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제와 소외로 무너진 '삶'…우리 사회는 무엇을 놓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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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웃'이 위태롭다⑤]
턱없이 낮은 정신건강 예산…'구색 맞추기' 불과
범죄 발생 때만 관심…우리 시선은 문제 없을까
충분하고 빠른 치료가 자살 막는다…투자 '절실'
퇴원 후 지속적인 돌봄 필요…'찾아가는 서비스'
사회 구성원 중 한 명인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을 향해 우리 사회가 켜켜이 쌓아 올린 편견은 그들의 '삶'을 무너뜨리고 있다.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상황에서도 이들을 보호해줄 사회 안전망은 헐겁기만 하다. 우리 사회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
◇ 턱없이 낮은 정신건강 예산…'구색 맞추기' 불과
이같은 부족한 예산으로 자살예방 활동과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재활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자살예방 대상에는 실제 일반인까지 다 포함돼 있어 정부가 과연 정신건강 취약층의 자살예방을 위해 '어느 정도' 예산을 투입하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최명민 교수는 "우리나라 정신건강 예산은 전체 보건예산 중 고작 2% 정도뿐으로 턱없이 낮은데, 과거 60년대 후반부터 살펴보면 사실상 '이들(정신건강 취약층)을 방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최소비용으로 관리하면 된다는 정책이 지금까지 적용되면서 예산은 그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신건강 취약층에 있는 이들은 일반인보다 자살률이 높은데 여기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며 "오로지 범죄가 일어났을 때만 반응하며 이들을 어떻게 병원으로 돌려보낼까에만 관심이 있는 사회 분위기를 보면, 과연 우리 사회가 말로는 '포용국가'라고 하는데 정말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 충분하고 빠른 치료가 자살 막는다…투자 '절실'
실제 우리 사회는 정신건강 취약층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강제입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활발하지만, 정작 이들이 '어떤' 치료를 받는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의료급여 대상자가 많은 정신건강 취약층은 국민건강보험료를 내는 환자와 달리, 진료는 물론 병원 밥값까지 차별받고 있다. 아무리 좋은 약이 개발되도 약값이 비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의료보장은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 2개 층으로 되어 있다. 건강보험은 국민들이 낸 보험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반면, 의료급여는 저소득층의 의료이용을 보장하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제도다.
대한조현병학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말 기준 건강보험료를 지불하는 정신질환자의 1일 입원비는 7만6725원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의료급여 대상인 정신질환자의 1일 정액 수가는 4만3478원이었다. 병원 밥값 역시 의료급여 환자는 3390원으로 건강보험 환자 식대 5600원보다 적었다.
의료급여 환자의 수가는 지난 10여 년 동안 동결되다 2018년 2.28% 정도 인상됐는데, 식대는 여전히 그대로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완 교수는 "감기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폐렴으로 사망하는 것처럼 정신질환 역시 가벼울 때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그러나 현실은 여러 장애물과 편견으로 조기 치료 시기를 놓치는 데다 치료도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결국 정신질환 만성화로 이어지고, 이는 각종 사건·사고는 물론 높은 자살률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광주광역시가 유일하게 '마음건강 주치의', '마인드링크' 등을 운영하며 조기에 개입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는데 전국에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또 병원에서 충분한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수가를 마련하는 등 포괄적인 개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에는 국가 재정 보완이 필수다.
◇ 퇴원 후 지속적인 돌봄 필요…'찾아가는 서비스'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병원 치료와 함께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데 현재 이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퇴원 후 치료가 중단돼 다시 질환이 재발하고, 이것이 자살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치료와 돌봄이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찾아가는 서비스'는 정신과 전문의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인력이 한 팀을 이뤄 지속적으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실제 정신질환을 앓았다가 극복한 이들(동료지원가)이 일정 정도 교육을 받은 뒤 함께 참여할 수도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어 백 교수는 "직업 재활이나 안정적인 거주지 마련 등 정신질환자분들이 지역사회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우리 사회 전체가 앞장서 고민하고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이러한 복지서비스 확대는 자살 예방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정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배제와 소외가 만들어낸 '생명의 사각지대', 정신건강 취약층 이야기다. 정신질환을 겪거나 정신장애를 앓는 취약층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취약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이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다.
