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 환자가 일반 여성보다 불안,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으로 진단 받을 가능성이 3배 이상 높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일부터 15일(현지시간)까지 진행되는 미국암연구학회 연례학술회의(AACR 2021)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미국 헌츠만 암연구소의 가정 및 예방의학과 시치 후 박사수료자(PhD candidate)의 연구가 발표됐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난소암은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어렵고 5년 상대 생존율도 48.6%(미국 2010~2016년 기준)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도 난소암은 다른 암보다 많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낮은 생존율로 주의가 요구되는 암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암등록통계 자료를 보면 2018년 난소암 환자는 여성 암 유병자의 2%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상대 생존율이 65.2%로 낮으며, 이는 자궁경부암(80.5%)과 유방암(93.3%)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장기 생존율이 높지 않은 난소암 환자가 진단 시 겪을 정신건강 문제가 우려되는 이유다.

이번에 발표되는 연구에서 연구원들은 유타 암 레지스트리를 사용해 1996년과 2012년 사이 진단된 1,689명의 난소암 환자를 일반 여성 7,038명과 비교했다. 전자건강기록을 통해 난소암 환자의 진단 전 기록을 제외하고 정신건강 진단을 식별했다.

연구 결과, 난소암 환자가 진단 후 첫 2년 동안 정신 질환을 진단 받을 확률은 일반 여성의 3배가 넘었다. 같은 기간 우울증 위험은 3.11배, 불안 장애 위험은 3.54배 높았다.

진단 후 2~5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그 격차가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난소암 환자가 일반 여성보다 높은 정신 질환 위험을 보였다. 우울증과 불안 장애 위험이 각각 1.67배, 1.86배 수준이었다.

난소암 환자는 적응 장애를 겪을 위험도 일반 여성보다 3배 이상 높았다.

환자의 사망 위험에도 정신건강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 연구원들이 정신건강 문제와 사망 위험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정신건강 진단을 받은 난소암 환자는 정신건강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 확률이 1.8배 높았다.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난소암 환자에게서 사망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치 후 박사수료자는 “난소암 환자 대상 정신건강검진이 필요하다”며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정신건강이 나빠질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정기적인 정신건강 상담 등 지원을 확대할 경우 난소암 환자의 수명 연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향후 연구에서 치료의 다양한 측면이 환자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계획이다.

다만 그는 의료 기록 데이터를 활용했으므로 의료가 필요하지 않은 정도의 경증 정신 질환은 과소 표현됐을 수 있다고 연구 한계를 설명했다. 또 난소암 환자의 높은 사망률이 생존 편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했다.