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 '오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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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 흉기 휘둘러.'
'또 조현병 환자 살인사건, 친누나 살해 후 방치.'
지난 4월 17일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 이후 '조현병'이라는 단어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할 만큼 자극적인 단어가 되었다. 특히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범죄가 부각되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듣다 보면 강력범죄와 연관성이 높은 사람은 '조현병을 가진 사람이 아닐지' 생각하게 만든다.
일각에서는 정신장애인의 강제 입원 요건이 까다로워진 것이 원인이라며, 안타까운 참사를 예방할 방법으로 이들을 강제 수용이나 격리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2017년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지적장애, 정신이상, 기타 정신장애를 가진 범죄자의 범죄 건수는 전체의 0.05%지만, 정상의 경우 56.3%였다. 필자는 누가 더 위험한지 평가하는 것도 지나친 일반화이며, 감금을 함부로 논하는 것이 안타깝다.
온라인에서도 건전한 생각들이 정착되길 희망하는 마음에 중증 정신질환에 속하는 조현병과 관련된 문제들을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먼저 안아무개씨 사건을 통해 조현병이 무엇인지 언급해 보고자 한다. 두 번째로 중증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치료권의 현황은 어떠한지, 마지막으로 전반적인 정신질환자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타당할지 정리해 보았다.
조현병의 증상은 치료 불가?
"이웃 주민들이 아파트 내 CCTV와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평소 불이익을 당했고, 불만을 제기해도 아무도 조치하지 않았다."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의 피의자 안씨는 관리받지 못한 채 2년간 9개월간 사각지대에 방치됐다. 2016년 치료를 중단한 안씨는경찰 조사에서 위와 같이 자신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는 조현병의 증상인 망상과 환각이다.
안씨가 보이는 조현병의 양성증상인 망상과 환각은 병의 급성기 또는 활성기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단기간의 입원과 지속적인 약물조절에 쉽게 반응한다고 한다. 사회 복귀를 위한 재활 준비와 안전망이 있다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한다.
병의 급성기 또는 활성기에 조기 개입이 되고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인격적인 삶을 재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치료를 위해 환자의 동의 없이 이뤄진 비자의입원(강제입원)의 부작용은 상당했다. 특히 폐쇄 병동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사례가 나타나면서 2016년 강제입원 기준이 강화되었다.
한국의 탈 시설화는 여전히 엇박자
앞서 언급한 인권 문제로 2016년부터 입원 자체가 까다로워졌다. 그리고 이에 맞춰 정신건강 센터는 늘어났다. 하지만 밖으로 나온 정신장애인들의 회복을 도울 재활센터는 증가하지 않았다. 특히 부산의 경우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밀집도가 높은 반면 지역사회 정신보건 인프라는 매우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증 정신장애인가 아무런 준비 없이 지역사회 바깥으로 나오게 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 종사자들은 '수용 위주의 장기 입원 중심 치료문화가 방치되어 있고, 국가의 책임은 부재한 상황'이며 '이러한 상황은 정신장애에 대한 개인과 가족들의 부담을 더욱 늘린다'고 보고 있다.
상황을 보다 냉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미국의 실패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2016년에 미국에서 발표된 '정신병상수 제한과 정신장애인 자살 관련성 연구'를 보면, 미국은 1998년부터 2013년까지 지역사회 정신보건 자원 확충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정신과 병동수를 약 2/3로 줄였더니 오히려 정신질환자의 자살률이 10만 명당 10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나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했다.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치료권(치료받을 권리) 모두 잃은 셈이다.
녹록지 않은 지역 정신건강의 현황
나는 마을 건강 증진 활동을 하다가 알게 된 조현병 환자인 김아무개씨를 매달 만난다. 김씨는 현재까지 본인 스스로 약을 꾸준히 먹고 있다. 그러나 표현하는 방법이 서투르다 보니 상대방의 오해를 많이 받곤 한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 주변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사회적 기술이나 자신의 욕심 또는 희망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간다. 그러나 김씨와같은 정신장애인 혼자 지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조현병의 경우 타인과 소통 가능한 인격적인 삶을 유지해 나가려면 직업 재활 또는 사회기능 회복 등을 위한 다양한 재활 활동 참여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김씨는 자신의 서투른 표현하는 방법 때문에 지역 정신건강 센터 요원의 방문이 어느새 뜸해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지역 정신건강 센터요원이 김씨와 치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더 쉽게는 30%가 채 되지 않는 중증 정신장애인의 등록 관리율과 대한 통계와 직원 한 명당 50명에서 많게는 100명을 담당해야 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정신건강과 관련된 예산은 전체 보건예산의 1.6%로, WHO에서 권고하는 5%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게다가, 정책 우선순위 또한 낮다. 제일 어려운 상황에 있는 정신장애인의 치료권(치료받을 권리)이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정신질환의 평생 유병률 25%, 우리는 예외일까?
2017년 보건복지부의 주요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주요 정신질환(주요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 알코올 사용 장애 등)의 평생 유병률이 25%라고 한다. 국민의 1/4이 정신적 어려움이나 마음의 아픔을 경험한다는 뜻이다. 정신장애의 문제가 단지 '그들'만의 문제로 여길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정신장애를 금기시하고 범죄시한다. 심하게는 자극적인 보도의 제물로 바치고 있다.
▲ 정신재활시설 철회를 바라고 있는 주민들. | |
ⓒ 대한민국 청와대 |
지역주민들의 인식 또한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최근 부산에서는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소규모 재활 시설이 들어서자 지역 주민들이 '혐오 시설'로 규정하며 반대를 외쳤다. 안 그래도 시설이 부족한 상황인데 아쉬움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정부는 커뮤니티 케어 시범사업으로 정신장애인 영역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혐오 분위기가 극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혐오의 극복은 상호공존에서 시작한다
▲ 등한 눈높이는 이루어 질 수 있을까. | |
ⓒ unsplash |
독일은 장애인의 당사자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장애인 권리 위원회와 조정기구 등을 설립했다. 눈에 띄는 점은 최고 의결기구의 13명 중 10명의 심위의원에게 장애가 있었다.
이들은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어디에서 누구와 살지,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지에 대해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평등한 상호 공존'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장애인 정책 조정 위원회의 과반은 국가 행정기구의 장이다. 위촉의원은 장애 관련 연구 수행자, 관련 연구소나 단체 관계자 또는 기관 소속자로 구성되며 전체 위촉위원의 절반 이상이 장애인으로 위촉된다. 일부 장애인 단체는 이러한 구성 자체가 당사자 중심의 조정기구가 아닌, 행정부처 중심의 조정기구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비장애인들은 대부분 장애인을 통합 또는 포용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통합 또는 포용의 관점은 장애인에 대한 치료와 재활에만 초점을 맞춘다. 만약 장애인이 일정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동정의 대상, 강제격리의 대상, 교육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
'제삼자인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될까'라는 고민 탓에 약 한 달간 기사를 쓰다 지우다를 반복했다.
그렇지만 나와 매달 이야기를 하고 지내는 김씨의 삶이 더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마음에 다시 키보드를 두들겼다. 정신장애자들을 혐오하고 피해야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님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지역 정신건강 전문가들도 만나 해결책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보았다.
나는 적어도 우리가 모두 절대 정신장애가 오지 않아야 한다고. 치료받지 않고도 혼자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인생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호존중과 연대의 힘으로, 이를 극복하는 순간이 다가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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