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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병 범죄는 없다②] '안인득 사건' 진주 정신건강센터 직원 10명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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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파도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37,452회   작성일Date 19-07-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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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장애인 치료부터 재활까지 ‘총체적 난국’

    [더팩트ㅣ송주원 인턴기자] 이병범(62)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수석 부회장은 10대 때부터 조현병 환자를 봐왔다. 7살 위인 큰형이 고등학생 때 조현병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형을 돌본 그는 환갑을 넘긴 지금까지도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을 지원하며 살고 있다. 어쩌면 의학적으로 정신질환을 연구하는 전문 의료진보다도 전문가다. 그에게 조현병 환자를 위해 해결할 시급한 과제를 묻자 쉽게 말문을 열지 못했다. 대안은 있지만 뻔히 사정을 알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의사랑 지자체에 우리 환자들 좀 잘 봐달라고 하고 싶어요. 그런데 의사는 의사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뼈 빠지게 고생하고 있거든요. 고생하면 뭐해요. 의사는 환자 옆에 두고 치료하고 싶어도 못하고, 지자체도 센터 하나 더 만들고 싶어도 예산이 부족한데.”

    ◆ 센터 운영부터 입원비까지…지방정부의 곡소리

    보건복지부의 ‘2019년 정신건강사업안내’에 따르면 국내에는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16곳,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227곳이 설치‧운영되고 있다. 시・도 단위로 보면 정신의료기관과 정신재활시설 모두 서울시에 가장 많다. 정신재활시설은 전국 349개 중 1/3 수준인 118개가 서울에 있다. 정신질환자 관리도 서울과 지방이 양극화된 셈이다.

    실제로 안인득 사건이 일어난 진주시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인력난에 시달렸다. 환자 1명당 적어도 2인이 붙어 관리해야 하지만 3월까지 직원 7명이 운영했다. 이후 3명을 더 채용해 4월 기준 센터에 상주하는 직원은 총 10명이다. 신규 인원을 채용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정부가 지자체에 내려보내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이 보건복지부의 예산을 토대로 연구한 결과 보건의료 대비 지역사회 정신보건예산 비중은 2018년 기준 2.5%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센터 운영비용 중 50%는 지자체가 직접 부담한다.

    보건복지부 세종정부청사. /더팩트DB
    보건복지부 세종정부청사. /더팩트DB

    조현병처럼 꾸준한 치료가 요구되는 질환은 지자체의 밀접한 관리가 관건이다. 환자가 가까운 센터를 자주 방문해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을수록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지자체 역시 이를 절감하고 어려운 재정 속에서도 센터 추가 설립을 모색한다.

    이윤자 전주시의원은 전주시 내 정신건강증진센터 2곳 추가 설립과 청년 특화 청년정신건강센터 설치 등을 주장해온 지방의원이다. 보건복지부는 인구 20만명당 센터 1개를 운영하도록 권고한다. 전주시 인구는 66만 명으로 집계돼 2곳을 추가로 만들 수 있다. 특히 조현병은 조기 발견과 관리가 시급한 만큼 20~30대 젊은 질환자들에게 특화된 센터도 필요하다. 이 의원은 “센터 수가 늘어나면 환자의 치료와 관리도 더 수월해지겠지만 정신질환을 향한 막연한 공포감 등 사회적 인식도 개선될 것”이라며 “정부 역시 정신건강 예산을 확충해 지자체가 더 체계적인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정신질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료계 역시 지자체의 인프라 구축을 시급한 과제로 본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국내 조현병 환자의 입원기간이 303일에 달하는 원인이 각 지역 재활센터의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2016년 기준 OECD 회원국 조현병 환자의 평균 입원기간은 50일이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긴 입원기간을 의료계 책임으로 돌리지만 직접 환자를 곁에서 지켜본 권 이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조현병 급성기 환자는 3~4주면 입원치료가 끝난다. 만성기 환자는 외래진료로도 충분하다”면서 “퇴원해야할 만성기 환자가 병원을 나가 살 환경이 안돼 병원에서 장기 체류를 한다”고 전했다. 정신질환자가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직업을 가지려면 각 지역 재활센터를 확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 정신질환자 입원 ‘A to Z’ 고칠 점 투성이

    최근 안인득 사건을 포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논란 등으로 정신질환자 본인의 뜻에 따르지 않은 입원을 어디까지 허용해야하는지가 화두다.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니 무조건 병원에 가둬야 한다는 혐오성 발언부터 인신 구속은 인권 침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환자를 곁에서 직접 봐온 부양자와 의료진은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에 입원치료는 꼭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은다.

    충청북도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정신장애인을 위한 쉼터 시설 사랑채의 모습, /이병범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부회장 제공
    충청북도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정신장애인을 위한 쉼터 시설 '사랑채'의 모습, /이병범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부회장 제공

    입원치료는 필요하지만 정신병동 특성상 폐쇄적인 공간에 있는 환자의 인권실태는 불투명하다. 대전시에 위치한 정신장애인 쉼터 ‘사랑채’는 언뜻 보면 일반 주택처럼 지어졌다. 계절별로 다르게 피는 꽃을 심는 등 조경에도 힘쓴다.

