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웃'이 위태롭다…생명을 살리는 것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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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피플]정신건강 취약층 자살 실태점검
배제와 소외가 만든 '생명의 사각지대' 정신건강 취약층
정신질환·장애인 자살률, 일반인보다 10배 가까이 '높아'
지난해 정신장애인 고용률 12.3% '낮아'…경제적 어려움
극단적 선택 반복되는데…지역사회 인프라 '턱없이 열악'
부족한 정신건강 보건 예산…"구색 맞추기에 불과" 비판
충분하고 빠른 치료 '절실'…퇴원 후 지속적인 돌봄 '필요'
■ 방송 : 강원영동CBS <이슈 앤 피플>(토 13:05~13:30)
■ 채널 : 표준 FM 91.5
■ 진행 : 최진성 아나운서
■ 대담 : 유선희 기자
◇ 최진성> 강원영동CBS에서는 '생명의 사각지대'에서 눈물짓고 있는 정신건강 취약층 이야기를 들어보고 지역사회, 나아가 정부차원의 대책을 짚어보는 5부작 연속기획(CBS노컷뉴스 10월21일~25일)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이 주제를 집중 취재한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려고 합니다. 취재기자 나왔습니다, 유선희 기자 어서 오세요.
◆ 유선희> 네, 안녕하세요.
◇ 최진성>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분들을 만나보셨다고요.
◆ 유선희> 네, 먼저 이야기 들어보고 시작하겠습니다.
[박정애(여.24.가명)]
"매일 같이 하루에 몇 번씩은 계속 그었던 것 같아요. 너무 주변에서 저를 많이 괴롭히기도 하고 집안에서도 저를 별로 안 좋아해서 희망이 없어서 계속 살아도 똑같이 반복될 것 같았어요..."
24살 박정애씨 이야기입니다. 박씨는 14살 때 처음 조현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심한 우울증을 보이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선생님의 권유로 병원을 찾았다가 조현병 진단을 받은 건데요.
하지만 보살핌은커녕 집안에서 외면을 받고, 친구들에게까지 괴롭힘을 당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반복했던 겁니다.
◇ 최진성> 네. 저도 사진으로 봤습니다만, 정말 성한 곳 하나 없는 상처투성이 팔을 보고 너무 놀랐고. 또 마음이 아팠어요.
◆ 유선희> 저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겉으로 보기에 여느 대학생과 다를 바 없던 그가, 왼쪽 팔의 옷자락을 걷어 올리자 울퉁불퉁한 곡선이 드러났습니다. 깊은 상처가 겨우 아물어 돋아난 살이 하나의 굴곡을 만들어 내고 있었던 건데요. 얼마나 그었던 건지 감히 상상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 유선희> 먼저 박씨는 4살 때 부모님이 이혼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다 뿔뿔이 흩어지면서 박씨는 할머니 댁으로 맡겨졌는데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까 앞서 말했듯 학교에서도 괴롭힘을 당하며 그가 기댈 곳은 마땅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직접 검정고시를 봐서 대학에 입학합니다. 친구들도 사귀는데요. 문제는 친구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질환에 대해 털어놓았는데, 정작 친구들은 박씨를 기피하기 시작했습니다.
◇ 최진성> 마음을 열 수록 오히려 멀어지는 친구들. 아마 정신질환이라는 '낙인'을 찍은 게 아니었나 싶은데요.
◆ 유선희> 그렇습니다. 심지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이용하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바로 박씨가 사귄 남자친구인데요.
박씨가 치료를 받고 있는 데다 사람에게 의존한다는 걸 알고 접근한 겁니다. 실제로 박씨는 남자친구에게 9백만원 상당의 사기까지 당했습니다.
◇ 최진성> 너무 화가 나는데요. 오히려 보듬어야 하는 대상을 이용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건 정말 못 할 짓 아닌가요.
