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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을 때 자유로운, 살아있을 때 안전한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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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파도손관리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6,050회   작성일Date 20-12-23 15:37

    본문

    코로나 일상 속에서도 계속 ‘정신장애인 문화예술운동’을 하고 싶다


    임대륜


    ※ 코로나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습니다. 지금 그리고 코로나 이후, 이들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길 바라며 기획하였습니다. [편집자 주]

     
    환청으로 봄을 빼앗겼던 시간

     

    다시는 봄을 빼앗기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던 순간이 있다. 정신증이 심화되면서 2015년 연초부터 8월 15일 광복절이 지나기 전까지 거의 집 밖을 나가지 못했던 것이 억울했던 탓이다. ‘나가지마!’ ‘집에 있어!’ 자꾸 소리가 들렸다. 집요하게 들려오는 정체 모르는 소리에 내 의지도 꺾이고 말았다. 방안에 한참을 틀어박혀 지내다가, 그 후 한동안은 밖으로 밖으로 엄청나게 나가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져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누군가를 만나려고 도시를 헤매고 다녔다. 집에 가는 길을 목소리들이 방해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규칙을 잘 지켜서 어느 곳에 가면,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결국 2017년 어느 달 입원을 했고, 약 한 달 후에 정신병동에서 퇴원했다. 나는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퇴원을 하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병원 외래를 오라는 주문을 의료진으로부터 들었다. 전에 들렸던 온갖 혼란스럽거나 시끄러운 소리, 마음을 흔들던 소리는 환청이었다는 걸 인지했다.

     

    퇴원 이후, 때때로 도로에서 들리는 차 소리가 말소리 환청으로 변할 것만 같았다. 조현병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나는 4주마다 병원에 가서 조현병 재발 방지 효과가 있다고 하는 주사제를 맞았다.

     

    퇴원 초기에는 잠이 많았다. 오후 한두 시에야 일어났고 낮잠을 잤고 밤에도 잤다. 백수 생활을 한참 즐기고 나자 슬슬 올라오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가족의 독려 등이 작용해 잠을 줄여나갔다. 그리고 2019년 11월에는 취직을 하기에 이르렀다.

     

    녹번동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 내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우선은 주 13시간 일하기로 했기에, 일주일에 2번 정도만 출근해도 되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자주 <안티카>에 갔다. 정신장애 문화예술단체 안티카에서 업무 시간 이외에는 자조모임 등에 참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일도 하고 동료들을 만나게 되면서 호시기가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최초로 보고되었다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 확진자가 국내에도 나타났다는 뉴스였다.

     

    “봄꽃 구경 대신 집에서 벚꽃 마카롱”

     

    올해 2월부터 안티카에서 하고 있던 모든 자조모임은 휴지기를 갖기 시작했다. 사무실로 출근을 하던 창작실무자들도 재택 업무를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단어가 통용되기 시작했다. ‘외출을 자제하고 모임을 연기하는 등 타인과의 만남을 자제’하라고 ‘언제 어디서나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로 개인 위생수칙을 늘 지키도록’ 하라는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코로나19 문제는 단기간 내로 해결되지 않았다. 정부 기관은 화질 좋은 영상을 업로드하며 랜선 꽃놀이를 독려했다.

     

    여의도 한강공원조차도 가선 안될 것 같았다. 동네를 벗어나면 안될 것 같았다. 동네 외출도 꼭 필요하지 않으면 가급적 삼가야 한다고 했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SNS에서 누군가가 자랑해놓은 것을 보고 나도 덩달아 벚꽃 마카롱을 구매했다. 기초생활수급으로만 살아가던 예전과 달리, 한두 끼 식사와 마카롱 박스 중에 양자택일을 하지 않고 둘 다 먹을 수 있을 정도는 되었기에 나의 구매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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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벚꽃 마카롱   ©임대륜


    몇 년 전 조현병 때문에 꽃이 피는 봄을 생생히 느끼지 못하고 집 안에만 있던 것이 억울해서 다시는 봄을 잃지 않겠다고 했건만, 2020년 코로나19라는 또 다른 감염병의 유행으로 꽃구경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봄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조현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도 다같이 외출이나 여행을 삼가고 되도록 집에 있으려 한다는 점에서, 그래도 혼자만의 고통을 견뎌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같은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다소나마 위안이 되었다. 답답하기보다는 달콤한 나의 봄을 위해 몸소 주문한 벚꽃 마카롱을 마음껏 음미하며 먹었다.

