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 가족에게서 온 메일 [취재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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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변에 조현병 환자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회적 낙인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당사자와 가족은 목소리를 내기 어렵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낙인과 공포는 더 강화됩니다. 미국 철학자 랠프 왈도 에머슨의 말처럼 두려움은 몰라서(무지에서) 생깁니다. 두려움은 불안을 동반합니다.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습니다. 기사가 쏟아지고 토론회가 열리고 정책이 만들어집니다. 곳곳에서 열리는 토론회를 몇 번 갔습니다. 그곳에서 당사자와 가족에게는 마이크가 쥐어지지 않았습니다. 의사, 국회의원, 사회복지사, 교수 등 ‘전문가 그룹’이 다수였습니다. 당사자의 목소리는 토론회 도중 ‘항의하는 정신장애인들’ 정도로 보도됐을 뿐입니다.
조현병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기사가 보도된 이후 e메일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보통 항의 혹은 제보 메일을 많이 받습니다. 이번에는 ‘그냥’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내용이 다수였습니다. ‘통곡을 하고 싶지만 이제는 우는 것도 사치일 정도로 힘이 듭니다.’ ‘나의 상황과 너무 똑같아서 공감이 갑니다.’ ‘더 견디지 못하고 또 병원에 보냈네요.’ ‘지금 저희 가족 앞에 놓인 현실이 쉽게 바뀌진 않겠지만….’
당사자와 가족의 경험이 절대적인 것도 아니고 옳은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무언가를 논의해야 한다면 최소한 당사자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려움은 무엇인지, 필요한 건 무엇인지 등은 알아야 합니다.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에 대해 ‘알게 되면’ 편견과 낙인은 점차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한 일입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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