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 괴롭히는 '5대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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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은 '유전·불치병' 아니고..성범죄 주범 '낙인'도 거짓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강력사건을 다룬 뉴스에서 '조현병'이라는 키워드가 연일 등장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조현병에 대한 각종 '가짜뉴스'들이 난무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게시된 조현병 관련 글만 4만여 건, 뉴스는 2만여 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어떤 글이 사실이고, 어떤 내용이 오염됐는지 판별하긴 쉽지 않다. 조현병에 대한 거짓 정보가 확산할수록, 치료를 받으며 병을 이겨내려는 조현병 환자와 그 가족들이 짊어져야 할 무게는 커질 수밖에 없다. 시사저널은 대한조현병학회와 정신과 전문의 등의 도움을 얻어, 조현병에 대한 가짜뉴스를 바로잡고 팩트(Fact)를 짚어봤다.
ⓒ Pixabay#1 조현병은 유전된다?
조현병의 원인과 유전 여부는 아직 의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성이 일부 확인된 것은 맞다. 다만 '유전병으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게 의학계 중론이다.
의학계에 따르면 정상 부모의 자녀에서 조현병의 발병 확률은 1%로 알려져 있다. 반면 부모 중 한 명이 조현병일 때, 자녀의 조현병 발병 확률은 12% 정도로 훌쩍 뛴다. 양 부모 모두 조현병을 앓고 있거나, 부모 중 한 명이 조현병일 경우 그의 자녀가 조현병일 가능성이 다소 높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 역시 산술적으로 10명의 자녀를 낳았을 때 그중 1명의 자녀가 조현병이란 의미로, 유의미하게 높은 수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일란성 쌍둥이는 40~60%, 이란성 쌍둥이는 10~15%의 조현병 발병 일치율을 보였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유전이라 단정하기엔 높은 수치가 아니라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의학계에선 유전적 요인 외 개인의 신체적, 생물학적, 환경 요인에 따라 발병이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2 조현병은 불치병이다?
조현병이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속설도 있다. 한번 발병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영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우선 조현병 치료제가 개발돼 있다. 조현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항정신병약물들(할로페리돌, 페르페나진, 플루앙솔, 주클로펜틱솔, 트리풀루오페라진 등)은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알약을 먹기 꺼려 하는 환자들을 위한 주사제도 있다. 경구용 약은 매일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반면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2주 혹은 4주 간격으로 주사하면 돼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편하다.
하지만 병원을 꾸준히 방문하면서 의사 처방을 따라야 한다. 증상이 완화됐다는 이유로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거나 복용량을 줄이면 사고 위험이 커진다. 반면 발병 초기부터 약물치료를 빨리 받게 되면, 호전 속도도 그만큼 빨라질 수 있다.
#3 조현병 환자,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조현병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2012년 10만1000명에서 2017년 10만8000명으로 최근 5년간 약 7% 증가했다. 다만 이 역시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실제 환자가 늘었다기보단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향상되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조현병 발병 확률(1%)을 고려하면 아직 약 40만 명의 조현병 환자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요약하면 조현병으로 진료받는 환자 수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사회 전체 조현병 환자 수가 늘어났다는 근거는 없다.
#4 '직장 스트레스'가 조현병 낳는다?
직장 내 스트레스가 조현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속설도 있다. 인터넷상엔 회사 스트레스 탓에 환청이 들리거나, 감정기복이 심해졌다는 불만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실제 스트레스는 조현병을 촉발하는 일종의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다만 이 역시 한 원인일 뿐, 스트레스가 조현병의 주원인이라는 근거는 없다. 무엇보다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던 회사원이 조현병에 걸릴 확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 조현병은 대개 15~25세에 발병하며, 40대 이후에 조현병이 처음 발병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조현병 환자는 정상인보다 15년 정도 기대수명이 짧은 것으로 보고돼 고령층 환자도 적은 편이다.
#5 조현병 성범죄자 증가하고 있다?
최근 각종 성폭력 피해사례가 늘면서, 조현병 환자의 '성인지 감수성' 떨어진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조현병을 앓던 한 60대 남성이 정신병원 휴게실에서 TV를 보던 여성의 신체를 만져,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조현병과 관련 없는 개인 일탈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통계를 보더라도 조현병 환자의 성범죄가 늘고 있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 경찰이 발표한 최근 5년간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간·강제추행 사건 중 정신이상(조현병 등 중증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은 △2014년 87건 △2015년 76건 △2016년 89건 △2017년 119건 △2018년 84건으로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디어를 통해 각종 강력 사건·사고들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해를 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선을 긋고 배척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곽 교수는 이어 "무분별한 혐오와 차별의 시선을 없애기 위해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언론과 정부기관의 노력이 절실하다. 특히 정보 습득 능력이 빠른 학생들은 거짓 뉴스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학교에서도 조현병에 대한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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