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강제입원? 절차보조인 먼저 만나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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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강제 입원 등에 대한 조항이 담겨있는 정신보건법 24조의 위헌판결로 정신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졌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에서는 2018년 12월부터 정신장애인의 입원 치료과정 전반에 대한 절차를 보조하기 위한 절차 보조 시범사업을 실시하였다.
절차 보조사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내용은 정신질환자의 입원 및 치료, 권리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한편, 정신질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 정신질환자의 치료에 관한 의사 표현 지원, 입원유형 변경 및 정신건강심의위원회 심사 청구 절차 등 각종 절차 지원, 퇴원 후 지역사회 연계계획 지원, 회복된 당사자에 의한 동료지원을 포함한다.
▲ 절차보조시범사업의 개요 | |
ⓒ 보건복지부 |
총 3곳중 부산에서도 시범 사업이 진행되었고 약 8개월 동안 정신건강전문요원, 동료지원가(회복된 당사자 중 동료 지원가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 등이 팀을 이루어 진행하였다.
절차보조시범사업팀 인터뷰를 통해 중증정신장애인의 치료권과 인권의 개선작업이 실제로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 1차 시범사업을 통해 보여지고 있는 한계가 어떠한지를 알리고자 한다. 인터뷰에는 실제 조현병을 앓았던 절차보조인 당사자 김경진(55) 지미루(62)님과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오성미(37) 팀장, 정현주(33) 허다운(32)님이 함께 하였다.
- 8개월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무리된 1차 시범사업의 경과에 간략하게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오성미 팀장: "감사합니다. 절차보조사업은 총 3곳에서 시행되었습니다. 그중 한곳이 부산이었구요. 서울경기 지역은 당사자 단체가 주도하고, 부산에서는 부산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직접 시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절차보조인 2인과 정신건강복지요원 2명이 2팀을 이루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는 대상은 협력병원에 비자의 입원(보호의무자입원,행정입원) 중인 사람 중 서비스 제공에 동의한 사람. 서비스 신청자는 정신질환 당사자, 주치의 및 보호자에 해당합니다. 비용은 무료이구요. 시범사업이라서 협력 가능한 병원 에서만 절차보조 서비스가 제공되었는데요. 그래서, 협력가능한 병원을 늘리기 위해 팀에서 이것저것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사업이 처음이라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체계를 잡아 나가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 강제입원 당사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서로에게 쉽진 않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정현주: "비자의 입원으로 인한 마찰에 저희가 아직 전반적인 개입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팀에서 할 수 있었던 최선은,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에서 입원심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안내해 드리고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알려드리는 것이었구요. 그렇지만 서울 지역에서는 동료 지원가 들이 직접 설득해서 자의 입원으로 전환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 그렇다면 환자의 치료권이나 인권을 옹호할 수 있도록 절차보조인에게 법적인 권한은 주어지지 않는 건가요?
허다운: "시범사업이라서 절차 보조인이 가질 수 있는 법적 권한은 사실상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병원의 협조에 따라서 사업의 가능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영국의 독립건강옹호서비스(IMHA)의 경우 병동에서 환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어 입원 전 단계부터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 동료 지원가의 역할이 참 중요하겠네요. 국내에서는 행정입원보다 보호 의무자 입원이 많은데, 환자의 가족들과의 갈등지점은 없었습니까?
김경진: "보호의무자 입원 자체만 해도 가족 간의 상당한 갈등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맡게 된 청년의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머니가 면담하러 가자고 해서 강제입원을 하였으나, 본인은 자신의 병을 이해하지 못하여 고생을 많이 하였습니다.
아직까지 정신문제를 개인 또는 가족의 책임으로 맞기는 것이 우선시 되다보니, 활동을 하면서 개인 혼자서 극복할 수 없는 오해와 갈등들이 보입니다. 이러한 부분은 국가의 개입이 없으면 극복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지미루: "정신장애와 관련된 문제를 국가가 해결해 줬으면 하지만, 막상 내 가족이 장애에 처하면 가족끼리 결정하고자 하는 문화가 이러한 현상을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적으로도, 입원의 결정에서 가족 또는 친족이 우선되지 않습니까. 이러한 문화와 제도가 혼재되어 있다면, 갈등은 필연적이지 않을까요? 그래도, 막상 활동을 하다보면 가족들과 당사자들이 많이 물어보시고 의지도 하십니다. 이럴 때 절차 보조활동은 정말 필요한 활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현장에서 중증정신장애인 당사자의 개입이 강제입원을 하게 된 당사자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 |
ⓒ pixabay |
- 중증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치료권에 대해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는 영역이 퇴원과 입원기간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대응하고 계십니까?
