 나가야 한다는 부담을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센터들이 공공법인을 선호하는 이유도 ‘독립성’ 때문이라는 게 이 센터장의 분석이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공공법인은 서비스 공급 결정을 온전히 법인에서 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진다. 또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사업구조로 인해 재정 부담에 대한 정부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고 서비스 구입 주체도 직영형이나 민간위탁과 같이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독립성이 상대적으로 강화돼도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요건은 만들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법인의 형태를 선호하는 것은 서비스 공급 결정 과정의 혼선이 최소화되고 고용 안정성의 이유가 크게 작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비스 공공성의 경우 서비스를 받는 대상자의 측면도 고려돼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 공공성은 서비스의 공급 결정 주체와 생산주체가 누구인가라는 정의 문제도 있지만 동시에 생산된 서비스가 누구에게 공급되느냐에 따라서도 개념화될 수 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지역정신보건사업은 최근까지 주 타겟이 취약계층의 중증정신질환자로 규정돼 왔다. 그러나 보건소 정책 방향성이 진료 중심에서 건강 증진과 예방 관리로 강화되면서 정신보건사업도 사례관리보다 일반인이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증진과 예방사업이 강조되고 있다. 취약계층 우선이라는 개념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명칭이 정신건강복지센터로 바뀐 현재에도 센터의 역할 프레임은 변화되지 않았다”며 “일련의 사건사고가 터지면서 경찰과 법무부로부터 정신증을 가지고 있는 범죄자의 사후관리에 대해서도 요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 과정은 정신건강 서비스 체계에 혼선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혼선은 세 가지 범주로 나타난다. 첫째,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서비스를 우선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사회경제적 취약성과 상관없이 서비스를 고루 제공해야 하는가이다.
둘째, 어느 집단이 주 서비스의 대상인가에 대한 혼선이다. 2013년 정신건강복지센터 현황 조사에 따르면 서비스 등록인원 기준으로 중증정신질환자의 비율은 47.5%, 아동청소년 21.2%, 우울 및 자살예방 19.8%, 중독관리 4.3%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서비스 제공 인력 기준은 중증정신질환 관리 인력 40.0%, 우울 및 자살예방 25.3%, 아동청소년 20.3%, 중독관리 3.7% 순이었다.
셋째, 같은 대상 집단 내에서 우선순위의 혼선이다. 아동청소년 정신보건사업의 경우 제한된 인력으로 학교에서 의뢰하는 정서행동발달평가 고위험군의 평가를 해내기도 벅찬 상황에서 지역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에 대한 집중적 사례관리는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는 우울과 자살예방, 중독관리 등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공통으로 나타난다.
이 센터장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개입 모형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입 효과를 논할 수 없다”며 “따라서 국가 차원의 표준적 서비스 모형을 개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며 각각의 서비스 모델은 개입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적정 서비스 부담이 필수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지역기반의 심리상담 서비스 체계 구축도 제안했다. 영국은 우울과 불안 등에 대한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2천600억 원을 투자했다. 이 재정 투입을 통해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인력 양성, 서비스 예산으로 사용됐다. 그 결과 3천200명 이상의 인력이 양성됐고 100만 명이 서비스를 제공받았으며 60만 명이 회기를 의미있게 종료했다. 또 21만 명이 회복됐으며 4만 명이 장애연금에서 벗어나 직장으로 돌아간 것으로 추계됐다.
우리나라와 영구의 보건의료체계는 다르다. 영국은 NHS(National Health Service) 체계에서 병원과 지역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기획되고 전개되지만 한국은 병원 서비스에 대한 재정과 지역 서비스에 대한 재정이 분리돼 있다. 또 정신과 의사와 전문요원이 팀으로 움직이는 다학제팀의 형태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구축돼 있지 않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영국 기준으로 봤을 때 낮은 레벨의 치료요원 훈련 프로그램 개발과 양성, 그리고 경증의 우울, 불안 문제에 대한 일차적 개입을 목표로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대규모 검진 사업의 후속작업 또는 단순한 치료 연계의 형태로만 정신건강 문제의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그나마 치료 연계가 불가능한 지역의 경우 공공 영역에서의 전문적 서비스 역량 확보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마인드포스트(http://www.mind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00&fbclid=IwAR0yQi5GTTD0k5XW8AiMh0jHBcOpVl27UHXCsOa0r5l_GDmaKd-jCWFiW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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