     

    분홍색, 하양색, 노랑색으로 이루어진 마카롱이었다. 예쁘고 달콤했다. 이상한 물감이 마카롱에 떨어지는 환시는 보이지 않았다. 수년간 나를 괴롭히고 퍽 곤란하게 만들던 환각의 부재 속에서 이 정도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게 정말로 감사했다.

     

    ‘2020년에 환청이 찾아왔다면 마스크를 쓰라 했을까 벗으라 했을까’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가 2015년에서 2017년 사이에 유행하지 않고 2020년에 유행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코로나19가 아예 생기지도 않았다면 훨씬 좋았겠지만, 21세기 어느 순간에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반드시 유행할 운명이었다면, 내가 조현병에 발병하고 아직 확실한 치료를 받지 못하던 시기나 조현병이 재발한 시기가 아니라 상당히 호전된 시기에 발생한 것이 우선 한없이 다행스러웠다.

     

    코로나19 시대에 조현병 급성기가 찾아왔더라면 환청이 나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했을지 벗으라고 했을지조차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형언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 2015년 당시에 당혹스러운 느낌이 서서히 나를 조여오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느낌은 중동호흡기증후군이 한국에서 유행하던 해에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혼돈 속에서 고생하였으나, 결국 정신병동에서의 치료 덕에 현재의 나는 환각과 망상에 의한 불편감 없이 지낼 수 있게 됐다. 병원에 잠시간 입원했고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노력한 덕분에 2주만에 증상이 호전되어 의료진의 동의 하에 4주만에 퇴원했다.

     

    밖으로 나오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가족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내 소유는 아니어도 당장 살아갈 집이 있으니까 병원 밖으로 나오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폐쇄병동에 갇혀 지내다 속수무책 죽음에 이른 사람들

     

    폐쇄병동에서만 반평생 살다가 그곳에서 끝나는 삶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그런데 그런 삶도 있다는 걸 뉴스를 통해 접했다. 청도 대남병원 이야기다. 그 곳에서만 총 119명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되었다. 이 중 100명이 넘는 인원이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이다. 첫 사망자는 20년 넘게 대남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였다.

     

    코로나19 등장 이래 내가 이 감염병에 대해 정말 더 심각하게 인식하게 된 건, 대남병원 사태가 발생했을 때였다. 대남병원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감염되었고 그 중 대다수는 입원한 환자였던 정신장애인들이라는 점이 더욱 마음에 쓰였다. 첫 사망자의 사후 검사 결과, 코로나19감염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원인이 밝혀졌다. 두 번째 사망자 역시 대남병원 입원 환자였다. 앞의 2명을 포함해 총 7명이 사망했다.

     

    내가 활동 중이던 정신장애 문화예술단체 안티카의 동료가 보내온 기사 링크를 클릭해보고선 청도 대남병원에서 지내오던 정신장애인 등이 겪은 감염 사건을 알게 되었고, 정신장애인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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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황색 배경으로 8월 14일에 찍힌 사진   ©안티카


    당시 의료진들은 대남병원의 입원환자인 정신장애인 혹은 정신질환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병원 밖이 코로나19로 인해 웅성거리고 긴장 중이기에, 병원 안 환자들에게 코로나19 감염증에 대해 설명하고, 매일 체온을 측정하고,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사용하도록 코로나19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다는 기사는 접하지 못했다.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람들과 이들을 접하는 직원들에게까지 엄청난 집단감염이 일어나도록 대남병원 사람들은 코로나19에 대비하지 못하고 방치되었다.

