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살리기 나선 환자들…'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엔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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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기반 양질의 정신건강서비스 도입한 최초의 정신병원
새로운 시도를 둘러싼 잡음…경기도의회, 예산삭감 및 QR본부 폐쇄
환자들 “첫 시도인 만큼 시행착오 겪을 뿐…정신장애인에 새로운 희망"
비자의적 입원과 격리, 강박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기피 대상이 돼 버린 게 정신병원이다. 하지만 최근 환자들이 한 정신병원을 지지하고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 진료기능이 퇴색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게 환자들의 목소리다.
환자들로부터 지지받고 있는 곳은 지난 6월 새롭게 개원한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이다.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은 경기도의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강화방안’에 따라 경기도립정신병원을 24시간 진료체계를 갖춘 ‘공공응급정신병원’으로 개편하고 지난 6월 개원해 운영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응급 정신질환자를 위한 ‘정신건강위기대응센터(Mental health crisis response center)’를 설치·운영하는 방안이 도입됐다.
과거 정신병원이 환자들을 보호하고, 장기 수용하는 기능에 머물렀다면,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은 급성 정신증상으로 위기에 처한 심리사회적 약자들을 신속히 구조해 단기 치료 후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에게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이 진짜 ‘새로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바로 인권 기반의 양질의 정신건강서비스를 도입한 최초의 정신병원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비강압 치료’, ‘오픈 다이얼로그’ 등 새로운 치료법도 처음 시도됐다.
이에 병원의 인권 기반 치료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QR(Quality Rights)본부도 신설했다.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이 개원한 지 1년도 안됐지만, 인권 기반 양질의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이념에 따른 치료 성과도 조금씩 보이고 있다. 강박률과 재입원율이 감소하고, 퇴원환자 사회복귀 연계율은 증가한 것.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정신병원 내 격리 및 강박을 경험한 정신질환자 비율이 45%에 달했지만,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입원환자의 정신과적 응급상황 시 강박률은 10명 중 1명 꼴로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6월부터 12월 1일까지 입원환자 91명 가운데 강박 사례는 9명에 그쳤다.
퇴원 후 환자들의 재입원율도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 6월부터 11월 6일까지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을 퇴원한 후 1개월 내 재입원한 비율은 8%에 그쳤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중증정신질환자의 재입원율은 37.9%였다.
퇴원환자의 지역기관 연계율도 높다. 퇴원환자(타병원 전원 포함) 63명 중 지역기관 연계가 유지된 인원이 45명으로 연계율은 71%에 달했다. 지난해 심평원 통계 기준 조현병 환자의 지역사회서비스 연계 의뢰율인 43.3%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경기도의회에서 당초 설립 취지인 24시간 정신응급대응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인권 치료를 이유로 선별적으로 환자를 진료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잡음이 새어 나왔다.
이에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경상비 45억4,000여만원 중 4억9,000여만원, 시설비(자본적위탁사업비)의 경우 3억4,000여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근태문제 등이 불거진 QR본부도 폐쇄했다.
그러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가족들이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을 지키기 위해 전면에 나섰다.
수원마음사랑을 비롯 정신장애와인권파도손, 한국정신장애인협회,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등은 15일 오후 경기도청 앞에서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정신장애와인권파도손 이정하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새로운 시도로 새 출발을 위한 시동을 건 만큼 시행착오를 겪어가는 과정”이라며 새로운 치료적 시도가 회복기 시스템 안에 녹아들 수 있도록 질타보다는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응급상황의 조절력이 없는 환자들의 경우 강박이나 주사를 강제 투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은 오픈 다이얼로그 등 기존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치료적 시도를 회복기 시스템 안에 녹여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신질환자의 회복기 시스템에 대한 효과가 드러나고 있는 시점에서 경기도의회가 예산을 삭감하고 QR본부를 없애는 등 새로운 시도를 중지시켰다”며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의혹으로 흠집을 잡아 병원이 쑥대밭이 돼 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환자들과 가족들이 나서게 됐다”고 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 아닌가. 그만큼 시행착오를 겪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에 (경기도의회가) 귀를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은 정신장애인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신호탄”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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