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병원 밖에서 함께 살 권리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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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단체, 합천 정신장애인 사망사건 진상규명 촉구
격리 금지법 등 법 제도 지원 요구·탈원화 운동 선언도
전국 장애인단체들이 지난 4월 합천 한 정신병원에서 간호사에게 제압당하다 다쳐 숨진 정신장애인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신장애인이 병원에서 벗어나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장애인, 활동가 150여 명이 "정신장애인도 경남에서 살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를 비롯한 전국 장애인단체들은 24일 오후 2시 창원시청 광장에서 전국결의대회를 열고 △장애인 사망사건 진상규명 △합천 해당 병원 폐쇄·책임자 처벌 △도내 정신병원·요양원 전수조사 등을 요구했다.
장애인의 날이었던 지난 4월 20일, 합천 한 병원에서 한 정신장애인이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남자 간호사에게 제압당하다 벌어진 일이었다. 환자는 8일 뒤 숨졌다. 지난달 7일 도내 장애인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경남도에 촉구했었다.
장애인단체들은 "경남도와 간담회를 했지만 도는 이 문제를 간호사 개인의 문제로 국한하고 검찰 조사를 기다려보자며 방관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날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장애인단체 대표단은 경남도 복지보건국 관계자와 재차 면담을 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도 병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 달라고 진정을 넣었지만 조사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인력도 부족한데다 10명의 환자를 조사한 결과 폭행·욕설이 없었다는 것이다. 인권위 역시 새로 배치돼 업무파악이 안 된 간호사의 실수라고 봤다. 장애인단체들은 "200명이 넘는 환자 중 10명만 살펴서 진상 파악이 가능할 리 없다"고 비판했다.
▲ 전국장애인단체들이 24일 오후 2시께 창원시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합천 장애인 사망사건 진상을 규명하고 정신장애인 탈원화 지원체계를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장애인단체들은 "정신장애인 감금격리 금지 및 지역사회 통합보장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신장애인 탈원화 운동을 경남에서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입원 중심의 정신보건정책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범죄 주원인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 탓에 병원이 수용시설이 된 지 오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신장애인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신장애인이 병원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녹아들도록 다양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오늘 이 자리는 우리나라에도 '바살리아법'과 같은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예산·정책·의료 권력 등 장애물들을 해결해나가는 첫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개별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는 많이 있었지만 이제 전국 장애인단체들이 조직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바살리아법'은 이탈리아에서 1978년 만들어진 장애인 탈원화 법률이다. 모든 정신병원의 신규 입원을 금지하고 기존 병원도 줄여나가야 한다고 규정했다. 현재 이탈리아에는 정신병원이 없다. 대신 지역정신보건센터가 만들어져 집으로 돌아간 정신장애인들에게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신장애인들도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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