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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장애계는 등급제 폐지 이전과 이후의 역사로 기록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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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파도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37,310회   작성일Date 19-06-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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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박경석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 공동위원장
    31년 만의 장애등급제 폐지, 지난 투쟁의 평가와 현재, 앞으로의 과제

    오는 7월 1일, 31년 만에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 이제 장애계는 “장애등급제 폐지 이전과 이후의 역사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 투쟁의 시작은 2010년 9월 13일,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 점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활동가 20명이 장애심사센터를 점거하고 정부에 장애등급심사 중단과 활동지원서비스 보장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2007년 장애인활동보조사업이 시행되고, 2010년 장애인연금의 도입으로 장애인 복지예산이 크게 늘어나자 보건복지부는 억제 방법으로 2010년 ‘장애등급 재심사’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중증장애인들도 활동보조를 이용하려면 등급재심사를 받아야 했다. 2010년 6월 복지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등급심사 결과, 등급이 상향된 경우는 0.4%에 불과한 반면 36.7%의 장애인이 등급 하락했다. 당시 활동보조는 장애1급만 신청할 수 있었는데, 1급에서 2급으로의 등급 하락은 활동보조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졌다. 

     

    이 싸움은 2012년 8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광화문 농성으로 이어진다. 끝이 보이지 않던 농성은 박근혜정부에서 문재인정부로 정권이 바뀌고, 2017년 8월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농성장을 찾아와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 설립을 약속하며 마무리된다. 광화문 농성 1842일 만이었다.

     

    10년간의 투쟁, 5년간의 광화문 농성. 7월 1일 시작하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의 시작은 그 투쟁의 산물이다. 그러나 기대만큼 실망도 크다. 복지부는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며  홍보했지만 시행 원년인 올해 장애인 복지 예산은 자연증가분에 그쳤기 때문이다. 예산이 그대로니 정작 장애인들이 체감하는 복지 변화는 크지 않았다.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도입되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현재 종합조사표는 △의학적 기준에 근거한 판정 비중의 확대 △장애유형 간 갈등 조장 △활동지원시간 삭감에 대한 보전 방안 미비 등 수많은 문제점을 지적받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일부는 장애등급제 폐지 자체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지난 10년 장애등급제 폐지 투쟁과 5년간의 광화문 농성을 앞장서 이끌고 현재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와의 인터뷰는 18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노들야학에서 이뤄졌다.

     

    1561033163_39711.jpg박경석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 공동위원장이 그래프를 보이면서 종합조사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 10년의 투쟁 끝에 시작하는 장애등급제 폐지, “시작은 왜곡됐지만, 어려웠던 만큼 의미있는 변화” 

     

    -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지난 10년간 투쟁해왔고 드디어 역사적인 순간에 왔다. 그러나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어떻게 평가하나.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 “장애는 변화하는 개념”이라고 규정한다. 장애등급제 폐지는 장애를 어떻게 규정하고 적용하는가의 근본적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관계, 권력과 사회와 장애인과의 관계까지 변화시키는 것이다. 근본적 패러다임의 측면에서 본다면, 등급제 폐지의 시작을 맞이하는 2019년도 7월 1일은 굉장히 협소하게 출발하는 거다. ‘10년의 투쟁과 5년의 광화문 농성 결과,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은 굉장히 참담하고 비관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장애등급’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고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 어려웠던 만큼 의미있는 변화이고 성과라고 본다.

     

    장애등급제 폐지 방향과 관련해 ‘장애등록’ 이야기도 되어야 하는데, ‘등록제 자체를 없애자’는 논의로 한발짝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은 아쉽다. 등록제 자체에 대한 고민과 투쟁으로 연결되었다면 보다 근본적 접근이 가능했을 텐데 장애등록을 유지한 상태에서 등급만 이야기하니 더 어려웠다. 매우 아쉬운 부분이지만 이 또한 대중투쟁의 과제로 분명히 할 필요는 있다.

     

    - 장애등록제도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철학적으로 따지면 방향은 그렇다. 그런데 지금 시기에서 적절한가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

     

    88년 이전에는 국가가 장애인들에게 정책과 예산을 통해 주는 게 없었다. 민간의 시혜적인, 구호 중심이었다. 88년 11월, 국가가 장애인등록제도를 만들어 복지서비스 주겠다고 하면서 ‘장애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장애등록을 시작하고, 의학적 기준에 따라 중·경, 유형별로 나눈 게 장애등급이다. 그런데 이렇게 나눠봤자 줄 게 없었다. 그나마 창경궁 공짜로 들여보내는 것(할인·감면 혜택)들이 지난 30여년 동안 진행되어 왔고 그게 여전히 남아있다. 이를 한 번에 다 없애려면 그에 상응하는 정책과 예산이 있어야 한다.