◆ 유선희> 그렇습니다.. 그런가 하면 사회적 '편견'에 눈물짓는 이들도 있습니다.
먼저 짧게 이야기 또 들어보고 사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이환위(40.가명)]
"약 부작용으로 제가 살이 4~50kg 쪘는데. "게을러 보인다"는 말을 들었어요. 일단 취업이 힘들죠. 한 번은 너무 힘들어서 울고... 제가 빚이 좀 있어서요.."
40살 이환위씨는 19년째 조현정동장애를 앓고 있는데요. 사회 편견은 이씨가 경제적 자립을 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사이 그의 앞으로 쌓인 빚만 수백만원에 달합니다.
이씨는 경제적 빚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러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 유선희> 네, 한국장애인공단 고용개발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정신장애 고용률은 12.3%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다른 15대 장애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분석됐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모자보건법, 영유아보건법 등 모두 28개 법령이 정신질환자의 자격·면허 취득까지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인권 침해' 소지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 최진성> 10~20대 때 발병해 학업의 시기를 놓친 분들에게는 이런 취득 제한 조건이 큰 타격이 될 것 같습니다.
◆ 유선희> 맞습니다. 사실상 '삶의 의지'를 꺾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데요.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5월, 28개 법률에 담긴 결격조항을 폐지·완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국무총리에게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여전히 별다른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놓쳐버린 학업에 자격 취득 제한까지 받으면서 정신건강 취약층은 그야말로 '삶의 기본권'마저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최진성> 네.. 삶의 기본권을 누리지 못한 이들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는데요.
그런데 실제로 정신건강 취약층의 자살, 일반인보다 무려 10배 가까이 높다고 합니다. 유 기자 전해주세요.
◆ 유선희> 네. 먼저 설명하기에 앞서, 정신건강 취약층 자살과 관련해 명확하게 조사가 이뤄진 통계자료가 없다는 점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사망한 이들의 원인을 일일이 분석한 '중앙심리부검센터 자료가 그나마 가장 세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서울지역만 분석돼 있어 전국단위를 살펴볼 수는 없었습니다.
취재진은 중앙심리부검센터와 건강심사평가원, 국립재활원 등 자료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자살사망률을 분석했습니다.
◆ 유선희> 네, 먼저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발표한 '2013~2017년, 5개년 서울특별시 자살 사망 분석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서울시 정신질환자 자살사망률은 2013년 195.1명, 2014년 189.1명, 2017년 157.9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인구 10만 명당 전국 자살사망률인 2013년 28.5명, 2014년 27.3명, 2017년 24.3명과 비교해 볼 때 비교해 볼 때 7배 정도 높은 수치입니다. 이어 서울시 자살사망률과 살펴보면 8배 정도 높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정신장애를 앓는 이들의 자살사망률을 살펴보면 더 높습니다. 중앙심리부검센터와 국립재활원 등 자료를 통합해 살펴본 결과 정신장애 자살사망률은 전국 자살사망률보다 9배 정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종합해보면, 정신건강 취약층의 자살률은 전체 자살률보다 평균 8배 높은 것으로 설명됩니다. 이는 정신건강 취약층의 관리가 자살률 예방과 '직결'되는 지점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 최진성> 그렇군요. 이와 함께 병원 퇴원 후 자살률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퇴원 후 한 달, 1년 내 자살할 확률이 높다는 분석 자료도 소개해 주세요.
◆ 유선희> 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퇴원 후 한 달 내 자살률은 0.24%(499명), 퇴원 후 1년 내 자살률은 0.7%(1338명)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OECD 회원국과 비교해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높은 수준입니다.
퇴원 후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살자 수가 더 많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제대로 치료가 이어지지 못하면서 '생명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 최진성> 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시선이 옮겨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 대책 마련에 대해서는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을 텐데요.
일단 예산부분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유 기자,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보건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요?
