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환자에게는 인권보다 치료가 먼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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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에 조울증 가족 이야기 올라와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아픈 사람 조기 치료 막고 있어"
"자기결정권 인권 중요하지만…치료 거부하면 ‘골든타임’ 놓쳐"
"자·타해 위험 없으면 의사 소견서 있어도 입원 못해"
"가족 전체가 정신과 진료 받고 있어…정신건강복지법 개정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갈무리.
가족 중에 조현병과 조울증 등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 정신 위기 상황 시 입원이 우선일까, 아니면 쉼터나 집에서의 보살핌이 우선일까. 당사자가 입원을 거부할 경우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할까. 아니면 정신건강복지법의 까다로워진 입원 절차를 개정해서 입원 절차를 완화시켜야 할까.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불법적이고 인권침해적인 강제입원에 대한 반동적 사유로 탄생했다. 그렇다면 이 제도를 다시 바꾼다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같은 문제의식을 던지는 글이 23일 청와대청원게시판에 올라왔다. 조울증 아내를 두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자 A씨는 이날 올린 글에서 “환자에게는 인권보다는 치료가 먼저”라며 “아픈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게 하고 자·타해의 상황까지 몰고 가 우리 사회를 고통 속으로 밀어넣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적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글을 종합해 보면 A씨의 아내는 양극성정동장애(조울증)을 갖고 있다. 15년 동안의 병력을 갖고 있는 아내는 그 기간 동안 총 다섯 번 입원했다. 우울증으로 인한 입원 2차례, 조증으로 인한 입원 3차례였으면 이중 두 번은 강제입원이었다.
A씨는 “(조증 발병 중) 보호자 동의입원(강제입원)으로 조기에 입원해 주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치료를 받아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올 수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하지만 강화된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인해 환자의 인권, 자기결정권이 우선돼 환자가 자·타해 위험이 있지 않은 이상, 의사의 입원소견서가 있어도 보호자에 의한 동의입원, 응급입원, 행정입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아내가 현재 ‘극조증’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지인들에게 밤낮 없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연락하고 조금만 거슬리는 말과 행동을 할 경우 여지없이 폭언을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무서워하는 뱀을 보는 환각과 몸에 귀신이 들어와 이를 내쫓기 위한 비상식적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방에서는 외부에서 문을 열 수 없도록 잠금 장치를 설치해 가족과의 만남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무엇보다 어려운 점은 치료 거부”라며 “본인이 완치됐음에도 가족과 담당 주치의가 모의해 아내에게 이상한 약을 처방한다고 생각해 병원을 거부하고 모든 약을 버리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현재 입원 치료 외에 다른 어떠한 치료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적었다.
A씨는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우선인 정신건강복지법 때문에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치료가 시급한 조울증 환자 가족에게는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최악의 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성적 사고가 불가능한 환자에게 입원을 묻고 환자가 거부하면 방치할 수밖에 없다”며 “정신건강복지법이 인권을 빙자해 치료후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환자의 생활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위선자들이 만든 정신건강복지법”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A씨는 아내의 조증 증상이 커지면서 주변 기관들을 수소문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에 연락해 봤지만 이 기관은 “인권위 권고로 자의입원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호자 동의입원, 행정입원은 쉽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정신건강복지법은 불법적이고 인권침해적 강제입원에 대한 반성과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해 탄생한 법이다. 그런데 그 법 때문에 입원이 어려워졌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또 자신이 살고 있는 성남시의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분당경찰서에까지 연락을 취했지만 이들은 “환자의 자·타해 위험이 있기 전까지 환자가 거부할 경우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다”며 책임을 피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도 전화해 봤지만 “환자가 내원해야만 진료가 가능하고 진료도 2주 후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을 받았다.
A씨는 “그 2주 동안 우리 가족은 아내가 자해를 하거나 타인을 상해할까봐 너무 두렵다”며 “아픈 아내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고 범죄자가 될까봐 너무 걱정이 돼 어떠한 일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아내에게 정신적 핍박에 시달려 공황상태”라며 “저와 가족도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한 가정이 망가져 가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상 환자가 거부할 경우 병원으로 데려갈 수 없다고 했다. 자·타해의 개연성이 명확할 경우 경찰 입회하에 병원 이송이 가능하다. 응급입원이 가능하다는 지점이다.
그러나 자·타해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경찰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요원이 주관적으로 자·타해 위협이 있다고 판단되지 않으면 의사의 소견서가 있어도 병원 이송이 불가능하다는 게 A씨의 전언이다.
A씨는 “증상이 발현된 환자는 우선 병원 진료를 의무적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조증 환자는 투약이 가장 중요하며 환자가 정확한 시간에 맞춰서 약을 투약하기 위해서는 입원 치료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현행법상 입원을 거부할 경우 투약을 할 수 없어 환자를 치료할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며 “조증의 투약 시기는 1~2개월로 정신과 전문의가 필요하다는 판단되는 기간 동안은 입원을 통해 진료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정신장애인 입원의 문제도 제기됐다. A씨는 “환자를 간신히 설득해 입원하기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오는 시간 동안 환자가 변심하면 병원 입원이 불가능해진다”며 “거점 지역마다 긴급입원이 가능하도록 유연하게 센터를 운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환자에게는 인권보다 치료가 먼저”라며 “아픈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게 하고 자·타해의 상황까지 몰고 가 우리 사회를 고통 속으로 밀어넣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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