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과 동시에 퇴원 계획 세우고 찾아가는 서비스 제공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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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인권증진 연속정책간담회 열려
당사자 얘기 들을 수 있는 심리치료가 제도화돼야
정신장애인 인권증진 연속정책간담회 제3차 토론 열려
재활시설 늘린다고 당사자 삶 안 변해 비판 흘러나와
보건복지부 칸막이 행정부터 바꿔야 지적도
복지부, 당사자 단체 예산 지원에 공감해
본인의 욕구에 따른 서비스 제공이 행정기관 업무돼야
정신장애인 당사자도 성인 되면 자기결정권 존중해야
리커버리의 전문가는 당사자…경험 공유해야
“당사자는 그런 거 원하지 않아요. 그만 하세요.”
신석철 정신장애동료지원공동체 대표가 큰소리를 질렀다. 정신요양협회 관계자가 “토론회 자리에서 늘 정신요양시설은 언급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토로하자 신 대표가 이를 저지한 것이다.
19일 국립정신건강센터 12층 마음극장. 토론자와 50여 명의 청중이 집단토론을 듣고 있었다.
정신요양협회 관계자는 “국가로부터 위임받고 운영되는 정신요양시설이 차별받는 건 정신요양시설만의 태생적 잘못인가, 아니면 국가의 잘못인가”라며 “사회적 합의도 없고 역할에 대해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고 토론자에 질문을 던졌다.
신 대표가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만 하세요.”
백종우 경희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c)마인드포스트.
발제를 맡았던 문용훈 태화샘솟는집 관장은 “정신요양시설에 입소하는 과정은 일반 의료기관과 시스템이 같다”면서 “정신보건법 시절 1만3천 명이던 입소자가 지금은 1만 명도 안 된다. 기능 전환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답했다.
이어 최진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신건강서비스전달체계에서 심리상담사의 역할이 빠져 있는 부분에 문제를 제기했다. 최 교수는 “당사자들이 저에게 왜 심리치료를 받고 싶은데 못 받게 됐나라는 질문을 했는데 할 말이 없었다”며 “조현병 환자들의 환청과 망상은 각자의 이야기가 있지만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순간 나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사자의 얘기를 먼저 들어야 하는데 왜 못 듣느냐면 시설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의료시설, 복지시설 이야기를 하는데 그 중간에 사람, 당사자가 없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당사자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심리적 치료가 우리나라에서 제도화되지 않았다”며 “국가가 심리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백종우 경희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심리상담가는 수련을 3년 받고 치료에 참여하는데 의료행위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질문은 당연히 나온다”며 “이게 바뀌려면 의료법이 우선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인지행동치료에 대한 의료수가를 도입할 때 정신과 의사만 가능하도록 했는데 2년 전 다학제팀으로 했을 때 기능 회복이 좋았다는 논문이 나오면서 심리상담의 수가를 인정받았다.
백 교수는 “임상심리사가 인정받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들었다”며 “심리상담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두 번째 의료법을 손질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백 교수는 이어 “초발 발병했을 때 얼마나 조기에 집중치료를 제공하면 입원 기간이 일주일이거나 입원을 안 하고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며 “초기에 집중치료를 하고 지역사회 서비스가 회복을 도울 수 있는데 우리는 치료 기간이 길어지면서 만성화되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또 “급성기에 치료하고 포괄적 재활서비스를 받고 탈시설화 선언을 통해 인권 중심적 원칙이 확립되는 것이 복지서비스 체계 구축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신하늘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사무관은 “심리상담소가 6천 개가 넘고 민간 자격증 가진 이도 2만 명이 되는데 우선 제도적으로 개념 정립부터 해야 한다”며 “그런 장치가 안 갖춰져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석철 대표는 “정신보건시스템은 치료와 재활의 관점에서만 진행돼 왔다”며 “토론회 와서 화가 난 건 시설 확충, 인력 지원만 이야기한다. 재활시설을 확충한다고 당사자 삶에 영향을 미칠까. 저는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신장애 운동을 8년 간 해왔는데 당사자들이 유치하다고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안 갈려고 한다”며 “프로그램이 아닌 시설의 한 공간에 가둬놓고 유치원 애들 다루듯이 한다”고 말했다.
신하늘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사무관 (c)마인드포스트.
그러면서 “보건복지부 신하늘 사무관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칸막이 행정을 고치라는 것”이라며 “장애인복지법 15조를 폐지하고 정신장애인 복지 담당을 장애인복지과로 다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하늘 사무관은 “당사자 단체 지원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는데 공감한다”며 “시설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 무엇이 만족스러운 것인지를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신 사무관은 이어 “5월에 중증정신질환자 치료보호 우선 조치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기재부와 예산 작업을 하고 있다”며 “치료비용을 지원하는 행정입원, 외래치료, 통합정신건강사업 확대, 정신재활시설 확충, 동료지원가, 가족지원가 양성 등이 담겨 있고 재정 당국과 협의 중인데 작년보다는 많은 양이 투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면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책은 의료쪽에 많이 집중됐다”며 “정신건강정책국, 정신장애인복지과 신설하자고 하는데 크게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가야할 방향은 응급상황에 대한 대응이나 치료는 당연하고 복지서비스를 지역에서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재입원을 방지하는 기본적인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백종우 교수는 “국가책임제의 반대 개념은 보호의무자 책임”이라며 “19세가 성인이 되면 치료와 회복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존중할 때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인가구가 많고 핵가족화 되면서 보호의무자가 없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며 “한국사회의 인식도 20년 전에는 부모 부양에 대해 90%가 답했지만 지금은 50%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책임제는 입퇴원 결정과 지역사회 삶을 결정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며 “본인이 요구하는 니즈(욕구)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행정기관의 업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명찬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장은 “국가는 정신질환의 조기개입과 재활, 사회복지의 로드맵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일본도 이런 도식이 나오기까지 세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핵심은 예방과 조기개입”이라고 말했다.