또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정신보건 예산은 3889원이었는데요. 이는 유럽국가와 비교해 약 6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런 부족한 예산으로 자살예방 활동과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재활시설 등을 운영하는 셈인데요. 이 때문에 그저 최소비용으로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을 관리하려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 최진성> 결국 이런 낮은 예산은 충분하고 발 빠른 치료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겠군요.
◆ 유선희>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병원 진료에서 어려움이 생길 수 있을 텐데요.
의료급여 대상자가 많은 정신건강 취약층은 국민건강보험료를 내는 환자와 달리, 진료는 물론 병원 밥값까지 차별받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약이 개발 돼도 약값이 비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셈입니다.
이렇듯 충분하지 못한 치료는 결국 정신질환 만성화로 이어져 각종 사건·사고는 물론 높은 자살률로 나타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 최진성> 네. 충분한 치료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조기치료도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 유선희> 맞습니다. 감기로 비유를 해볼 수 있을 텐데요. 감기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폐렴으로 사망하는 것처럼 정신질환 역시 가벼울 때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조언입니다.
이와 관련해 좋은 모델로 꼽히는 것이 광주광역시에서 진행 중인 '마음건강 주치의', '마인드링크'인데요. 사전에 개입함으로써 빨리 치료가 진행되도록 돕는 지역 사업 중 하나입니다.
특히 '마음건강 주치의'는, 장애물과 편견으로 치료 자체를 받으러 가지 못하는 이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전문의들이 무료상담을 해주는 등 접근성 문턱을 낮춘 것이 특징입니다.
◆ 유선희>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강원도는 정말 열악한 곳 중 하나로 꼽힙니다. 강원도에서 정신건강과 관련한 사업운영은 광역정신복지센터뿐으로, 이마저도 직접적인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 최진성> 그럼 어디서 이뤄지고 있나요?
◆ 유선희> 각 18개 시군별로 설치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이뤄지는데요. 문제는 별다른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자살을 포함한 모든 정신건강 사업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업무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쏠리는데 정작 처우는 열악한 탓에 일부 직원들은 임금까지 동결된 상태입니다. 이는 곧 잦은 이직률로 이어져 전문요원을 양성하기도 어려운 수준입니다.
◇ 최진성> 결국 그 피해는 정신건강 취약층으로 향할 수밖에 없겠네요. 그런데 사실 강원영동지역은 의료시설도 열악하잖아요.
◆ 유선희> 맞습니다. 영동지역은 정신건강 취약층이 이용할 수 있는 의료시설이 부족한 데다 야간 응급입원도 어려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속초지역의 경우 한 민간병원 정신과가 최근 문을 닫으면서 환자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습니다. 응급을 제외하고 정신과 진료는 속초의료원과 한 개인병원 등 두 곳에서 진행 중인데요. 환자가 많아 한 번 진료를 받으려면 최소 1~2달은 대기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신속한 치료를 받으려면 강릉 등 인근 지역으로 나가야 하는데, 대부분 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사회가 질환을 '방치'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 최진성> 네.. 또 지역 인프라 중 정신재활시설도 중요할 텐데요. 정신건강 취약층이 다시 사회로 복귀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안전망인 '정신재활시설', 강원도에는 거의 전무하다고 합니다.
◆ 유선희> 맞습니다. 현재 강원도에는 춘천과 원주, 강릉에만 정신재활시설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속초에서 '정신질환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이 논의되고 있는데, 여기에 정신재활시설 설치·운영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됩니다. 조례 근거를 만든다는 것은 곧 지자체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정신건강 취약층의 자살 예방을 위해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과제를 정리해본다면, 결국 '정신건강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예산 투자' 그리고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요약해 볼 수 있겠습니다. 사회안전망에는 의료와 복지서비스가 다 포함이 될 겁니다.
◆ 유선희> 네, 이와 관련해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는데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
"치료가 중단되면 찾아가서 물어볼 수 있어야 하고, 또 직업재활이나 거주에 대한 대안을 찾는 과정 통해 조현병 있어도 지역사회 어울려 살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돼야 합니다."
