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이 운영하고 있는 정신장애인 위기쉼터. 사진 박승원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제안한 ‘진주참사방지법’, 주요 요구는 쉼터와 절차보조사업
올해 봄 진주 아파트 방화 사건을 비롯해 연이은 ‘정신질환자 범죄’ 기사로 전 국민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공포(phobia)에 휩싸였다. 특히, 약물치료도 안 받고 지역사회에서 고립된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극에 달했다. 그에 따라 정신질환 위기관리 시스템 개선을 위해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려는 입법 노력이 있다.
현재 20대 국회에는 다양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최근 발의된 안들을 중심으로 보면 김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신과 의사단체의 의견을 반영하여, 신속하고 공신력 있는 강제입원 절차로 가정법원을 통한 사법입원 제도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이 경찰관, 119 구급대를 대상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정신응급 상황 발생 시 정신건강전문요원이 경찰, 구급대와 함께 출동하도록 했다. 또한, 정신의료기관 병실을 급성기, 회복기, 장기요양에 따라 나누고, 요양급여비용을 차등 적용하게 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강제입원에 대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현실 속에서 여전히 입원만을 정책의 중심에 두고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 29일 ‘진주참사방지법’ 입법공청회를 열고 준비 중인 개정안을 공개했다. 이 개정안의 특징은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점이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이 오히려 정신위기 관리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판단하에 개정안은 시범사업 중인 ‘절차보조사업’을 제도화하여 동료지원가가 입·퇴원 절차에서 당사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도록 했다. 그리고 위기 개입 방법이 당사자에게 트라우마를 겪게 하는 강제입원밖에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인식 속에서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쉼터를 만들어 당사자의 선택지를 늘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김상희 의원은 입법 공청회에서 “어느 날, 정신장애인 단체로부터 ‘당사자들이야말로 진주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포비아가 극에 달한 이 시점에 의사 주도, 강제 입원 중심의 정책 흐름을 저지하고 당사자 참여와 쉼터 중심의 정신위기 관리시스템을 제안한 정신장애인단체는 바로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아래 파도손)’이었다.
서울 중구 마른내로4가길 16-3, 파도손은 잉크냄새 자욱한 충무로 인쇄골목 안 낡은 5층 건물에 있다. 2017년 사비를 털어 이 흰색 건물 2층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얼마 후 같은 층 옆 사무실도 임대해 자조모임 장소로 쓰고 있다. 그리고 2018년 12월에 같은 건물 옥탑방을 임대하여 ‘쉼터’를 만들었다.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사무실이 있는 건물 옥상. 텃밭과 휴식을 위한 공간이 꾸며져 있다. 사진 박승원
이정하 파도손 대표 안내로 들어간 2층 사무실에는 2명의 당사자 활동가가 일하고 있었다. 5명의 동료지원가는 절차보조사업 차 외근중이라고 했다. 절차보조 시범사업은 올해 1월부터 시작하여 현재 2기에 접어들었으며, 내년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절차보조사업에 참여하는 동료지원가는 현재 파도손의 상근 인원 5명, 경기도에 있는 정신재활시설의 반상근 인원 6명, 부산 광역정신건강센터의 상근 인원 2명이다. 파도손의 동료지원가들은 오늘 2인 1조로 병원에 입원 중인 2명의 정신장애인을 면회하러 나갔다고 했다. 절차보조 서비스를 받는 정신장애인은 입원 전 단계에서 입·퇴원 후까지 동료지원가와 얘기를 나누고, 동료지원가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병원과 부모에게 전달하며, 퇴원 후에도 상담과 지원 서비스를 받게 된다.
절차보조사업으로 파도손의 당사자 활동가 5명이 급여를 받으며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절차보조 사업공간으로 쉼터 임대료도 지원받고 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쉼터가 갖는 의미에 대해 이정하 대표에게 물었다. 이 대표는 쉼터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하나의 선택지로서 기능할 수 있다며 전국적으로 쉼터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 사진 박승원
# 위기 상황의 또 다른 선택지, 위기쉼터
- 정신병원은 면회가 힘들지 않나요?
정신병원은 면회를 잘 안 시켜줘요. 하물며 교도소도 누구든 면회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정신병원은 의사 오더(order)가 없으면 입원 시 보호의무자로 서명한 사람 말고는 다른 가족도 면회 안 시켜줘요. 대다수 병원은 아직도 폐쇄적인데, 저희가 절차보조사업으로 몇 군데 뚫어서 일주일에 한두 번 면회하고 있어요.