강원영동CBS는 사회적 편견과 낙인으로 고통받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도 정작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우리 이웃들'을 들여다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생명의 사각지대'에서 눈물짓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지역사회, 나아가 정부 차원의 대책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 턱없이 낮은 정신건강 예산…'구색 맞추기' 불과
우리나라 정신건강 예산을 보여주는 지표로, '정신병원 장기입원과 열악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진단과 대안' 주제로 지난 6월 국립정신건강센터 마음극장에서 열린 정책간담회 때 활용된 자료다. (사진출처=의료법인 지석의료재단 효병원 자료 발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정신건강 예산은 너무 낮다. 국립정신건강센터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정신건강 현황 4차 예비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정신보건 예산은 3889원이다. 이는 OECD 가입 유럽나라(약 2만4000원)들과 비교해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이같은 부족한 예산으로 자살예방 활동과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재활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자살예방 대상에는 실제 일반인까지 다 포함돼 있어 정부가 과연 정신건강 취약층의 자살예방을 위해 '어느 정도' 예산을 투입하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최명민 교수는 "우리나라 정신건강 예산은 전체 보건예산 중 고작 2% 정도뿐으로 턱없이 낮은데, 과거 60년대 후반부터 살펴보면 사실상 '이들(정신건강 취약층)을 방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최소비용으로 관리하면 된다는 정책이 지금까지 적용되면서 예산은 그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신건강 취약층에 있는 이들은 일반인보다 자살률이 높은데 여기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며 "오로지 범죄가 일어났을 때만 반응하며 이들을 어떻게 병원으로 돌려보낼까에만 관심이 있는 사회 분위기를 보면, 과연 우리 사회가 말로는 '포용국가'라고 하는데 정말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 충분하고 빠른 치료가 자살 막는다…투자 '절실'
실제 우리 사회는 정신건강 취약층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강제입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활발하지만, 정작 이들이 '어떤' 치료를 받는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의료급여 대상자가 많은 정신건강 취약층은 국민건강보험료를 내는 환자와 달리, 진료는 물론 병원 밥값까지 차별받고 있다. 아무리 좋은 약이 개발되도 약값이 비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의료보장은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 2개 층으로 되어 있다. 건강보험은 국민들이 낸 보험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반면, 의료급여는 저소득층의 의료이용을 보장하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제도다.
대한조현병학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말 기준 건강보험료를 지불하는 정신질환자의 1일 입원비는 7만6725원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의료급여 대상인 정신질환자의 1일 정액 수가는 4만3478원이었다. 병원 밥값 역시 의료급여 환자는 3390원으로 건강보험 환자 식대 5600원보다 적었다.
의료급여 환자의 수가는 지난 10여 년 동안 동결되다 2018년 2.28% 정도 인상됐는데, 식대는 여전히 그대로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 1인단 정신보건지출 현황 자료로, 정신보건지출액이 가장 많은 지역은 유럽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출처=국립정신건강센터 자료 발췌)
정신건강 취약층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치료'와 함께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전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완 교수는 "감기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폐렴으로 사망하는 것처럼 정신질환 역시 가벼울 때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그러나 현실은 여러 장애물과 편견으로 조기 치료 시기를 놓치는 데다 치료도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결국 정신질환 만성화로 이어지고, 이는 각종 사건·사고는 물론 높은 자살률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광주광역시가 유일하게 '마음건강 주치의', '마인드링크' 등을 운영하며 조기에 개입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는데 전국에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또 병원에서 충분한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수가를 마련하는 등 포괄적인 개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에는 국가 재정 보완이 필수다.
◇ 퇴원 후 지속적인 돌봄 필요…'찾아가는 서비스'
19년째 조현정동장애를 앓고 있는 이환위(40.가명)씨는 빚과 가족 간 갈등으로 수십 번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지만, 주변 도움을 받아 경제활동을 하며 '삶의 의지'를 부여잡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이와 함께 우리나라 정신질환자가 퇴원 후 30일, 1년 내 자살할 확률이 높다는 통계자료는 지속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방증한다. 복지서비스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다.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병원 치료와 함께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데 현재 이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퇴원 후 치료가 중단돼 다시 질환이 재발하고, 이것이 자살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치료와 돌봄이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찾아가는 서비스'는 정신과 전문의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인력이 한 팀을 이뤄 지속적으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실제 정신질환을 앓았다가 극복한 이들(동료지원가)이 일정 정도 교육을 받은 뒤 함께 참여할 수도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어 백 교수는 "직업 재활이나 안정적인 거주지 마련 등 정신질환자분들이 지역사회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우리 사회 전체가 앞장서 고민하고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이러한 복지서비스 확대는 자살 예방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정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배제와 소외가 만들어낸 '생명의 사각지대', 정신건강 취약층 이야기다. 정신질환을 겪거나 정신장애를 앓는 취약층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취약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이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다.
강원영동CBS는 사회적 편견과 낙인으로 고통받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도 정작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우리 이웃들'을 들여다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생명의 사각지대'에서 눈물짓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지역사회, 나아가 정부 차원의 대책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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