문용훈 관장은 “보호의무자 제도를 가진 나라는 거의 없다”며 “삶을 지원하는 시스템의 국제적 기준은 자기결정권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성만 한동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당사자들의 관심이 뭔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반영할 정책들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병원 의료전문가 중심이 돼서 하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 의료서비스는 전문성을 가지고 하되 지역사회로 나왔을 때는 지역사회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며 “당사자들이 필요한 요구를 찾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의료 중심 인력만으로는 다 할 수 없고 심리서비스가 상당히 부족하다”며 “심리와 상담서비스는 핵심 프로세스인데 그런 인프라에 대한 기본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준희 한국정신건강복지센터협회장은 “한 명을 상담하기 위해 2시간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경우가 있고 센터 전문요원 한 명이 70명을 담당해야 해 서비스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사자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하는데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신건강복지센터 이용자들은 순응적이어서 서비스 프로그램들이 유치했다”며 “이제는 센터가 알려지면서 다양한 욕구를 가진 이들이 온다. 센터가 아직 준비가 덜 된 부분이 있어 당사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수긍했다.
이해우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당사자들에 대한 서비스 자체가 당사자들의 요구에 맞춰서 이뤄져야 한다”며 “센터가 20년이 되면서 지역사회 요구안이 확연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광역센터도 만들어진 지 10년이 되는데 광역센터 기능도 바뀌어야 한다”며 “주거와 일자리와 관련된 모델을 광역 차원에서 만들어 당사자들과 협력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점태 심지회 부회장은 "장애인복지법 15조 및 유명무실한 정신건강복지법의 복지 관련 법 조항을 차라리 삭제하라"며 "정신장애인 복지 관련 사항은 장애인복지법에 적용받는다는 내용의 법 조항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 부회장은 이어 "일본의 사례와 같이 정신장애 등록 없이 주치의 진단서로만 고용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약물 위주 치료 패러다임에서 약물과 재활, 직업치료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혜경 패밀리링크 강사는 “의료 전문가가 있고 재활 전문가가 있고 심리상담 전문가가 있는데 리커버리의 전문가는 당사자”라며 “당사자 회복 경험을 같이 논의해야 하고 함께 이론화 개념화해서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비스는 섬기는 것”이라며 “소비자로서의 위상을 가지는 것이고 공급자는 소비자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신질환에 걸렸다고 인생이 끝난 게 아니라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게 리커버리의 철학”이라며 “다양한 당사자 모델을 내세워 편견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중 가운데 다시 한 남성이 질문을 위해 손을 들었다. 40대의 남성 A씨는 “국가책임제로 하겠다는 건 행정입원을 키우겠다는 것”이라며 “보호의무자 입원에 비해 까다로웠던 행정입원이 완화되면 행정입원이 강제입원을 대신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백종우 교수는 “현장에서 보호의무자가 있을 경우 행정입원이 거의 작동되지 않는다”며 “국가책임제는 입원의 주체가 누구냐를 따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백 교수는 “사법입원은 가정법원이 판단하고 영국과 호주는 준사법기구를 만들어 판단한다”며 “결정 주체를 누구로 보느냐가 핵심적 질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대한작업치료사협회 관계자 B씨가 손을 들었다. 그는 “정신보건 인력의 양적 증가가 필요하다”며 “작업치료사는 약물로 신체적 기능이 어려울 때 개입할 수 있는 인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업치료사는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멘탈 인력으로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 다양성이 부족해 인권적 침해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파어우러기에 다니는 아들을 둔 질문자 C(여·60대) 씨는 자신이 조기정신증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C씨는 “조기정신증 가족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초발에 굉장히 회복이 잘 됐는데 재발했다”며 “왜 재활을 위해 추적 연구를 안 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기정신증 연구대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 예약이 안 돼 있을 경우에 전화해서 확인하고 병원 방문을 왜 안 하는지 재발하지 않았는지 물어보지 않아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부모 사후에 홀로 살아가야 하는데 심리치료 지원도 없고 나이 제한도 있어서 공동생활가정에도 들어가지 못한다”며 “뭘 배우고 싶어도 종합복지관이 없어 하나도 할 수가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백종우 교수는 “그동안 (정신장애인 일상을) 아무도 안 챙겼다”며 “왜 안 왔는지 물어보는 시스템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기반사례관리는 입원과 동시에 퇴원 계획을 세우고 안 오면 물어보고 확인하고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며 “센터에 등록했는데도 관리가 잘 안된다면 서비스 안으로 오는 것뿐만 아니라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국가인권위원회, 국립정신건강, 한국정신장애연대가 공동 주관했다. 이번 정신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한 연속정책간담회는 오늘 26일 4회차를 마지막으로 종결된다.
출처 : 마인드포스트(http://www.mi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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