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동의 없는 '동의입원'…장애인 강제입원 수단으로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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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동의입원' 제도가 장애인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3일 서울시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적장애인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정신병원에 입원한 사례를 알리며 인권위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적장애인인 40대 김 모 씨는 지난 2018년 아버지에 의해 통영시 소재의 정신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김 씨 측은 정신병원 입원에 동의한 적이 없고, 정신질환 증세나 치료전력도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김 씨와 김 씨의 동생이 병원 측에 퇴원을 요청했지만, 해당 병원은 김 씨가 '동의입원' 절차를 통해 입원했기 때문에 보호자 동의 없이 퇴원시켜줄 수 없다며 퇴원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42조에 명시된 '동의입원'은 본인의 동의와 보호의무자의 동의로 입원이 성립하는 제도입니다.
2016년 헌법재판소가 보호의무자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판단으로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이 가능하도록 한 기존 정신보건법을 '헌법불합치'로 판단하자 새롭게 만들어진 법안입니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최초 입원 당시 '동의입원' 형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김 씨는 동의서에 서명한 적 없다"며 "장애가 있는 환자들이 실제로 입원에 동의했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권오용 정신장애인 인권연대 사무총장은 "지적장애인은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장애가 아닌데도, 정신병원에 장기간 입원이 되는 사례가 많은 현실"이라면서 "정신건강복지법이 강제입원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며 오히려 법 개정 전보다 더 손쉽게 정신 장애인을 정신병원에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 씨의 동생은 "오빠와 전화할 때마다 오빠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오빠의 여생을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보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들은 끝으로 "인권위가 이른 시일 내 진정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주길 바란다"면서 "동의입원 사례에 대한 전수조사와 입원절차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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