◇ 최진성> 네, 결국 이러한 복지서비스 확대는 자살 예방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정책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유선희> 맞습니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과연 우리가 정신질환자, 정신장애인을 사회구성원 중 한 명으로 진실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까, 이런 물음표가 뒤따랐습니다.
사실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는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라면 누가 걸릴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우리 이웃'들이에요.
"'사람'이 먼저다" 등 그럴듯한 말은 넘쳐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 아닙니까? 소중한 생명을 '방치'하고 있는, 우리의 민낯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의 무관심을 이번 기회에 돌아봐야 하지 않나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신장애인이자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 이정하씨의 생생한 목소리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파도손 이정하 대표]
"이 고통은 죽어야 끝나는 거야. 그런데 그 고통에 대해 아무도 들으려고 하지 않잖아요. 산 것도 투명하지만 죽음마저 투명한 거예요. 배제와 소외가 '생명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어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더는 소중한 생명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우리 이웃'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또 이런 고민의 과정에서 저희의 연속 기획보도가 꼭 작은 변화의 불씨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 여기까지입니다.
유선희 기자 수고했습니다.
■ 채널 : 표준 FM 91.5
■ 진행 : 최진성 아나운서
■ 대담 : 유선희 기자
◇ 최진성> 강원영동CBS에서는 '생명의 사각지대'에서 눈물짓고 있는 정신건강 취약층 이야기를 들어보고 지역사회, 나아가 정부차원의 대책을 짚어보는 5부작 연속기획(CBS노컷뉴스 10월21일~25일)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이 주제를 집중 취재한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려고 합니다. 취재기자 나왔습니다, 유선희 기자 어서 오세요.
◆ 유선희> 네, 안녕하세요.
◇ 최진성>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분들을 만나보셨다고요.
◆ 유선희> 네, 먼저 이야기 들어보고 시작하겠습니다.
[박정애(여.24.가명)]
"매일 같이 하루에 몇 번씩은 계속 그었던 것 같아요. 너무 주변에서 저를 많이 괴롭히기도 하고 집안에서도 저를 별로 안 좋아해서 희망이 없어서 계속 살아도 똑같이 반복될 것 같았어요..."
24살 박정애씨 이야기입니다. 박씨는 14살 때 처음 조현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심한 우울증을 보이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선생님의 권유로 병원을 찾았다가 조현병 진단을 받은 건데요.
하지만 보살핌은커녕 집안에서 외면을 받고, 친구들에게까지 괴롭힘을 당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반복했던 겁니다.
◇ 최진성> 네. 저도 사진으로 봤습니다만, 정말 성한 곳 하나 없는 상처투성이 팔을 보고 너무 놀랐고. 또 마음이 아팠어요.
◆ 유선희> 저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겉으로 보기에 여느 대학생과 다를 바 없던 그가, 왼쪽 팔의 옷자락을 걷어 올리자 울퉁불퉁한 곡선이 드러났습니다. 깊은 상처가 겨우 아물어 돋아난 살이 하나의 굴곡을 만들어 내고 있었던 건데요. 얼마나 그었던 건지 감히 상상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박정애(여.24.가명)씨가 수많은 자해로 상처가 난 왼쪽 팔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 최진성> 네, 박씨가 기댈 만한 주변 사람들이 없었던 건가요?◆ 유선희> 먼저 박씨는 4살 때 부모님이 이혼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다 뿔뿔이 흩어지면서 박씨는 할머니 댁으로 맡겨졌는데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까 앞서 말했듯 학교에서도 괴롭힘을 당하며 그가 기댈 곳은 마땅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직접 검정고시를 봐서 대학에 입학합니다. 친구들도 사귀는데요. 문제는 친구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질환에 대해 털어놓았는데, 정작 친구들은 박씨를 기피하기 시작했습니다.