     

    국내 첫 코로나19 사망자들은 갇혀 지내던 정신장애인이었다는 사실

     

    폐쇄병동에 수십 년을 있다가 퇴원해보지도 못하고, 자유롭게 살아가지 못한 채 병원에서 감염된 질병으로 인해 갑자기 사망했다는 점이 너무도 억울할 것 같았다. 안타깝게 느껴졌다. 폐쇄병동이 어떤 곳인가. 폐쇄병동은 전자기기를 반입금지 물품으로 지정한다. 정해진 공중전화를 통해서가 아니면 가족이나 친구 등과 연락을 하지도 못한다. 병원 밖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정보 검색도 폐쇄병동 안의 사람들은 하지 못한다.

     

    인터넷 기사를 보지도 못했을 것이고, 코로나19에 대해 직접 알아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병원 안 층에 하나쯤 존재하는 TV가 있더라도 뉴스를 실컷 볼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그런 곳에서 나와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감염병에 걸려 정신장애인 혹은 정신질환자들이 사망한 것이다. 누군가는 죽어서야 병원을 나왔다고, 비로소 자유로워졌다고 표현했다. 이런 식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살아있을 때 자유롭지 못하고 죽어서야 자유로워진다는 것이 정말 자유이긴 할까.

     

    청도 대남병원 사태 이후 한 달 만에 제2미주병원이라는 정신병원에서 병원 집단감염 사례 중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다. 대남병원보다 더 많은 수의 확진자가 생겨났다. 감염에 쉽게 노출된 한 사람 한 사람 정신장애인의 취약한 환경이 무척 마음에 쓰였다.

     

    어떤 사람들은 조현병 증상을 심하게 겪는 사람이 조현병이나 코로나19 등의 전염병으로부터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병원에 입원하면 문제가 해결되리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내 첫 코로나 사망자가 20년 넘게 폐쇄병동에 장기 입원하던 분이었다는 것과, 현재까지 병원 내 집단감염 사례 중 가장 실태가 심각한 것이 폐쇄병동이라는 것을 보면 시설화된 현재의 정신건강의학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감염에 더 취약한 이들을 낳고 있다.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나는 한동안 병원에 있었다. 궁금한 것에 대해 검색을 할 스마트폰이 없는데, 나는 폐쇄 정신병동 안에서 코로나19의 초창기 유행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만약 내게 고열이 발생했다면 의료진은 정신적 어려움 이외의 증상에 대해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고 대처해 주었을까? 내가 입원해 있었을지 모를 병원은 대남병원이나 제2미주병원 등과는 분명히 다른 차원의 병원이었을까?

     

    페쇄병동의 정신장애인 집단감염의 대응조치로 코호트 격리(감염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나는 하루 속히 코호트 격리가 해제되고 확진자가 ‘완치자’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또 바랬다.

     

    격리와 폐쇄병동을 주제로 한 제2회 매드프라이드 서울

     

    바뀌어야 할 것이 많다. 폐쇄병동보다는 개방병동을 지향하고, 입원보다는 외래 치료를 받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OECD 가입국 평균보다 훨씬 긴 입원기간이 획기적으로 줄었으면 좋겠다. 병원에서 치료받은 정신장애인 혹은 정신질환자가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지역사회에서 살아간다면 알아서 마스크를 쓰고 손소독제를 사용하고 체온 측정을 하면서, 불필요한 외출은 삼가면서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다. 조현병력이 있는 사람에게도 얼마든지 가능한 방식이다.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고, 조현병이 재발하지 않은 채로, 매드프라이드 서울을 하고 싶다.” 올해의 가장 큰 소망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 다음 소망은 조현병이 재발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 시기에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답답하게 지내며, 남에게 내 안녕을 맡기지 않고, 내 집에서 살아가며 일도 하면서 정부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방식으로 나의 안녕을 직접 챙기고 싶다. 남들도 가능한 사람들은 최대한 그러했으면 좋겠다.

     

    특히 나는, 정신장애인 특히 폐쇄병동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분들도 이제 병원을 나온 나처럼, 그리고 비장애인처럼 자신의 안녕을 직접 챙길 수 있도록, 정신장애인을 둘러싼 구조적인 여건이 속히 개선되기를 바란다. 정신장애인은 마냥 사회에서 격리되어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갈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다. 코로나19 감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치료법과 예방책을 마련하여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고, 정신장애인 누구 한 사람도 그런 안전한 사회로부터 소외되지 않으면 좋겠다.

