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 분노로…‘코로나 레드’에 상처받는 의료진들
페이지 정보
본문
분노조절장애 환자 내년 더 증가할 전망
홍나래 교수 “자신의 불안을 남에게 폭발시킬 필요 없어”
연일 신규 확진자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어 방역 최일선에서 진단검사와 역학조사를 도맡아 하는 의료진들의 피로감과 스트레스, 우울감 등 정신건강 관리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게다가 코로나19 상황이 1년째 이어지다 보니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의미하는 ‘코로나 블루’를 넘어서 이제는 남들에게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는 ‘코로나 레드’가 더 확대되고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 홍나래 교수.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나래 교수는 2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겨울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모두 긴장하고 불안한 상태인 것은 맞지만 자신의 불안 등을 남에게 폭발시킬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홍나래 교수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 (확진자와 사망자가) 적긴 하지만 모두 다 긴장하고 불안한 상태인 것은 사실이다. 더군다나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까 사람들이 여유가 더 없어지는 것 같다”며 “초반에는 코로나 블루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다가 이제는 우울이 분노로 폭발하는 코로나 레드로 변하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지난 9월 2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에 제출한 ‘분노조절장애 진료실 인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분노조절장애 환자가 지난해의 61.7%인 1389명으로 집계되면서 지난해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대해 최혜영 의원도 “올해는 코로나19 장기전에 따른 분노와 스트레스 증가로 코로나 블루에 이어 코로나 레드가 번지고 있다”며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국민을 위한 정신건강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나의 불안 등을 남에게 폭발시킬 필요는 없는 거다”라면서 “(코로나19 상황은) 우리가 다 같이 힘든 거고 다 같이 이겨내야 가능하기 때문에 저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한 번씩 생각해보면서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부언했다.
홍 교수는 또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으러 온 수검자와 코로나19 확진 환자로부터 의료진이 폭언과 협박에 시달린다는 소식이 최근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들(수검자·환자)이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는 된다면서도 의료진이 무너지면 방역에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료진들을 위한 심리적인 힐링이나 집단상담 등이 필요한데 지금은 손이 하나라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의료진이나 역학조사관들이 자신들의 힘든 마음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홍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의료진의 트라우마는 계속 남아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며 “특히 중환자 치료를 전담하고 계신 분들의 트라우마를 해소해 줄 수 있는 방안은 반드시 나중에라도 생각해야 할 부분일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링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