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 좀더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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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인식개선을 위해 전국포럼을 진행하는 중앙지원단의 행사가 제주도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약업신문이 만난 제주도 정신건강포럼 현장에서 화두가 된 것은 '이야기'였다. 수치적인 통계보다, 우선 만나서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자는 손짓이었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단장 윤석준, 이하 지원단)은 지난 3일 제주도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2019 전국순회 정신건강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시민 및 관련종사자들이 참석해 정신적 어려움의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해보는 참여형 콘서트로 진행됐다.
첫번째로, 정신장애 당사자와 전문밴드가 어우러진 '니나내나밴드'가 행사의 시작을 음악과 함께 알렸다.
니나내나밴드는 '너와 나는 다르지 않다'는 의미로, 정신장애 당사자가 정신적 어려움의 경험과 회복 과정을 주제로 직접 작사·작곡해 활동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질환 당사자들이 직접 작사에 참여한 창작곡을 노래했다. 좋아하는 계절에 관한 추억을 되새긴 '겨울'이라는 곡과, 질병 당사자로서 느끼는 괴로움과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의지를 담은 '소원'이라는 곡이 선보였다.
계속해서 불러온 곡이라도, 200명의 사람들 앞에 서서 나를 드러내는 일은 누구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직접 지은 노래를 부르는 설렘과 대중 앞에 나선 떨림, 당사자들의 그 두가지 음색이 어우러져 묘한 울림을 자아내 강당을 가득 메웠다.
이어진 '마음공감 토크콘서트'는 강지언 원장(대한정신의료기관 수석부회장)과 이정하 대표(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박은정 활동가(정신장애 당사자)가 공동진행했다.
마음공감 토크콘서트에서는 100여명의 참여자가 실명·익명으로 오픈채팅방에 접속해 편안한 분위기에서 당사자·비당사자가 느끼는 정신장애에 대한 어려움과 해결방안을 이야기했다.
토크콘서트는 이정하 대표 스스로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시작으로 정신장애 아픔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이 씨의 경우, 급성기가 찾아와 자의가 아니게 입원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이미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하고 음식도, 물도 먹지 못하고 외부에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방안이 엉망이었다.
그리고 3개월만에 집에 돌아왔을 때에 눈에 비춘 것은 지나치게 깔끔하게 정리된 낯선 자신의 방. 그때 그는 이 세상에서 지우개로 삭제된, 혹은 강제로 목욕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늘어선 낙서와 현관옆 신발, 싱크대 옆 담배꽁초도 저마다 자신의 의사표현인데, 이를 물어보지 않고 상자에 담아 치워버린 것이다.
이 씨는 고백했다. 그때 세상에서 가장 외로웠다고. '세상 사람들은 내 편이 아니고, 가족은 내곁에 없이 잔소리만 하고, 끝없이 놓여진 외딴 섬의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또다른 장애 당사자인 박은정 활동가의 입원은 스트레스가 덜한 방향으로 이뤄졌다. 자의로 입원했고, 절차보조인인 동료 지원가들이 당사자의 의사를 많이 물어봐 줘서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입원치료 자체는 즐거운 경험이 아니었지만, 자신의 삶을 이롭게 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것.
그러나, 그럼에도 박은정 씨 역시 '장애가 생겼다→입원'이라는 단순한 프로세스로 입원하게 된 과정에서 문제를 느꼈다는 설명이다. 가정폭력으로 정신장애가 발생하게 됐는데 어떠한 대책도 강구하지 않고 질환이 생겨 입원했다는 것이다.
당사자를 위해 입원시키는 것인지, 다른 복잡한 원인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강행하는지 고민해봐야하는 시점이라고 박 씨는 말한다.