◇ 최진성> 마음을 열 수록 오히려 멀어지는 친구들. 아마 정신질환이라는 '낙인'을 찍은 게 아니었나 싶은데요.
◆ 유선희> 그렇습니다. 심지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이용하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바로 박씨가 사귄 남자친구인데요.
박씨가 치료를 받고 있는 데다 사람에게 의존한다는 걸 알고 접근한 겁니다. 실제로 박씨는 남자친구에게 9백만원 상당의 사기까지 당했습니다.
◇ 최진성> 너무 화가 나는데요. 오히려 보듬어야 하는 대상을 이용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건 정말 못 할 짓 아닌가요.
◆ 유선희> 그렇습니다.. 그런가 하면 사회적 '편견'에 눈물짓는 이들도 있습니다.
먼저 짧게 이야기 또 들어보고 사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이환위(40.가명)]
"약 부작용으로 제가 살이 4~50kg 쪘는데. "게을러 보인다"는 말을 들었어요. 일단 취업이 힘들죠. 한 번은 너무 힘들어서 울고... 제가 빚이 좀 있어서요.."
40살 이환위씨는 19년째 조현정동장애를 앓고 있는데요. 사회 편견은 이씨가 경제적 자립을 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사이 그의 앞으로 쌓인 빚만 수백만원에 달합니다.
이씨는 경제적 빚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러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2018 장애인 통계' 자료로, 지난해 5월 기준 정신장애인의 경우 고용률은 12.3%에 불과했다. (사진출처=한국장애인공단 고용개발원 자료 발췌)
◇ 최진성> 네.. 결국 낙인과 편견이 정신건강 취약층에 있는 대상자들을 더욱더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고 보이는데요. 그런데 실제로 정신장애를 앓는 이들은 고용시장에서 취업률이 상당히 낮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인가요?◆ 유선희> 네, 한국장애인공단 고용개발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정신장애 고용률은 12.3%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다른 15대 장애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분석됐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모자보건법, 영유아보건법 등 모두 28개 법령이 정신질환자의 자격·면허 취득까지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인권 침해' 소지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 최진성> 10~20대 때 발병해 학업의 시기를 놓친 분들에게는 이런 취득 제한 조건이 큰 타격이 될 것 같습니다.
◆ 유선희> 맞습니다. 사실상 '삶의 의지'를 꺾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데요.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5월, 28개 법률에 담긴 결격조항을 폐지·완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국무총리에게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여전히 별다른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놓쳐버린 학업에 자격 취득 제한까지 받으면서 정신건강 취약층은 그야말로 '삶의 기본권'마저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최진성> 네.. 삶의 기본권을 누리지 못한 이들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는데요.
그런데 실제로 정신건강 취약층의 자살, 일반인보다 무려 10배 가까이 높다고 합니다. 유 기자 전해주세요.
◆ 유선희> 네. 먼저 설명하기에 앞서, 정신건강 취약층 자살과 관련해 명확하게 조사가 이뤄진 통계자료가 없다는 점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사망한 이들의 원인을 일일이 분석한 '중앙심리부검센터 자료가 그나마 가장 세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서울지역만 분석돼 있어 전국단위를 살펴볼 수는 없었습니다.
취재진은 중앙심리부검센터와 건강심사평가원, 국립재활원 등 자료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자살사망률을 분석했습니다.
