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배 기자의 직설] "국가가 싸늘하게 말했다...정신장애인 너희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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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될 수 없는 건 국가가 일자리를 주지 않기 때문
약물로 인한 수명 단축은 당사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정보
재발 횟수가 늘수록 약물도 늘어...약물 중독에 빠진 우리들
헌법이 '존엄'을 강조하지만 권력은 당사자의 정치적 주체성 부정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다. 따라서 파업을 할 수 없다. 만약 폐쇄병동에서 집단으로 투약 거부가 일어난다면 소위 안정실이라는 독방에 다 수용할 수 있을까?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처럼 고공 농성이나 국회 옥상에 올라가서 시위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노동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게으르고 멍청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우리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소득이 없으니 결혼은 꿈도 못꾼다. 그래서 우리는 우생학적으로 '불임(不姙)'이다.
우리는 소비자가 아니다. 따라서 불매 운동을 할 수 없다. 조울증 치료제인 리튬이 일반인보다 파킨스병의 유발 위험을 3배 높인다는 <마인드포스트>의 기사는 당사자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정신과 약의 부작용으로 당사자의 자연 수명이 일반인보다 15~20년 짧다는 연구는 당사자에게 공유되지 못한다. 우리는 독약을 처방하는 정신과 의사들을 고소할 수 없다. 국가를 대상으로 집단 손해배상이나 가능할까?
강철 문으로 닫힌 폐쇄병동에서 7만7천161명(2017년 보건복지부 통계)이 정신과 약물을 강제 투약받고 있다. 그리고 인구에 10% 정도의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약을 먹고 있다. 제약 회사들이 2004년부터 소위 '패밀리링크'라는 사업에 기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당사자 가족들에게 투약의 필요성을 강변함으로써 당사자에게 약을 팔려는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약물 중독자이다. 일반인들이 즐겨 먹는 크릴오일이나 오메가3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탈모와 발기부전, 생리 불순은 우리가 먹는 '영양제'의 축복의 일부이다. 임신 중에 정신과 약물의 복용이 기형아를 출산할 위험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재발해서 강제입원의 횟수가 늘어갈수록 우리의 약물은 늘어만 간다. 알코올중독자처럼 약을 끊으면 금단 증상으로 괴로워하는 우리다.
우리는 잠재적 범죄자이다. 법무부에서 보호관찰이 끝난 정신질환자는 계속해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감시의 대상이 된다. 보건복지부에서는 2019년 의사들의 압력으로 우리를 집중 관리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 중에는 저소득층이 사는 임대아파트 단지의 예비 정신질환자의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도 있다.
대한민국은 왜 우리가 저소득층으로 전락했는지 그 이유를 숨기고 있다. 고위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그리고 정신과 의사들이 사는 강남이나 분당에는 정신질환자가 살 수 없을까?
우리는 사회 전복 세력이다. 우리의 상상력은 피해 망상, 과대 망상, 조종 망상, 종교 망상, 그리고 관계 망상으로 치부되며 억압된다. 보수 언론들이 조현병 환자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우리가 저지른 범죄보다 더 위험한 사회적 질서와 정상태의 전복 때문이다. 어느 정신과 의사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 사람이 없다는 현실은 그들이 얼마나 수구 보수 세력인지 잘 말해 준다.
우리는 소위 전문가가 될 수 없다. 로스쿨의 장애인 전형에는 정신장애인은 해당이 안 된다. 우리는 의사도 될 수 없으며 국회의원도 될 수 없으며 사업가도 될 수 없다. 대한민국이 우리에게 해주는 혜택은 의료급여로 정신과 약물을 공짜로 주고, 한 달에 몇백만 원씩 하는 입원비를 보조해줄 뿐이다. 정신병원 입장에선 국가 보조금이 나오니 장기입원을 강제하며 이익을 챙기는 대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보건복지부는 환자가 퇴원을 원해도 다른 방안으로 입원을 연장할 수 있게 권유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제10조를 들며 이 글을 마친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이런 훌륭한 글귀가 있기에 우리는 입법, 사법, 행정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권력을 가지면 우선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부터 폐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코, 정신과 의사나 보건복지부 공무원들 그리고 정신건강 사회복지사들이 바라는 '정상태'는 아닐 것이다.
출처 : 마인드포스트(http://www.mi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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