- 쉼터는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쉼터를 만들어 달라고 옛날부터 숱하게 얘기했는데, 정부는 들은 척도 안 했어요. 그래서 5개월 동안 돈 모아서 월세 20만 원에 옥탑방을 임대해 쉼터로 꾸민 거예요. 10년 넘게 버려진 곳인데 500만 원 들여 바닥 공사, 수도 공사하고 도배, 인테리어까지 당사자들이 다 했어요. 쉼터가 정말 필요했어요. 파도손에 오는 회원들부터 위기상황에서 길거리에 배회하다 강제입원 당하거나, 자살하는 일이 많았어요. 안전장치가 너무 없으니까. 쉼터 만들고 난 다음에는 좋아졌어요. 전에 강제입원했던 회원들도 쉼터가 있었으면 강제입원 안 해도 됐을 텐데.
- 어떻게 확신하시죠?
다 아는 친구들이니까요. 파도손의 당사자 네트워크가 200명 정도인데, 빈번하게 위기 상황에 처해요. 작년 한 해 20여 명의 회원이 병원에 입원했어요. 그중 절반은 강제입원이에요. 안심하고 쉴 곳이 없으니까, 잘 곳이 없으니까. 여관 얻어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돈도 없는데. 병원 가라고 해도, 워낙 병원의 강제치료에 대한 두려움이 크니까, 도망가서 또 강제입원 당하고. 그런 일이 정말 많았어요. 쉼터가 생기고 나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어요.
-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왜냐하면 쉼터는 안심할 수 있는 곳이니까. 쉼터에 오면 동료지원가들과 이야기 나누고, 같이 밥 먹고, 푹 자고, 그래도 병원에 가야겠으면 같이 병원 가주고, 병원 가기 싫으면 여기서 돌보면 되잖아요.
- 의료계는 응급상황에 병원에 가야지 쉼터가 웬 말이냐고 하잖아요?
정신병원의 치료환경은 너무 폐쇄적이고 권위적이에요. 당사자들이 가고 싶은 병원이 없어요. 개방병동은 어떠냐고요? 별로 없어요. 대학병원에 좀 있는데 병상 수도 적고, 너무 비싸요. 강제치료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증상이 더 심해져요. 의사들은 응급상황과 위기상황을 구별 못 하는데, 응급상황이 오기 전에 위기상황이 빈번하게 와요.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예민한 정신이 불안에 휩싸이면 당사자도 자기를 통제하지 못하는 위기상황이 오는 거예요. 그럴 때 쉼터가 필요해요.
- 의료계는 정신질환자 위기대응에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저희가 정신질환의 전문가들이에요. 파도손 회원 중 조현병이 약 70%로 제일 많고, 나머지는 양극성 장애에요. 다들 급성기를 겪었고, 자살 시도한 사람도 많아요. 회복기에 접어든 당사자도 있고. 급성기의 정신 상태가 어떤지, 급성기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죠. 그리고 저희도 교육받고, 훈련도 해요. 급성기의 당사자는 회복 과정의 당사자와 함께 있을 때 치유의 에너지를 받아요.
- 쉼터에서는 구체적으로 뭘 해주나요?
밤에 잠을 못 자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옆에 있어 줘요. 노래방에 같이 가주기도 하고. 조증일 때는 자기가 위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주변 사람한테 명령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는 일단 다 들어줘요. 아무리 중증인 환자도, 아무리 급성기라도, 믿을 만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진정할 수 있어요. 그 시기만 지나면 안정이 돼요. 그런데 그 며칠을 못 참고, 못 기다려서 경찰을 부르고, 강제입원을 시키는 거죠.
- 응급상황에서 쉼터가 병원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모든 응급상황에서 쉼터가 대안이 될 수는 없어요. 당사자가 필요로 하는 건 ‘선택지’예요. 자·타해 위험이 있을 때 ‘병원에 갈래요, 쉼터에 갈래요?’, ‘어떤 서비스를 선택하시겠습니까?’라며 선택지를 주고 당사자 의사를 물어봐야 해요.
- 쉼터에 있다가 또 자·타해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어쩌죠?