연도별 정신질환자 자살사망자 수와 자살사망률. (사진출처= 중앙심리부검센터 자료 발췌)
◇ 최진성> 네, 소개해주시죠.◆ 유선희> 네, 먼저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발표한 '2013~2017년, 5개년 서울특별시 자살 사망 분석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서울시 정신질환자 자살사망률은 2013년 195.1명, 2014년 189.1명, 2017년 157.9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인구 10만 명당 전국 자살사망률인 2013년 28.5명, 2014년 27.3명, 2017년 24.3명과 비교해 볼 때 비교해 볼 때 7배 정도 높은 수치입니다. 이어 서울시 자살사망률과 살펴보면 8배 정도 높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정신장애를 앓는 이들의 자살사망률을 살펴보면 더 높습니다. 중앙심리부검센터와 국립재활원 등 자료를 통합해 살펴본 결과 정신장애 자살사망률은 전국 자살사망률보다 9배 정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종합해보면, 정신건강 취약층의 자살률은 전체 자살률보다 평균 8배 높은 것으로 설명됩니다. 이는 정신건강 취약층의 관리가 자살률 예방과 '직결'되는 지점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 최진성> 그렇군요. 이와 함께 병원 퇴원 후 자살률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퇴원 후 한 달, 1년 내 자살할 확률이 높다는 분석 자료도 소개해 주세요.
◆ 유선희> 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퇴원 후 한 달 내 자살률은 0.24%(499명), 퇴원 후 1년 내 자살률은 0.7%(1338명)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OECD 회원국과 비교해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높은 수준입니다.
퇴원 후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살자 수가 더 많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제대로 치료가 이어지지 못하면서 '생명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 최진성> 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시선이 옮겨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 대책 마련에 대해서는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을 텐데요.
일단 예산부분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유 기자,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보건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요?
우리나라 정신건강 예산을 보여주는 지표로, '정신병원 장기입원과 열악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진단과 대안' 주제로 지난 6월 국립정신건강센터 마음극장에서 열린 정책간담회 때 활용된 자료다. (사진출처=의료법인 지석의료재단 효병원 자료 발췌)
◆ 유선희>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OECD가 제시하는 보건예산은 전체예산의 5%인데, 우리나라 정신건강 보건예산은 전체예산의 2% 정도뿐입니다.또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정신보건 예산은 3889원이었는데요. 이는 유럽국가와 비교해 약 6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런 부족한 예산으로 자살예방 활동과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재활시설 등을 운영하는 셈인데요. 이 때문에 그저 최소비용으로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을 관리하려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 최진성> 결국 이런 낮은 예산은 충분하고 발 빠른 치료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겠군요.
◆ 유선희>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병원 진료에서 어려움이 생길 수 있을 텐데요.
의료급여 대상자가 많은 정신건강 취약층은 국민건강보험료를 내는 환자와 달리, 진료는 물론 병원 밥값까지 차별받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약이 개발 돼도 약값이 비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셈입니다.
이렇듯 충분하지 못한 치료는 결국 정신질환 만성화로 이어져 각종 사건·사고는 물론 높은 자살률로 나타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 최진성> 네. 충분한 치료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조기치료도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 유선희> 맞습니다. 감기로 비유를 해볼 수 있을 텐데요. 감기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폐렴으로 사망하는 것처럼 정신질환 역시 가벼울 때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조언입니다.
이와 관련해 좋은 모델로 꼽히는 것이 광주광역시에서 진행 중인 '마음건강 주치의', '마인드링크'인데요. 사전에 개입함으로써 빨리 치료가 진행되도록 돕는 지역 사업 중 하나입니다.
특히 '마음건강 주치의'는, 장애물과 편견으로 치료 자체를 받으러 가지 못하는 이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전문의들이 무료상담을 해주는 등 접근성 문턱을 낮춘 것이 특징입니다.
강릉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사무실 안으로, 직원들은 협소한 공간에서 적은 인원으로 일하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 최진성> 네, 광주광역시 사례를 말씀해주셨으니까 지역사회 인프라 이야기를 더 해보죠. 강원도의 상황 궁금합니다.◆ 유선희>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강원도는 정말 열악한 곳 중 하나로 꼽힙니다. 강원도에서 정신건강과 관련한 사업운영은 광역정신복지센터뿐으로, 이마저도 직접적인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 최진성> 그럼 어디서 이뤄지고 있나요?
