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에서 낙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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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 범죄 연구로 유명한 레빈은 ‘편견, 편견에 의한 행위, 차별, 폭력, 제노사이드’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증오의 피라미드Pyramid of Hate’라고 했다. 편견은 생각 속에 머물러 있는 단계이므로 이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편견이 외화되어 혐오발언, 혐오표현Hate Speech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해악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다.
소수자, 약자를 향한 혐오표현은 편견에 기초한 구체적 행위의 시작이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다고 해도 그 결과로 소수자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의 크기를 고려한다면 자유에 따르는 책임의 문제를 상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를 방치하면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차별이 일상화되고 증오범죄로 이어지게 된다. 편견과 혐오가 사회구조적인 불순한 동기와 만나게될 때 제노사이드라는 재앙을 부르게 된다.
특정 소수자 집단에 대해 편견, 혐오, 차별이 반복적으로 진행되면 고착화되고 구조화된다. 그 소수자 집단은 ‘시회적 낙인 찍기’의 대상이 된다. 낙인 찍힌 집단은 사회로부터 구분되어 배제된다. 공존할 수 없는 존재로 사실상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게 된다.
‘존재의 부정’은 낙인의 본질이다. 낙인은 배제를 목적으로 한다. 배제를 관철하기 위해 다양한 기제가 작동한다. 낙인의 대상자는 사회로부터 제거되거나 추방 또는 격리되며 이게 여의치 않으면 침묵과 은둔을 강요당한다. 우리 눈앞에 보여서는 안되는 존재이다.
중세기의 마녀 사냥, 식민지에서 이루어진 선주민 대량 학살, 나치의 유대인, 소수자 학살 등 제노사이드 수준의 대량 학살뿐만 아니라. 명예살인이나 성소수자들을 목표로 한 증오 살인들이 직접적인 제거를 목표로 한다. 난민에 대한 낙인찍기는 추방으로 이어지고 정신장애인 범죄화 여론은 정신병원 격리를 정당화한다. 일제강점기 한센병 환자들은 소록도에 격리되어 고통의 날을 보내야 했다. 우리가 사는 공간에서 같이 살아가면 안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제거, 추방, 격리가 여의치 않으면 낙인찍힌 소수자들에게 침묵과 은둔을 강요한다. 성소수자들의 경우가 그렇다. 사회는 이들에게 조용히 숨어 살기를 강요한다. 광장에서의 퍼레이드를 불편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존재를 부정당한 이들은 고립과 절망 속에서 숨어 살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일상인들의 뒷마당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이게 현실이다.
출처 : 건강미디어(http://www.mediaheal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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