     

    장애계 내부 조정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차량 할인 혜택에 대한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굴까. 활동 가능하고 사회적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다.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비행기, KTX 등을 이용하지 못하는 중증장애인과 자주 이용할 기회가 있는 장애인 간에 비교하면 그 혜택은 후자에 집중되고 있다. 장애인 간 역진적 현상이 발생하는 거다. 이게 지난 31년간 ‘장애인 정책’으로 굳어져 왔고, 이런 문제까지 장애등록 문제에, 등급제 폐지 문제에 같이 있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해결은 쉽지 않다.

     

    유엔에서도 장애등급제 폐지를 권고했고 10년의 현장 투쟁이 있었지만 장애계 내부의 기득권 단체에서 계속 심하게 반대해왔다. 그런 지점들을 뚫는 데 10년이 걸렸다. 굉장한 성과다. 원하는 만큼은 안 됐지만 하루아침에 이뤄질 것도 아니었다. 장애등급제라는 시혜와 동정의 두꺼운 동굴 속에서 한 줌의 바늘을 가진 정도지, 이만큼 했는데 이만큼 안 왔다고 보는 것은 다른 문제 아닌가.

     

    1561033758_78398.jpg2010년 9월 1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를 점거한 모습. 건물 외벽에 “장애등급심사 중단하고 등급심사예산 폐기하라”, “이명박 복지는 가짜다. MB는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죽이지 말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 회의가 2017년 10월 20일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11차례 진행됐다. 공동위원장으로 복지부 태도에 많은 문제를 제기해왔는데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

     

    민관협의체가 법적 위상이나 제도적 권한을 가진 게 아니니 여기서 논의된 게 합의라고 볼 수도 없다. 광화문 5년 투쟁으로 얻은 복지부 장관과의 정치적 약속 정도다. 이미 장애인 정책에 대해서는 형식적으로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가 있고 그에 따른 실무위원회가 있다.

     

    초기에 장관의 약속과 말이 살아있을 때는 복지부가 굉장히 신경 썼다. 민관협의체 위원장을 누구로 할지, 참여하는 교수 추천 문제에도 민감했지만 지금은 하나도 민감하지 않았다. 안 나와버리면 되니깐, 무력화시켜버리면 되니깐. 11차 회의(2019.6.12.)에서 일정 잡는 것도 문제였지만(11차 회의는 10개월 만에 겨우 열렸다) 장애계에서도 시간 조정의 어려움으로 참여하지 못했고, 복지부가 추천한 교수는 사퇴해버렸다.

     

    지금까지의 느낌은 조금 체면치레해주다가 형식적 내용으로 약간의 정보를 먼저 준 정도다. 종합조사표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 같은 게 전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국가보고서에서 정부는 ‘장애계와 10차례 심도있는 논의를 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렇게 활용해 먹기 좋은 거다.

     

    - 민주적·형식적 절차만 있고 내부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 판을 깨고 나올 수 있지 않았나.

     

    그것은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 민관협의체가 결정적인 것을 얻어낼 수 있는 기구도 아니다.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들의 대중투쟁을 끊임없이 조직하고, 장애등급제 폐지의 의미를 잘 알려나가는 것이다.

     

    1561033365_23402.jpg2017년 8월 25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 최한별
     

    # 인정조사표 변형에 불과한 종합조사표, 가장 큰 문제는 정부 서비스 개발의 부족

     

    - 예산 문제에 있어 복지부와 기획재정부(아래 기재부)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핑퐁 게임을 하고 있다. 예산 확보에 있어 문제는 무엇이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예산은 늘어났고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다. 작년에 활동지원 인원이 7만 1000명에서 올해 8만 1000명, 내년엔 10만 명으로 복지부는 계획하고 있다. 복지부가 기재부와 이야기 중이다. 하루평균시간도 현재 109시간인데 복지부는 127시간을 기재부에 요청했다. 우리는 150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대상과 시간이 늘어나니 예산은 늘어난다. 활동지원 단가 문제는 최저임금 플러스가 되어야 하는데 잘 안 되고 있다.

     

    예산 문제는 서로가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기재부는 ‘다른 부처보다 훨씬 늘리고 있다’고 하고, 복지부는 ‘열심히 하는데 기재부가 허락 안 해준다’고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왜 활동지원만 늘리냐’며 있는 파이 내에서 조정하려고 한다.