◆ 유선희> 각 18개 시군별로 설치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이뤄지는데요. 문제는 별다른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자살을 포함한 모든 정신건강 사업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업무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쏠리는데 정작 처우는 열악한 탓에 일부 직원들은 임금까지 동결된 상태입니다. 이는 곧 잦은 이직률로 이어져 전문요원을 양성하기도 어려운 수준입니다.
◇ 최진성> 결국 그 피해는 정신건강 취약층으로 향할 수밖에 없겠네요. 그런데 사실 강원영동지역은 의료시설도 열악하잖아요.
◆ 유선희> 맞습니다. 영동지역은 정신건강 취약층이 이용할 수 있는 의료시설이 부족한 데다 야간 응급입원도 어려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속초지역의 경우 한 민간병원 정신과가 최근 문을 닫으면서 환자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습니다. 응급을 제외하고 정신과 진료는 속초의료원과 한 개인병원 등 두 곳에서 진행 중인데요. 환자가 많아 한 번 진료를 받으려면 최소 1~2달은 대기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신속한 치료를 받으려면 강릉 등 인근 지역으로 나가야 하는데, 대부분 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사회가 질환을 '방치'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 최진성> 네.. 또 지역 인프라 중 정신재활시설도 중요할 텐데요. 정신건강 취약층이 다시 사회로 복귀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안전망인 '정신재활시설', 강원도에는 거의 전무하다고 합니다.
◆ 유선희> 맞습니다. 현재 강원도에는 춘천과 원주, 강릉에만 정신재활시설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속초에서 '정신질환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이 논의되고 있는데, 여기에 정신재활시설 설치·운영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됩니다. 조례 근거를 만든다는 것은 곧 지자체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환위(40.가명)씨는 빚과 가족 간 갈등으로 수십 번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지만, 주변 도움을 받아 경제활동을 하며 '삶의 의지'를 부여잡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 최진성> 그렇군요. 지역사회 인프라에 관해 이야기를 조금 길게 나눠봤는데요.정신건강 취약층의 자살 예방을 위해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과제를 정리해본다면, 결국 '정신건강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예산 투자' 그리고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요약해 볼 수 있겠습니다. 사회안전망에는 의료와 복지서비스가 다 포함이 될 겁니다.
◆ 유선희> 네, 이와 관련해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는데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
"치료가 중단되면 찾아가서 물어볼 수 있어야 하고, 또 직업재활이나 거주에 대한 대안을 찾는 과정 통해 조현병 있어도 지역사회 어울려 살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돼야 합니다."
◇ 최진성> 네, 결국 이러한 복지서비스 확대는 자살 예방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정책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유선희> 맞습니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과연 우리가 정신질환자, 정신장애인을 사회구성원 중 한 명으로 진실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까, 이런 물음표가 뒤따랐습니다.
사실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는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라면 누가 걸릴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우리 이웃'들이에요.
"'사람'이 먼저다" 등 그럴듯한 말은 넘쳐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 아닙니까? 소중한 생명을 '방치'하고 있는, 우리의 민낯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의 무관심을 이번 기회에 돌아봐야 하지 않나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신장애인이자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 이정하씨의 생생한 목소리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파도손 이정하 대표]
"이 고통은 죽어야 끝나는 거야. 그런데 그 고통에 대해 아무도 들으려고 하지 않잖아요. 산 것도 투명하지만 죽음마저 투명한 거예요. 배제와 소외가 '생명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어요."
지난 9월 22일 속초시 문화회관 소강당에서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이정하 대표가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바로 알기'를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사진=유선희 기자)
◇ 최진성> 네. '생명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말이 더 무겁게 다가오는데요.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더는 소중한 생명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우리 이웃'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또 이런 고민의 과정에서 저희의 연속 기획보도가 꼭 작은 변화의 불씨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 여기까지입니다.
유선희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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