강지언 원장은 "자의입원을 우선으로 하고, 정 안되면 보호자에 의한 입원을 허용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는데, 결국 자기결정권이 문제가 된다"며 "모든 인간은 자기결정권 문제를 갖고 있음에도 정신장애인에 대한 자기결정권 제한해 온게 사실이다. 지금도 법에 의한 제한이 허용된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당사자 입장에선 자기결정권 요구하는 게 당연하지만, 치안 목적에서 바라볼 때는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더라도 사회질서를 위해서는 제한해야 한다는 시각도 엄연히 존재한다"며 "이 문제가 쟁점이 아닌가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채팅을 통한 주요 메세지들
[ㅇㅅㅇ] 접근할 때 정신적으로 문제 있다고 생각하면서 다가가는게 아니라 그 대상자에게 먼저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물어보고 공감하는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대상자를 먼저 감정을 추스리게하고 원하는 것을 물어보고 그 이후에 입원할지 연계할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싸] 본인이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고 행동하는게 가능하다면 의견이나 결정을 할 수 있지만, 주변에 위협을 주거나 가족의 도움도 허용하지 않는다면 입원치료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Soph] 당사자분이 무엇을 원하는지 질문하는 것?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
[박애란] 어떤 해결이 적절할까요? 중요한 것은 강제입원이든 여러 상황에서도 우선은 본인에게 입원등 추후 절차 설명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순영] 작은것부터 자신을 표현하고 그걸 들어주는 사람들이 필요할것같아요. 표현하기와 남의 얘기들어주고 감정알아주기 그런 생활이 우리에게 습관화되어야 할것같아요.
이후 이뤄진 종합토론에서도 다음에도 당사자/비당사자 참여자들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져 주어진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토론에 참여한 A씨(당사자)는 "사회적 낙인 때문에 치료를 받으려 하지 않고, 사회적 낙인으로 '이 정도면 이상한게 아니다'라고 생각해 발견이 늦어져 위험해진다"며 "초중고교 때에 정신건강교육에 대해 시간을 의무적으로 해 정신장애가 나쁘거나 위험한것만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B씨(당사자)는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5개월 간 외출 없이 지내가다 (정신장애가) 발병해 아버지가 병원에 데려가면서 증상을 초기 발견해 약만으로 불편 없는 일상생활을 유지했다"며 "이후 자녀들이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시간이 나서 가족개선 프로그램을 받았는데, 남편이 프로그램을 함께 하면서 단순 우울증이 아니라고 이해해주면서 많은 도움이 됐다. 가족의 참여와 이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C씨(비당사자)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너무 짧았다. 패널에서 나온 얘기들이 오히려 더 많이나왔어야 하지 않나"라며 "저 같이 잘 모르는 분도있고, 저처럼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는 분들도 많다. 어떻게 해결할지를 도청과 관공서에서 많이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을 통해 정신질환 인식개선을 위해서는 정부부처, 지자체의 협력을 바탕으로 국민과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인식개선 활동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이 형성되기도 했다.
지원단 윤석준 단장은 "살다보면 누구나 정신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정신질환자가 위험하다는 편견과 오해가 심해지는 위기상황"이라며 "오히려 이러한 상황이 국민 주의를 환기시키고 정신건강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를 잘 살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물론 통합과 공감으로 가기는 쉽지 않겠지만, 사회적 관심이 모아지는 이때 당사자 가족, 전문가, 시민이 모여 서로를 가까이 보고 귀를 기울인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며 "당사자/비당사자가 가까이 소통해 정신질환 편견을 해소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주도 원희룡 도지사도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커지고 있는 시기에 진행되는 이번 정신건강포럼이 매우 뜻깊다"면서 "제주도는 여론조사에서 높은 도민행복도에 비해 우울감 부분도 높아 근본적 인식개선과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없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민·관·학의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제주도정신건강복지센터 김문두 센터장(제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제주도는 지자체가 정신건강사업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민관 소통하며 정신의료기관 접근도가 높은 반면, 음주 및 자살률 증가, 4·3사건 트라우마 기관 부재, 정신건강기관 종사자 수 부족 등 단점도 있다"며 "예산 증가를 통한 자살예방센터 설치 등 시설·인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오승민 사무관은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이라는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 인프라 및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이런 대책들이 즉각적 개선효과를 낼수는 없지만, 장기적인 지속으로 이어지는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나누고 있으므로 지켜봐 주시면 더 나은 정책으로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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