쉼터에서 병원 데려가면 되죠. 동료지원가와 얘기를 나눈 후 당사자 의사에 따라 외래로 가거나 자의입원하면 돼요. 문제는 장소가 아니라 태도에요. ‘당신은 정신병자이다. 당신은 지금 위험하고 병식이 없다. 그러니 병원에 가야 한다.’ 이런 태도는 병을 키울 뿐이에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해요. 부정적인 화법이 아니라 긍정적인 화법으로, 굴복시키려는 태도가 아니라 이해하고 옹호하는 태도로 접근해야 해요. 자기가 지닌 회복능력을 스스로 옹호할 수 있도록 말이죠. 사람이 아주 혼란스러울 때 누군가에게 지지받고 사랑받잖아요. 그러면 자기 이해능력과 회복능력이 생겨요.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이 운영하고 있는 정신장애인 위기쉼터. 쉼터로 들어가는 입구 벽면 오른쪽에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그린 그림이 걸려 있다. 사진 박승원
# 불안으로 점철된 일상 돌볼 수 있는 ‘일상쉼터’, 자조모임 중심으로 만들어야
- ‘진주참사방지법’을 입안한 한양대 법학과 제철웅 교수님께 물었더니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복지 선진국에는 이미 정신질환 위기쉼터와 일상쉼터가 많이 있다고 합니다. 동료들이 운영하는 곳, 동료와 전문가가 함께 운영하는 곳, 전문가 운영에 동료지원가가 참여하는 곳 등 여러 형태가 있다고도 하셨습니다. 파도손의 쉼터는 위기쉼터인가요, 일상쉼터인가요?
파도손의 쉼터는 위기쉼터에요. 일상쉼터는 지역사회 당사자들이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곳에 가까이 있어야 해요. 편하게 찾아갈 수 있고 편한 사람들이 있어야 해요. 거기서는 상담도 하고, 교육도 하고, 여가나 취미생활도 하고, 사회참여를 위한 정보제공도 이뤄져야 해요. 파도손 쉼터도 이런 기능을 하긴 해요. 당사자들이 편하게 와서 같이 먹고, 자고, 공부도 하니까. 그런데 당사자들이 자꾸 집에 안 가려고 해요. 그럴 때는 억지로 집에 보내요. 왜냐하면 이곳은 급성기에 자기 자신을 통제하고 돌볼 수 없는 당사자들이 편하게 있어야 하는 위기쉼터니까.
- 정신장애인들의 지역사회 내 자립공간으로 센터나 학교, 재활시설이나 문화공간도 있을 수 있는데 왜 하필 ‘쉼터’가 필요한가요?
정신장애인들의 일상생활은 불안으로 점철되어 있어요. 당사자 자신이 자극에 아주 예민한데 가족 관계나 경제적, 사회적 환경이 불안할 때 거기서 생긴 갈등들이 병을 만들죠. 사회복귀를 위한 교육도 필요하고 여가나 운동도 필요하지만, 정신장애인 당사자에게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안정을 위한 ‘쉼’이에요.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와 박정수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박승원
-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정신재활시설에서도 쉼터를 만들 수 있겠죠?
그럴 수 있지만,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참여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해요. 정신건강센터나 재활시설도 결국은 의료계와 연결되어 있고, 그에 따른 장벽이 있어요. 당사자 주체 모델이 아니에요. 거기다 쉼터를 만들면 또 다른 시설이 될 수 있어요. 쉼터의 본질은 당사자가 주도한다는 데 있어요. 저희가 원하는 쉼터는 당사자가 운영하는 쉼터에요. 당사자가 교육과 훈련을 통해 동료지원가가 되어 급여를 받고 쉼터를 운영함으로써 일자리 사업도 되고 복지도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 파도손 쉼터가 그런 당사자 중심의 쉼터인데, 파도손 같은 당사자 조직이 전국적으로 얼마나 있나요?
쉼터는 파도손에 있는 쉼터가 유일해요. 파도손 같은 당사자 조직도 사실 유일무이하고. 자조모임에 기대를 걸고 있어요. 자조모임이 만들어지면 사무, 활동공간과 함께 반드시 쉼터가 만들어지고, 지자체가 그걸 지원해야 해요. 자조모임은 전국적으로 파도손의 자조모임을 포함해서 수원에 하나, 대구에 하나, 부산에 둘, 이렇게 5개가 있어요. 광주, 대전에서도 만들어지는 중이에요.