    1970~1980년대에 병원치료를 받은 중장년층 조현병 환자는 전기충격과 포박 등을 당한 경험으로 지금까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치료시설도 따뜻한 가정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병범 부회장은 이곳에서 10명의 조현병 환자를 돌보고 있다. 그는 “현 치료 환경 개선도 중요하지만 과거 공공연하게 자행된 강압적 치료 방식에 충격 받은 환자의 PSTD(외상 후 스트레즈 장애) 치료 시스템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입원치료가 필요하거나 이미 입원한 환자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당사자(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인권단체 ‘파도손’은 올해부터 강제입원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절차보조 서비스를 시범 진행 중이다. 해당 서비스는 당사자 또는 부양자, 주치의의 신청이 들어오면 입원부터 퇴원까지 관리한다. 입원에 앞서 같은 당사자인 동료지원활동가가 입원치료의 필요성을 환자 본인에게 이해시키는데서 출발한다. 입원 후에도 지속적으로 면회하며 소정의 간식비를 지원하고 사회와 단절되지 않도록 돕는다. 퇴원하면 각 지자체와 연계한 재활서비스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정하 파도손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이정하 파도손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의료진도 현 입원제도에 불만이 많다. 권준수 이사장은 현행법상 환자에게는 입원 기피, 부양자와 의료진, 더 나아가 지자체와 경찰에게는 무책임하다는 굴레를 씌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현행법상 자의에 따르지 않는 입원은 ▲보호입원(전문의 2명, 보호자 2명의 승인) ▲응급입원(전문의 1명, 경찰의 승인) ▲행정입원(시군구 장, 전문의 1명의 승인)에 한해 가능하다.

    문제는 3가지 유형 모두 승인 권한이 있는 의료진과 공무원, 경찰이 ‘과잉 대응’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행정입원은 지자체에서 입원비를 부담하기 때문에 마냥 의존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응급입원은 최대 3일까지만 가능해 그 효과가 미미하다. 보호입원 역시 쉽지 않다. 지난 2016년 의정부지검이 입원 당일 서류 미비라는 절차 위반을 이유로 정신과 의사 50여명을 무더기 기소하면서 전문의들은 입원 조치를 망설이게 됐다.

    일각에서는 사법부가 중증정신질환자의 입원을 결정하는 사법입원제도를 제기한다. 그러나 인권 침해 소지가 큰 강제입원 도입은 시기상조다. 권 이사장은 대안으로 이미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가 실시한 준사법입원제를 제안했다. 사법부가 아닌 정당한 권한을 부여받은 기구에서 입원을 관할하는 것이다. 전문의와 사회복지사, 일반인 인권 활동가 등으로 기구를 구성해 당사자 인권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입원을 결정한다. 권 이사장은 “조현병 환자는 증상이 악화되면 자해와 자살기도를 할 수 있어 위험하다”면서 “환자 본인을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병원에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결론은 “우리 사회에서 공존”…사회 속 지원 제도 보완해야

    이 모든 대책의 목적은 환자가 병을 완치하고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치료와 재활 만으로는 부족하다. 꾸준한 관리와 법적‧사회적 지원으로 사회구성원으로서 공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신질환자는 금전 문제에도 취약하다. 만약 상속권 분쟁이 생기면 형제자매가 환자의 인감을 빼돌리는 ‘인면수심’ 사례도 등장한다. 재판이라는 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이 연속되면서 질환이 악화되기도 한다. 이병범 부회장은 "정신질환 병력을 약점으로 노린 범죄자에게 사기를 당하는 등 사회에서 상처받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 여성 환자의 경우 성범죄에도 쉽게 노출된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법적 분쟁은 물론 생활 전반에 걸쳐 정신질환자의 사회생활을 지원하는 성년후견인제도가 있다. 2013년 7월 도입된 이 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의 사유로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법적 분쟁은 물론 일상생활 전반을 후견‧지원하도록 보장한다. 비단 상속권 분쟁이 아니라도 정신질환자가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후견인은 법원 심리로 정하는데 친인척부터 신뢰할 수 있는 관계의 지인까지 범위가 다양하다.

    유진박(사진=MBC스페셜 방송화면 캡처). /뉴시스
    유진박(사진='MBC스페셜' 방송화면 캡처). /뉴시스

    이 제도에도 사각지대가 있다. 애초 후견인이 되겠다며 법원에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한 신청인이 이를 취하할 경우 법원은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비운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44)이 대표적 사례다. 앞서 유진 박의 친척 A씨가 2017년 후견인 신청을 했지만 법원이 다른 사람을 후견인으로 선정하자 A씨는 소를 취하해 후견인 선정 자체가 무산됐다. 그간 소속사의 감금과 폭행에 시달리며 조울증이 악화된 유진 박은 2016년부터 매니저로 근무한 김모 씨에게 거액의 사기를 당했지만 후견인이 없어 속수무책이었다.

    이현곤 새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병환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자산관리와 법적 분쟁에서 취약한 것은 사실이라 후견이 필요하다”면서도 “현행 제도는 후견인을 자처한 청구인이 취소하면 보호가 필요한 피청구인을 보호할 장치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청구인이 소를 취하해도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가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표류 중이다. 같은 법조인끼리도 “소 취하는 청구인의 정당한 권리인데 이마저 법원이 관할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대 목소리도 있다. 이 변호사는 "청구인 권리 보장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궁극적 보호 대상인 피청구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봤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이정하 파도손 대표의 사무실에 미술도구가 놓여져 있다. /이동률 기자
    14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이정하 파도손 대표의 사무실에 미술도구가 놓여져 있다. /이동률 기자

    정신장애인들은 병원 치료를 마친 후에도 의사를 다시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감사 인사와 사과를 하기 위해서다. 그들은 의사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한다.

    “제가 정신없을 때 치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무슨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는지요. 미리 미안합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미안해 해야 할 때다. 정신장애인을 위한 인프라와 사회적 지원이 획기적으로 확충돼야 이들을 벼랑 끝으로 모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장애인을 억압하는 편견 대신 공존하는 지혜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관련 기사

    [조현병 범죄는 없다①] 누가 이들에게 '혐오' 낙인을 찍었나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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