허다운: "장기입원에 대해서는 정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현장에서는 아직 환자 본인께서 자신이 퇴원할 권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구요. 환자 본인이 장기 입원을 해야한다고 장기입원에 수긍하시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습니다."
- 혹시, 최근의 중증 정신장애인에 대한 보도가 퇴원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나요?
정현주: "네, 그렇습니다. 자극적인 보도들은 실제로 퇴원을 계획하는 사람들을 주저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단순히 자신이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서 거부 할 것이라는 공포감을 가지기 쉬운 것이죠. 이를 우리는 사회적 스티그마(낙인) 라고도 하죠. 보도지침이라도 도입되어 무분별한 보도에 피해 받는 분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 제가 도중에 흐름을 좀 끊었네요. 이어서 말씀해 주세요.
정현주: "그래서 현재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가족들을 설득하거나 연락을 취하거나. 의료진에게 환자분의 의사를 전달해 드리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습니다."
김경진: "퇴원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연결되고 재활을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를 연결해 주어야 하지만, 정신장애인이 8000여명인데 정신재활시설은 13곳입니다. 서울은 16000명인데 118곳이나 되구요. 부산에서는 나만의 집, 나만의 영역이나 직업이 없으면 중증정신장애를 앓는 당사자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정현주: "이미 많은 시설들이 포화 상태고 새로 지으려고 해도 주변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많습니다. 만나도 도움 드리는게 쉽지 않아요."
- 지속성을 가지려면 인프라 구축이 먼저 시도되어야 겠네요.
오성미 팀장: "인프라도 중요하구요. 체계적인 '수퍼비젼'(사회복지조직에서 직원이 서비스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지식과 기술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활동)이나 교육도 필요합니다.
서울 경기지역은 동료지원가 간의 소통이 활발한 반면, 부산에서는 여기 계시는 2분이 최초이구요. 더 많은 분들이 나와야 하는데.. 절차보조인에 대한 자체 커리큘럼도 없고 정신장애인 동료 지원가 양성을 위한 체계도 부족합니다. 그리고 전체 팀이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지 수퍼비젼을 받아야 하는데, 서울 경기지역에 비해 그러한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네요."
- 정신장애인과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지미루: "퇴원 이후에도 친구처럼 잘 지내는 분이 있습니다. 지금도 연락을 취하고 있구요. 지역내 재활기관을 다니면서 다시 지역사회에 복귀하는 연결고리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아직 시범사업이라 원래 지역 커뮤니티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들까지 절차 보조인이 수행하는 건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좋은 사례도 분명 있겠지만, 개인적인 관계들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게 되면 본래의 역할을 하기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정신장애에 대한 지역사회 커뮤니티의 인식개선. 그리고 활발한 케어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길이 될 것 같습니다."
▲ 부산광역시 절차보조 시범사업팀. 앞줄 왼쪽부터 지미루님 김경진님. 뒷줄 왼쪽부터 허다운님 오성미팀장 정현주님. | |
ⓒ 김민수 |
8월부터 본격적으로 공식적인 절차보조 사업이 진행되어야 하지만, 2차 시범사업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현재까지 진행된 절차 보조사업이 본 사업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터뷰를 통해 열악한 인프라 속에서도 활동의 보람을 느끼고 있는 동료지원가 두분과 절차보조팀을 운영해 나가고 있는 정신건강복지요원 세분의 치열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쉬움도 공존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은 도시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서울 부산 등지의 부랑자들을 정신병원에다가 가두라고 지시했던 끔찍한 일이 있었다. 올림픽 당시에는 깨끗한 거리로 보여 졌겠지만, 현재 활동하고 계시는 절차 보조인 2분이 말씀하시길 폐쇄병동 속에서 일어난 일들은 감옥, 똥통, 야만 그 자체였다고 한다.
현재는 어떨까. 중증 정신장애인의 범죄문제의 대응에는 그토록 시급하게 매달리면서도 정작 해결을 위한 재활시설, 입소시설 건립에는 외면하는 부산은 이들에게 어떤 곳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 이 5명의 활약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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