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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잘 듣고 약 잘 먹는 가축화, 인간에 대한 예의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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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파도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3,185회   작성일Date 19-09-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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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정신질환자들의 범죄가 사회적 혐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고자 마련된 이른바 ‘진주참사방지법’ 초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격리·관리위주 치료에서 정신질환 당사자들이 주체적으로 역할하는 제도가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인구정책과생활정치를위한의원모임 주최로 해당 법안 입법공청회가 열렸다.

    진주 참사는 지난 4월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살인 사건으로, 피의자 안인득은 과거 폭력 등 혐의로 구속돼 조현병 진단을 받은 뒤 보호관찰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경찰이 이미 7번에 걸친 신고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일반 소동신고로 처리했으며, 안씨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지역사회에서 고립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진주참사방지법’은 지난 4월 정신질환 당사자 단체들이 만든 정신건강복지법(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 시작됐다. 경찰 대응, 응급대응체계, 정신질환자의 고립 등 진주 참사에서 문제로 드러난 정신건강복지법 허점을 보완하자는 취지다. 정신질환 당사자 자기결정권 존중 △당사자의 의사 반영을 돕는 동료지원자 및 권익옹호자 양성 △위기쉼터와 일상쉼터 설치·운영 △정신건강복지센터 차원의 응급대응팀 운영 등이 골자다.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는 당사자의 주체성을 보장하는 절차 보조 서비스, 특히 스스로 치료·입원·퇴원을 결정하도록 돕는 ‘동료지원가’ 제도에 당사자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나는 예술가이고 전문가인데 병원에서 색종이접기를 시킨다. ‘철수와 영희’ 수준 국어책 읽기를 시킨다. 봉투 붙이기 등 시키는 대로 3개월만 하면 바보가 돼서 나온다”고 비판했다.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진주참사방지법 입법공청회' 참여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진주참사방지법 입법공청회' 참여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폐쇄적 정신병원에 익숙한 현실이 정신질환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2016년 정신질환 역학조사(홍진표 아산병원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1989~2006년 정신병원 퇴원 후 1년 이내 자살한 정신질환자들은 일반인의 47.2배에 달했다. 연령대별로는 전체인구보다 111배 많은 15~24세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10년~2013년까지 매년 700~800명의 정신질환자들이 퇴원 후 1년 이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 대표는 “응급의약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제발 인간적인 시스템, 약물치료, 심리치유, 직업치료 등이 이뤄져야 한다. 말 잘 듣고 약 잘 먹는 ‘가축화’시키는 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당사자들을 직접 동료활동가로 양성해 당사자지원체계의 선순환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회복의 벽돌을 쌓는 중이라면 그 주춧돌은 자기자신이 되어야 한다”(영국 동료지원가 ‘론 콜만’)는 것이다. 

    일부 조항의 경우 ‘악법’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정신질환의심자에 의한 응급상황 발생 시 어린이집·유치원·학교·의료기관 등 장이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신고하지 않으면 벌금형 등에 처하도록 한 ‘신고 의무화’ 조항이다. 전남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김성완 광주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 소장은 “정신질환은 ‘신고의 대상’이라는 낙인이 증가할 수 있고 무분별한 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당사자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꼭 빠져야 되는 조항”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또 “정신질환 당사자는 입원 자체에 대한 자기결정권도 있지만 지역사회 서비스를 이용할지에 대해서도 자기결정권이 있다”며 “이를 강제로 등록시키고 광역센터에서 모든 걸 관리해야 하는 것처럼 만드는 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자발적인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관련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응급대응팀’ 운영 관련 조항도 부작용 우려가 나왔다.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해를 끼칠 위험이 큰 경우 의사·경찰관 동의로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으며, 이에 동의한 경찰관이나 구급대원이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응급대응팀 출동을 요청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김 소장은 이 같은 대응이 오히려 ‘골든타임’을 허비할 수 있다며 “심장병이나 중풍환자가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 이송 전 보건소 직원에게 연락하라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경찰 또는 소방의 응급대응 체계·의지를 약화시킬 가능성과 더불어 경찰을 앞에 두고 센터 직원을 투입함으로써 응급대응팀의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주참사방지법 입법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주참사방지법 입법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반면 최준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는 “사회복귀는 단계적인 재활이 필요하고 사회로 환자가 나가기 위해선 모든 국민들이 안심하고 같이 지낼 수 있도록 국가의 관리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급성기 치료의 응급대응이 제일 중요하다. 응급대응이 조기 진단·치료와 합쳐지면 병의 만성화를 막아 장애를 없앨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경희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정신건강체계 공공성은 취약하다. 국민 1인당 정신보건지출은 영국이나 미국의 6분의1, 일본의 3분의1 수준이며, (한국의)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은 12.8%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뒤 “응급대응 과정은 모두에게 ‘확실’하고 ‘안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찰, 광역응급개입팀, 기초센터 간 역할과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하며 지방단체장이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신질환 혐오를 확대하거나 재생산하지 않기 위한 언론의 노력도 요구됐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동료지원가는 “언론에 조현병은 사고가 일어나야 나오는 경우가 많다. 조현병도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고, 대부분 범죄와 무관하다”고 지적한 뒤 “자살 관련 기사 하단에 상담 안내 등을 첨부하듯 정신질환자 사건·사고 기사에도 정신질환 가진 분들의 범죄율을 덧붙이는 등 전체 질환자들에 대한 혐오가 줄어들 수 있도록 한다면 ‘조현병이어도 괜찮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거고, (주변 시선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분들도 적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최준호 이사도 “의사들은 비밀 유지가 의무라 말을 못하지만 굉장히 많은 정신질환자들이 회복하고 있다. 조현병은 범죄와 가장 관련 없는 병인데 여러 통계 오류가 많았다. 전체 범죄율은 낮지만 흉악범죄가 높다는 것도 사실을 바로잡은 바 있다”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가 끝날 무렵까지 자리를 지킨 김상희 의원은 “정신건강복지법을 제정한 이후 굉장히 오랜 논의를 거쳤지만 여러 부분에서 허점이 있고 구체적이지 않고 제대로 지원되지 않았다. 당사자 단체를 중심으로 입법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아 정말 반가웠다”며 “공청회 의견을 보완해 개정안을 내면 올 하반기 국회에서 입법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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