- 다른 장애인 운동에 비해 정신장애인 당사자 운동은 무척 더뎌 보입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조직을 만드는 게 극단적으로 힘들어요. 우선 신변안전이 안 되기 때문에. 말 잘 듣는 환자이기만 바라고, 저처럼 ‘병식 불량’에 말 안 듣는 당사자는 끌려가기 십상이거든요. 정신의료계의 방해도 심해서 운동을 제도화하기 너무 힘들어요. 정신질환자 자신도 증상에 시달리다 보니 당사자 의식을 갖기 힘들어요. 시위 한 번 나가려 해도, 시위 나갈 생각만으로도 극도의 긴장과 불안에 싸여 몸져눕곤 해요. 발병시기가 빠르다 보니, 젊은 당사자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강제입원으로 망가져서 그렇지, 똑똑하고 능력 있는 당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당사자 운동을 이끌 믿음직하고 훈련된 리더가 양성되는 게 중요해요.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이 운영하고 있는 정신장애인 위기쉼터. 사진 박승원
# “너 어떻게 하고 싶니?” 정신장애인 당사자에게 선택권을
이정하 대표와의 인터뷰가 끝날 무렵, 현재 파도손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박은정 씨가 외출했다가 돌아왔다.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흔쾌히 응했다. 박은정 씨는 중학교 1학년 때 발병하여 5번 정도 정신병원에 입원한 경력이 있는 조현병 당사자다. 대학교 철학과 3학년 휴학 중인 그녀는 부모님이 이혼한 후 혼자 살고 있다.
- 파도손은 언제 처음 왔나요?
작년 가을에 처음 왔어요.
- 쉼터에 오게 된 계기는요?
올해 4월에 혼자 집에 있는데 상태가 너무 안 좋아졌어요. 자살충동에 휩싸였는데 이정하 대표한테 전화해서 쉼터에 오게 됐어요.
- 쉼터에 와서 뭘 했나요?
밥 사주는 거 먹고, 동료들과 얘기 나누고, 주로 잤어요. 그러다 병원에 입원했어요.
현재 파도손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박은정 씨. 사진 박승원
- 병원에 입원한 이유는 뭔가요?
여기는 전적으로 저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요. 이정하 대표도 바쁘고. 살기 위해서는 입원할 수밖에 없었어요.
- 살기 위해서라면? 병원은 어떤 걸 해줬나요?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밤에 잘 수 있게 해준 것.
- 결국 병원에 갈 거라면, 쉼터는 무슨 도움이 됐나요?
도움이 됐어요. 위급한 상황에서 곧바로 ‘안 되겠으니까 병원 가’ 하는 게 아니라, 일단 쉬면서 ‘너 어떻게 하고 싶니?’라며 당사자 의사를 물어보는 게 좋았고, 그렇게 쉰 후 자의로 입원한 게 도움이 됐어요.
- 어떤 병원이었나요?
우이동에 있는 병원인데, 1, 3, 5층이 정신병원이에요. 입원비는 한 달에 70만 원으로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원급 정신병원이었어요.
- 병원 치료 프로그램은 어땠나요?
진짜 별로였어요. 유치원생이나 할 법한 색칠놀이를 미술치료 프로그램이라고 시키는 게 어이가 없었어요. 인지재활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뭐였더라? 기억도 안 나는데, 그것도 유치한 수준이었어요. 전혀 도움이 안 됐어요.
- 병원 밥은 어땠나요?
최악이었어요. 한번은 스파게티가 나왔는데 3분 조리 미트볼 같은 느낌이었어요. 샐러드도 있었는데 야채는 부실했고 소스는 바닥으로 다 흘려 내려 맛이 없었어요. 국도 짜고.
- 얼마 동안 있었나요?
폐쇄병동에 2주 있다가 개방병동에서 5주 더 있었어요. 폐쇄병동은 외출도 금지되고, 휴대폰도 금지에요. 폐쇄병동에 몇 년 동안 있는 사람도 있었어요.
- 퇴원 후 왜 다시 쉼터로 왔나요?
집에 혼자 있으면 또 안 좋아질 것 같아서 쉼터로 왔어요. 쉼터에 오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 쉼터에서는 주로 뭘 하며 지내나요?
밥 먹고, 동료들과 대화하고, 저 책상에서 글 쓰다가, 자요. 많이 자요.
- 병원과 비교해서 쉼터가 좋은 점이 뭔가요?
강요가 없어요. 나 무시하는 간호사도 없고. 당사자 동료들과 함께 있는 점도 좋아요.
- 간호사가 무시하던가요?
나이에 상관없이 환자들을 깔봐요. 유치원생들에게 하듯이 ‘아, 그랬어요~ 정말요~? 그랬구나~’ 하는데 그 말투가 정말 불쾌했어요. 사람을 존중하는 게 아니라 관리 대상 취급하는 느낌이 싫어요.
이정하 대표는 절차보조 서비스와 쉼터가 제도화되면 정신보건 생태계의 지형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그 생태계의 주인이 조금씩 당사자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파도손의 염원을 담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만들고 있는 김상희 의원실은 의료계의 의견을 좀 더 수렴한 후 8월 안에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사무실 벽면에 “자유가 치료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 박승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