     

    이런 간절한 마음이 있어서 나는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안전에 신경을 쓰면서 여러 가지 활동을 의욕적으로 하고자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청도대남병원 정신장애인 긴급구제 기자회견장에 장애인 활동가들과 함께 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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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회 매드프라이드 서울 본 행사를 앞두고, 빨간 츄리닝을 입고 동료와 함께 프라이드 이브 MC를 보았다.   ©안티카


    또 내가 활동 중인 안티카에서 주최하는 제2회 매드프라이드(Mad Pride) 서울의 실무활동가로 일했고, 결국엔 비대면 위주의 행사를 구성하여 축제가 진행되도록 했다. 동시에 나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축제에 참가해 매드프라이드 서울을 즐길 수 있었다.

     

    “혐오는 녹일수록 맛있다”는 슬로건을 지닌 ‘춤추는 광기’ 유튜브 채널에 제2회 매드프라이드 서울 축제 프로그램들이 올라갔다. 정신장애당사자나 지지자들의 음악 공연, 정신장애 당사자들의 시낭송으로 구성된 [매드 프렌즈]. 안티카를 포함한 정신장애 당사자 단체나 지지자 개인 및 단체 등에서 만들어낸 온갖 영상과 참여 프로그램과 공연이 있었던 [프라이드 이브].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된 축제였지만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동료 정신장애인들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일상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히 내려고 힘을 모은 축제였다.

     

    2019년 10월 26일 제1회 매드프라이드 서울에서 그랬던 것처럼 광화문을 가득 메울 수 없는 환경을 수용하고, ‘세계정신건강의 날’ 당일(10월 10일)의 매프서 행사를 만들어냈다. 제2회 매드프라이드 서울 본 행사는 방호복을 입고 하는 연극 공연 <사라진 하얀 방>으로 오프닝을 열었다. 이후 안티카 사무실이 있는 서울혁신파크에서부터 광화문의 세종로 공원까지 10인 미만의 인원이 모여 릴레이 행진을 했다. 그리고 기자회견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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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추는 광기 다음은 광장이다!  ©안티카


    정신장애인이 더 이상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길

     

    음악공연도 영상작품도 연극도 좋았지만, 코로나19 환경 속에서도 가장 반짝이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릴레이행진과 광화문 광장 주변을 돌던 비대면 행진 영상이 송출되는 트럭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있는 안전한 공간에서 행진하는 모습을 찍거나, 침대를 미는 ‘베드 푸쉬’ 영상을 각각 15초 정도 길이로 보내오셨는데 그것들을 모두 모아보니 거의 30분이상의 영상이 되었다. 그 영상들을 트럭에 있는 화면에 송출했다.

     

    어떤 마음으로 각자 안전한 공간에서 행진하는 영상을 보내주셨을까?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본다.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까지 모든 것을 손 놓아 버릴 수 없으니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해보자는 마음 아니었을까.

     

    코로나 일상이 계속되는 한 가운데 나는 내년에도 계속 정신장애인 문화예술운동을 계속해 나가려 한다. 2020년 나의 일상과 활동에도, 또 정신장애인 전체의 일상과 활동에도 코로나19는 많은 타격을 주었다. 나는 혼자만 겪는 고통은 아니었기에 위안을 삼고 하루하루 잘 살아올 수 있었지만, 코로나19로 희생된 정신장애인들이 감당해야 했을 고통, 오롯이 홀로 짊어지고 영문도 모른 채 돌아가신 분의 고통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고, 더 알리고 싶다.

     

    더 이상 정신장애인이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길 바란다. 나의 지금의 삶처럼, 정신장애인 누구나 스스로 안전과 안녕을 돌보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원한다.

     

    [필자 소개] 임대륜. 경험에 대해 개방적이다. 대체로 온화하고 관대한 편이지만 화를 전혀 안내는 건 아니다. 산책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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