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우체국 예금거래 제한', 항소심도 차별행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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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정신장애인이 우체국(우정사업본부)에서 금융거래를 하는 경우 한정후견인을 동행하도록 하는 등 비대면 거래를 제한한 조항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8월 해당 조항이 차별행위라고 처음 판단한 1심 판결 이후 약 1년2개월 만이다.
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14부(박선준 부장판사)는 고모 씨 등 정신장애인 1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행위중지 등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2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0.10.21 Q2kim@newspim.com |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들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정한 차별행위를 했고 원고들은 이 같은 차별행위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이라며 "피고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6조에 따라 이를 금전으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위자료 액수는 1심이 인정한 1인당 50만원에서 20만원으로 감액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 예금거래 조치가 기본적으로 피한정후견인의 금융거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점, 우체국 예금거래와 관련한 차별행위는 상당 부분 시정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고 씨 등이 우체국 은행 등 금융기관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후견종류별 금융업무 가능범위 명확화 관련 규정(장애인 응대 매뉴얼)' 마련을 요청한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법원이 우체국 뿐만 아니라 원고들과 거래 관계에 있지도 않은 모든 금융기관들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매뉴얼을 마련하라는 구제조치를 명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우체국 은행은 피한정후견인 결정을 받은 정신장애인이 금융거래를 하는 경우 무조건 창구 거래를 하도록 했다. 또 인출일 전부터 30일을 포함해 거래 금액이 100만원을 넘는 경우 한정후견인이 창구까지 동행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고 씨 등은 지난 2018년 국가를 상대로 차별 행위를 중지하고 1인당 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피고는 원고들이 30일 이내 100만원 이상을 거래할 경우 후견인 동행을 요구하는 것을 중지하고 현금 자동입출금기 및 체크카드 거래가 가능한 기술적·시스템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5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우체국 은행은 지난 6월 피한정후견인의 우체국 예금거래에 관한 업무를 개선했다. 이에 정신장애인들은 현금자동지급기 등을 사용한 비대면 거래(100만원 미만), 한정후견인 동의서를 지참한 창구 단독 거래(100만원 이상)를 할 수 있게 됐다.
shl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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