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센터서 정신과 약물 강제복용"
페이지 정보
본문
[단독]"청소년센터서 정신과 약물 강제복용"
천주교 재단 소속 보호시설 입소 경험 학생 7명 증언
"숨긴 약 찾아내 3일치 다 먹게하고 거부하면 벌줬다"
센터 측선 "소명의식 갖고 일해...불법적 강제없었다"
|
천주교 재단 소속의 한 청소년보호센터가 센터에서 생활하는 일부 청소년들에게 정신과 약물을 강제로 복용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숨겨두거나 버린 약을 찾아내 학생에게 강제로 사흘 치 약을 한꺼번에 입에 털어 넣게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센터 측은 “일부 학생들의 주장은 안타깝다”면서도 “불법적 강제는 전혀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15일 서울시에 위치한 한 천주교 재단 소속 청소년보호센터에서 생활했던 학생과 근무했던 직원 등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센터 측은 최소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청소년들에게 정신과 약물을 강제로 복용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는 아동보호치료시설로 아동복지법에 따라 불량행위를 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청소년이 입소하는 가정법원 위탁시설이다. 센터는 80명 정원을 두고 만 12~18세 남성 청소년이 입소 대상이다.
서울경제는 당시 센터에서 생활한 학생 7명과 근무했던 직원 2명과 접촉했다. 학생들은 모두 강제적인 정신과 약물 복용이 있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최모(21)씨는 “상담선생님이 내가 버린 약 봉투를 발견해 사무실에서 버린 약 3일 치를 한꺼번에 입에 털어 넣게 했다”며 “시간이 지나 많이 잊었지만 약물 복용 외에도 센터에서의 생활은 여전히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토로했다.
|
당시 이곳에서 지냈던 청소년 중 일부는 최씨처럼 우울증이나 분노조절장애 등의 진단을 받고 약물을 처방받았다. 일부 증언자는 당시 10~15명이 약물을 복용했다고 기억했다. 각 담임선생님과 상담사 선생님들 일부가 청소하다가 버려진 약 봉투를 발견하면 해당 학생을 찾아내 강제로 먹였다는 것이다. 이영호(가명)군은 “선생님들이 약 복용을 거부한 친구들을 사무실로 불러내 ‘엎드려 뻗치기’를 15~30분씩 시켰고 무릎을 꿇은 채 복도에 오랜 시간 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모의 사전 동의 없이 약물치료를 진행했다는 증언도 있다. 센터에서 정신과 약물을 복용해야 했던 장준민(가명)군은 “엄마가 당연히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면회를 오시게 돼 얘기를 꺼냈더니 엄마가 그때야 알게 돼 걱정했다”고 밝혔다. 처방 단계부터 부적절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센터에서 생활했던 이현종(가명)군은 “센터 환경이 낯설어 당연히 우울하고 화날 일이 많다”며 “특별한 ‘이상 증상’도 없고 상담으로 해결이 가능한데 약 처방을 받은 형·동생들을 봤다”고 말했다.
센터의 약 처방 절차는 △담임·상담사 선생님이 학생과 상담 후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보면 △선임상담사와 사무국장 회의를 거쳐 △학생을 정신과 의료원에 데려가 의료원의 최종 판단을 받는다. 센터는 강남 역삼동에 위치한 A의료원과 업무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 측은 서울경제와 만나 “정신과 약물 복용 및 센터 관련 다른 사안과 관련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 제기된 과거 의혹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수 없다”면서도 “일부 학생들의 이러한 주장은 매우 안타깝지만 정신과 약물치료 방식의 특성상 불법적 강요인지, 필요에 의한 것인지 관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센터 측은 “약물치료 전 부모에게 동의를 받는 업무 담당자가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센터에 신부가 5명이 있고 3명은 봉급도 받지 않은 채 소년들이 사회에 올바르게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소명의식을 갖고 일하고 있다”면서 “모든 관계자의 입장을 철저히 파악했지만 관련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추천0
관련링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