     

    우리는 ‘각자 장애유형에 맞게 다른 서비스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전체적으로 장애인 예산을 늘려야 하는 문제다. 그런데 장애인 예산 늘리니 ‘왜 장애인만 늘리냐’고 하면서 노인, 아동 등 모든 복지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한다. 예산 문제가 서로 발목잡기 형태로 비치기도 하는데, 어떻게 연대하고 함께 투쟁해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 예산 문제를 떠나 장애인을 바라보는 정부 관점의 문제도 있다. 장애등급제 폐지는 장애인을 바라보던 시혜와 동정, 의학적 손상의 패러다임 변화라고 지적해왔는데, 이 한계를 결국 떨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종합조사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측정 도구다. 서비스 욕구와 필요도를 반영할 체계가 없다. 이를 재량권이라고 하는데 대한민국은 재량권 내에서 복지 필요도를 인정해주는 사회적 태도가 없다. 복지수급자는 일단 다 부정수급 대상자로 본다. 국가 돈을 ‘삥땅 치는 대상’으로 여기는 거다. 그래서 형평성을 이야기하며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은 역으로 생각하면 감시하겠다는 뜻도 포함한다. 어떻게 보면 종합조사표를 도구 삼아 더 까다롭게, 샅샅이 뒤져서 형평성이라는 칼날로 자르겠다는 의도도 숨어 있는 것이다.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를 국가 권력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는 관계의 문제다.

     

    그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진행 과정에서 당사자의 필요성을 충분히 반영해줄 수 있는 권한이 현장의 수급위원회나 상담 과정에서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그런 것을 공정하지 않다고 불신하고 있다.

     

    - 종합조사표가 더 까다롭게, 샅샅이 뒤져서 주는 거라면 지금보다 더 후퇴하는 것 아닌가. 일부 장애인들은 활동지원시간까지 삭감된다고 하니 이럴 바에야 장애등급제 폐지 왜 하냐고 묻는다.

     

    1561033408_95849.jpg복지부가 기존 활동지원서비스 수급자 1886명을 대상으로 종합조사표를 모의적용한 결과, 13.52%가 수급에서 탈락한다. 이 그래프는 민관협의체 9차 회의에서 공개됐다.
     

    작년 9차 민관협의체 회의에서 복지부가 ‘장애등급제 폐지 3차 시범사업’으로 기존 수급자 1886명을 대상으로 종합조사표 초안을 모의적용한 결과라고 밝힌 자료다(이미지 참고). 서비스 수급량이 100~160%까지 증가하는 사람들이 6.64%(121명)인 반면, 13.52%(246명)는 급여가 탈락한다. 2018년 활동지원 대상자 7만 1000명 중 13.52%면 9599명이다. 대안으로 복지부는 급여 탈락하는 기존 수급자에게 월 45시간을 주겠다고 한다. 이것도 3년까지만이다. 탈락시킬 때는 ‘이제까지 필요도 없는데 받은 거’라고 사기꾼 취급해놓고 45시간 보전해주겠다니, 그런 정부의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

     

    그동안 필요한데 활동지원 받지 못한 사람들의 시간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지금 정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의 활동지원시간은 늘어난다. 그런데 필요한 만큼 충족됐냐면 그렇지 않다. ‘발달장애인 때문에 우리 시간이 빼앗겼다’는 인식은 정부가 만든 구조적 문제다. 서로의 필요성을 더 채우기 위해 같이 더 싸워야 한다.

     

    - 현재 종합조사표에 대해 여러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총체적 문제가 있지만 이 중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종합조사표는 지금의 인정조사표 변형이지, 종합조사할 수 있는 도구가 아니다. 다른 서비스를 판정할 수도 없고, 정부는 준비도 안 되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나머지 서비스들이 제대로 개발되어 있지도 않다는 거다. 보조기기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고 있는가?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도 최근 종합조사표에 들어왔는데 그에 맞게끔 하루 8시간이 보장되는가? 이게 핵심이다. 종합조사표에는 거주시설이 일상생활서비스로 들어가 있는데, 우리는 ‘거주시설 신규 입소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역사회 자립생활주택이 만들어져 있는가? 이런 것을 만들어서 종합조사에 맞게끔 제공해야 하는데 하나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활동지원뿐이다. 그러니 모두가 활동지원이라는 블랙홀에 빠졌다. 시간 삭감 문제도 있지만 이 분노를 모아서 ‘지역사회의 완전한 참여’를 요구하는 더 큰 확장된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 종합조사표 내 ‘거주시설 입소’ 삭제하고, 지역사회 서비스 24시간 보장해야

     

    - 7월 1일까지 보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 문제도 있고, 관계의 문제도 있으나 이를 당장 조정할 수는 없다. 그러다보니 종합조사표 문항과 배점 싸움에 집중하게 되면서 장애유형 간 갈등이 더 부각되는 것 같다. 한편으로 그러다보면 본질적인 것을 놓치게 되기도 하는데 이 시기를 넘어가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적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기저기서 문제제기를 하는데 자신의 이해와 권리를 위한 투쟁이니 충분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들 때문에 본질이 흐려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 부분이 잘 모일 수 있도록 방향 제시하고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이야기하는 과제가 남았다.

