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장애인 공무원 꿈, 끝내 짓밟혔다

정신적 장애인을 기만하는 차별적 장애인 전형을 규탄한다

충격적인 판결이 내려졌다. 4월 21일 수원지방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엄상문)는 정신장애인 A씨가 화성시를 상대로 건 불합격처분 취소소송을 원고 기각하였다.

A씨는 2020년 4월, 화성시 지방공무원 공채에 장애인 구분으로 응시하였다. 필기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은 A씨는 해당 전형의 유일한 필기 합격자였다. 그러나 A씨는 면접시험에서 정신장애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미흡 등급을 받아 재면접을 치렀으나 끝내 불합격하였다. A씨는 그해 12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제한적으로 장애에 대해 질문할 수도 있다고 진술하였다. 재판부는 1차 면접에서 장애와 관련된 질문을 받은 것은 위법하지만, 재면접에서 장애와 관련한 질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차별이 아니라고 보았다.

정신장애인에게 9급 공무원 취업은 비장애인보다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신장애인은 일반적인 직장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평균 근속기간도 5년 이내로 짧다.

그래서 직업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무원을 선호한다. 정신장애인 커뮤니티에서는 공무원 공채 장애전형 응시에 대한 글이 수시로 올라오며,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공무원 응시를 위해 장애등록을 하고 있다.

장애전형이 모든 장애인에게 열린 것처럼 홍보되었고, 명시적으로는 장애 유형에 따른 제한이 없다. 그러나 차별적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장애 유형을 알아내고, 원하지 않는 유형의 지원자를 탈락시킬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국가와 지자체가 정신장애인을 차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판결로 인해 공직사회에서의 차별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사건은 공무원을 ‘마지막 희망’으로 여기며 열심히 준비해오던 정신장애인들에게 큰 상처를 남기게 되었다.

국가와 지자체는 공공성을 수호하는 집단으로서 정신적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서비스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다른 기업들이 장애인 차별을 하더라도 공직사회는 그래선 안 된다. 그것이 국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화성시의 차별행위와, 이를 공고히 해준 이번 판결은 국가와 지자체가 마땅히 해야 할 책무를 방기한 것이다.

우리는 국가와 지자체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인권위는 지원자를 대상으로 차별 사례를 전수조사하고 각 기관을 감독하라.

2. 인사혁신처와 지자체는 드러난 채용 차별에 대해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

3. 인사혁신처와 지자체는 정신적 장애인 지원자를 평가하는 정당한 기준을 세우라.

4. 인사혁신처와 지자체는 정신적 장애인 공무원 인력 활용방안을 만들고 실천하라.

채용 과정에서의 정신적 장애인 차별은 계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차별에 저항하는 당사자의 외침도 채용 차별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2022년 4월 22일

신경다양성 지지모임 세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