     

    장애등급제 폐지를 통해 어떤 세상을 원하는가, 라는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굉장히 제한적이고 협소하게 시작하고 있지만, 이 시작을 만들기 위한 10년의 투쟁이 있었다. 여전히 중증장애인을 시설에서 보호하는 방식을 복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99.9%다. 활동지원 24시간 지원에 대해 현실적으로 필요성이 인정되고 지자체에선 이미 시행되고 있는데, 하루 24시간 지원을 위해 1년에 1억 5000만 원이 든다. 솔직히 어마어마한 낭비라고 생각하는 게 그들(국가) 입장인데, 이 비용 절감을 위해 사랑이니 보호니, 여러 이데올로기를 동원해서 ‘시설 수용’을 합리화시키려는 세력이 있다. 이런 부분이 하루아침에 정리되지는 않는다.

     

    - 결국 탈시설 문제와 만날 수밖에 없다. 종합조사표와 탈시설이 만나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상상하는 그림이 있나.

     

    7월부터 종합조사표 적용을 받는 서비스에 장애인거주시설이 포함된다.*) 현재는 1~2급 장애인만 입소 가능한데 이론상으로는 모든 장애인이 입소 신청을 할 수 있게 되는 거다. 그런데 우리의 목표는 시설 신규 입소 금지다. 그러면 시설에 못 들어가니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집을 줘야 한다. 자가가 있으면 거기서 살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게 현재 활동지원과 주간활동서비스밖에 없다. 하루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이라면 정부는 그렇게 지원해야 한다. 이는 탈시설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그래서 종합조사표에서 거주시설 입소를 막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장애등급제 폐지의 최종적 목표는 최중증장애인도 함께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루 24시간을 지원하는 것이다.

     

    88년도에 장애등록제가 시작되고 이듬해 등록장애인 수가 17만 6000명이었는데 현재 등록장애인은 258만 명이다. 구시대 체제로는 더는 유지가 안 된다. 이제 구시대를 끝내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장애계는 등급제 폐지 전과 이후의 역사를 가지게 될 것이다. 

     

    1561033518_55729.jpg박경석 공동위원장은 “장애등급제 폐지의 시작은 왜곡됐지만, 어려웠던 만큼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했다. 사진 강혜민
     

    - 7월 1일까지의 싸움이 있고 7월 1일 이후의 투쟁이 있는데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가.

     

    장애등급제 폐지 투쟁은 철학이고 관계의 투쟁이나, 당장의 투쟁 목표는 예산 확보다. 현재 7월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지난 4일부터 농성하고 있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에서 7월 장애등급제 폐지에 맞춰 ‘맞춤형 장애인복지 추진 TF’를 꾸려 간담회를 한다. 등급제 폐지가 시행되는 7월 1일에는 ‘조달청~잠수교~삼각지역~서울역’까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전동(前動) 행진’을 대대적으로 한다. 이후 내년 총선 대응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우리는 지속해서 투쟁할 것이다.

     

    - 2010년 시작한 장애등급제 폐지 투쟁과 5년의 광화문 농성을 이끌고 최근엔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감회가 새삼스러울 것 같은데 끝으로 더 하고 싶으신 말은.

     

    숨차게 10년을 투쟁하고 5년간의 광화문 농성을 통해 시작한 장애등급제 폐지는 매우 실망스럽고 종합조사표라는 조건에 갇혀 있지만, 지난 투쟁을 통해 만들어진 기반 속에서 시작하는 것이기에 시작을 힘차게 조직해내고 싶다. 7월 1일, 앞으로의 방향을 명확하게, 선명하게 확인하는 날이 되면 좋겠다. 

     

    7월 1일 ‘전동 행진’ 투쟁 기조가 “정부와 사회를 향하여 손을 내밀다”이다. 우리가 내미는 손을 이 사회와 권력이 알았으면 좋겠다. 알지 않아도 어쩔 수 없고, 그게 이 사회의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우린 그 한계 또한 제치고 나아가야 한다. 활동지원제도화와 이동권 투쟁의 성과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중증장애인이 자신의 몸과 자신의 속도를 가지고 아래로부터 대중 투쟁을 조직해왔다는 것, 그러한 물리적 힘을 가졌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을 얻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나아갈 것이다.

     

    *   *   *


    *) 정부는 올해 7월 ‘일상지원영역’에 한해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종합조사표를 도입한다. 일상생활지원에는 활동지원서비스, 거주시설 입소, 보조기기, 응급안전 서비스(야간순회, 응급알림e), 주간활동서비스가 포함된다. 이후 2020년에는 이동지원, 2022년까지는 소득·고용 영역에 대한 조사표를 확정해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 http://beminor.com/detail.php?number=1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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